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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May 26. 2024

010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정희원 저)


세상의 모든 편한 것은 우리의 젊음을 대가로 취한다


한강변에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뷰 좋은 레스토랑과 도심 속 레스토랑의 식사 중 어디가 더 비쌀까? 같은 재료, 같은 요리사가 만들었다 하더라도 전자가 월등히 비쌀 것이다. 그 이유는 멋진 뷰에 대한 가격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풍경과 같은 무형의 가치에도 얼마든지 가격이 책정된다. 물질 자본주의 시대에 불변의 명제는 바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우리가 손 안의 작은 세계인 스마트폰으로부터 손쉽게 얻는 자극의 대가는 무엇일까? 내 노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손쉽게 수직이동을 가능케 해주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사용 대가는? 바로 우리의 젊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중한 우리의 젊음을 지불하며 우리는 각종 편리함과 유희, 자극을 탐닉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은 비법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젊음을 희생하면서까지 현재의 편함과 자극만 좇는 이유는 무엇일까? 욜로와 파이어족 등 극단적인 삶의 형태를 추동하게 만든 시대적 유행과 미디어도 한몫했겠지만, 파우스트적 거래를 통해 얻은 당장의 안락이 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기 때문일 것이다.


손쉽게 얻은 자극의 악순환에 빠진 현대인


직장 생활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단 음료가 당긴다. 카페모카와 같은 단 음료의 섭취와 동시에 우리 몸의 혈당은 급격히 올라간다. 우리의 몸은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한 생물학적 기제로 항상성(homeostasis)을 가지고 있다. 급격히 높아진 혈당을 정상 수치로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섭취한 음식 중 당순 당이나 정제 곡물이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들이 상승시키는 혈당 수치의 정도는 우리 몸의 유전자가 기억하는 정도를 넘어설 것이고, 이에 인슐린은 과다 분비된다. 과다 분비된 인슐린으로 혈당은 다시 기준선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또다시 단 음식이 당긴다. 또 동시에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코르티솔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염증 물질도 같이 분비가 된다. 그 결과 근손실을 초래하고 절제,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 측에 영향을 주어 이성적 판단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럼 또다시 단음식이나 음주, 자극적인 음식 등을 찾게 되는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스마트폰이 주는 자극 또한 악순환이다. 잠깐의 스트레스를 피해 즐거움을 얻기 위해 유튜브 쇼츠를 킨다. 1분 남짓의 짧은 영상은 도파민 분비라는 보상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 그러나 도파민에 의한 쾌락의 역치는 계속해서 올라간다. 이는 인류의 향상심의 생물학적 기제이기도 하나, 이러한 뇌의 작용은 자극적인 요소에 중독되게 만든다. 그러나 뇌에서 쾌락과 고통은 같은 부위에서 일어난다. 즉 순식간에 지나간 자극 이후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고통을 잊기 위해 더더욱 자극적인 영상을 찾게 된다. 자기 전에 10분만 봐야지 하고 킨 스마트폰은 이러한 메커니즘과 스마트폰의 불빛의 이중주로 우리의 수면을 방해한다. 부족한 수면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위의 과정들이 다시 반복이다. 거기에 추가로 많은 사람들의 스마트폰 파지법은 거북목과 어깨 통증 등을 유발하며 신경정형외과의 수익만 올려줄 뿐이다.


노년의 안락함, 약간의 불편함을 감내하면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선순환의 작용은 무엇일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단 나가서 열심히 뛰면 된다.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건강한 식단 위주로 식사를 하면 된다.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면 우리 뇌는 세로토닌이라는 만족감과 고양감을 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또한 신체활동이 주는 활력은 입맛을 돋우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은 소화불량 등 위장 무리를 주지 않는다. 또한 자극의 역치를 줄이다 보면 아주 작은 일상의 활동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일상의 행복과 건강함, 그리고 자기 효능감과 노년의 안정감. 이 모든 것을 선순환의 고리에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자극과 편안함에 도취되어 버렸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고 있지만 생활 습관을 바꾸기 어려워한다. 거기에 간단한 테라피, 치료, 영양제만으로도 건강한 삶을 가꿀 수 있다는 과장된 광고들은 생활습관을 바꿀 필요성이 없다고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세상의 모든 것은 등가 교환이다. 간단하고 신속한 해결책은 복잡하고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것보다 효과와 지속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불편함을 감내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당장의 불편함은 장기적 편함을 줄 것이다. 단것을 끊으면 당장은 머리 아프고 스트레스받겠지만 곧 우리의 몸이 적응할 것이다. 인간은 몸을 쉴 수 있는 한평 남짓의 공간만 있어도 적응하고 그 속에서 행복함을 찾을 수 있는 존재이다. 저자는 딱 2주면 우리 몸이 적응할 것이라며 건강한 식습관을 적극 실천해 보라 한다.  


서로 간의 비교에 중독된 우리는 너무 과도한 안락과 허황된 풍요를 좇고 있는 게 아닐까. 소비 자본주의가 등 떠민 과도한 물질주의의 늪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스트레스받는 가? 일단 나가서 30분만 뛰고 시원한 물 한 컵 마신 후 스마트폰을 끄고 푹 자자.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우울하면 일단 침대로 가서 푹 자라고. 의외로 선순환의 시작은 아주 작은 노력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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