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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Jun 10. 2024

017 동물농장(조지 오웰 저)


시대의 어둠을 고발하는 작가 조지 오웰


영국 출신 작가 조지 오웰이 스탈린의 독재 사회를 풍자하기 위해 1943.11~1944.2 약 세 달간 집필한 소설이다. 그러나 <동물농장>이 세상으로 나오게 된 시기는 1945.8월이다. 집필 후 발간까지 약 1년 6개월의 시간이 걸렸는데 이는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연관되어 있다.

 

당시 서유럽 사회는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렇기에 영국 내 많은 출판사는 러시아 사회를 풍자하는 소설을 출판하는데 눈치를 보아 이런저런 이유로 출간을 거부하였다. 이 때문에 출판사를 찾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출판이 늦어진 것이다.   


이처럼 풍자란 필연적으로 당대 권력 계층을 겨냥하기에 기득권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세상에 대한 작가의 열정이 부족하다면 집필하기 어려운 장르이다.


오웰은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4가지로 정리하였다. (1) 타인보다 잘나 보이고 싶은 이기심, (2) 아름다운 것을 글로 남기고 싶은 미학적 열정, (3) 역사적 진실을 후대에게 전달하고 싶은 충동, (4) 세계를 특정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정치적 욕망이다. 그는 만약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본인이 작가가 된 이유는 1~3번이 4번을 압도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웰은 20대 초반 버마 지역 영국 경찰로 근무하며 경험한 제국주의 폐해로 권위를 혐오하게 되었고, 스페인 내전과 히틀러로 이어지는 유럽사는 그에게 전체주의에 대한 반감을 심어주며 작가로서 정치적 정향을 확립해 주었다. 이러한 연유로 그의 대표작들은 전체주의, 독재, 사회주의의 병폐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카탈로니아 찬가(1938년)>는 작가의 스페인 내전 참전기로 사회주의의 이중성에 대해, <동물농장(1945년)>은 사회주의의 실패와 독재에 대한 풍자를, <1984(1949년)>는 전체주의에 대한 비극을 묘사하고 있다.

 

<1984>가 전체주의 사회에 대한 경종을 위해 디스토피아적 비극성을 강조하였다면 <동물농장>은 풍자, 우화 소실인 만큼 희화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독자마다 동물농장의 돼지와 오버랩되는 인물은 제각각이다

 

특정 시대의 특정 인물을 겨냥한 풍자의 경우 시대성이 강하기에 후대 사람들의 공감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비록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했어도 전혀 다른 사회, 문화를 경험한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이는 다양한 시대와 국가에 존재했던 수많은 부패한 권력자들의 모습이 작중 돼지들의 행태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권력유지의 명분을 위해 전 뒤집듯 이념을 바꾸는 모습이나, 탐욕스러운 돼지들의 아둔한 외형 묘사에 독자들은 저마다의 역사 속 인물을 떠올렸을 것이다.


반복되는 부패도, 부패한 사회가 영속적이지 않은 것도 모두 인간의 본능 때문이다


인류가 아무리 자정작용을 해도 인간의 권력에 대한 탐욕과 사회의 부패는 필연적인 것일까?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부패-혁명-권력이동의 순환이다. 수십만 년 사피엔스의 역사에서 단일 권력이 영속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원대한 이상과 이념은 부패한 권력을 몰아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같은 전철을 밟고 만다. 농장주 존스를 몰아내고 권력을 차지한 돼지 나폴레옹의 부패는 필연적으로 또 다른 혁명을 유발할 것이고, 그렇게 이동한 권력은 다시 부패할 것이 자명하다.


지긋하게 반복되는 이러한 역사의 고리를 끊어 버리는 건 인간의 본능을 고려할 때 불가능해 보인다. 현대에 넘치는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감상이 일어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어떠한 제도나 사회가 실패하더라도 혁명을 추구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인간의 또 다른 본능은 암울한 시기에도 한줄기 빛으로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대사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아 본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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