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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Jun 02. 2024

013 역사의 쓸모(최태성 저)


역사란 주입이 아닌 대화이다


우리가 접하는 역사의 대부분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의 글과 선생님의 강의에 국한되어 있다. 학습과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인 역사 정보를 주입받았다. 그렇기에 우리의 역사에 대한 인식은 다소 폐쇄적이며 전달자의 의도에 갇혀있다. 배워야 하기에 머릿속에 욱여넣은 역사에 대한 지식은 휘발성이 강하고 그렇기에 흥미가 떨어진다. 많은 사람이 역사에 관심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필연인 듯하다.


저자는 이런 역사 교육에 대한 작금의 사태를 바꿔보려 한다. 역사란 단순히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외우고 또 외우는 암기과목이 아니라, 과거의 선인들로부터 현재를 살아가는 교훈을 배우는 지혜의 장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 E.H.카의 말을 빌리면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그렇다면 대화란 무엇인가. ‘마주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즉 우리는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하고 역사의 재미를 높이기 위해 역사를 앎에 있어 수동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하여 능동적인 상호 작용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한 기초 단계로 ‘역사의 쓸모’라는 책은 매우 유용하다. 저자는 마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재미있는 역사적 사건을 들려주며 그로부터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버린’ 이야기를 모아 놓았다는 일연의 ‘삼국유사’부터 평민에서 초갑부가 된 해상왕 장보고, 반대로 큰 부자였지만 나라를 위해 모든 걸 내던진 이회영 독립운동가 등등 수많은 역사 속 인물들로부터 우리는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는다.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이룬건 아무개이다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해방의 관점으로 바라본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이다. 신분제로부터 해방, 일제로부터 해방, 독재로부터 해방, 빈곤으로부터 해방.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불합리로부터 해방이 주를 이루었다. 해방이란 곧 항거의 과정이며 이는 미래를 위한 투쟁이다. 전근대와 달리 그 힘든 싸움의 주인공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아무개이다. 그 아무개는 바로 우리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이다. 투쟁의 현장으로 달려가게 한 동력은 그들의 안위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의 자식들은 지금보다 나은 세상에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현실의 고난과 고통을 감내한 것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한 아무개의 삶은 풍족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경제적 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급격한 사회변화의 폐해인지 수많은 갈등이 만연하다. 지역갈등, 남녀갈등, 세대갈등, 거기에 물질만능주의와 남과 비교하고 저울질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출생률과 행복도가 OECD 국가 중 압도적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나조차 바쁜 출근길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인파와 불친절한 직원, 마구잡이로 끼어드는 도로 위 자동차를 보면 인류애를 상실할 지경이다. 우리 사회의 만연한 갈등을 목도하고 있노라면 우리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였을 아무개들께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미래를 위해 희생한 선조들의 현재가 이렇게 귀결되면 안 된다. 지금의 저출생을 비롯하여 사람들이 느끼는 불행은 너무도 큰 사회문제이다. 문제를 똑바로 직시하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여 상황을 신속히 타파해야 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 이 책장을 덮으며 아무개와 대화를 시도해 본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어라.’


냄비근성이라며 폄하되기도 하지만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하나로 똘똘 뭉쳐 힘껏 극복해 나가는 게 우리 민족이다. 그런 민족이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고 조상들의 뭉클한 투쟁기를 들으면 어떤 효과가 일어날까. 몇 배는 더 똘똘 뭉칠 수 있지 않을까? 미래를 지향한 아무개들의 투쟁에는 지금 같은 반목은 상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당장이라도 우리는 서로를 향한 칼끝을 따스한 손길로 바꾸어, 지금의 갈등이 팽배한 사회의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 ‘역사’에서 그에 대한 동기부여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즉 역사의 쓸모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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