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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라니 Mar 07. 2023

하루아침에 구조조정, 희망퇴직 신청, 그리고 잔류자들

내 인생의 레버를 당긴 회사의 구조조정

퇴근 후, 역에서 5분 거리의 집에 짐도 내려놓지 않고 스타벅스로 이동해서 노트북을 열었다.


오늘은 미팅이 6개나 있었던 날이었다. 오늘 처리하면 좋을 업무들이 일부 남아 있었지만 어제 12시간을 꼬박 일했던 터라 오늘은 늦지 않게 퇴근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집에 가서 쉬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봤을 때, 그건 아니었다.


누워서 쉬고 싶은 컨디션이 아닌, 재정비하고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을 원하고 있었다. 누워서 추스러지길 기다린다고 해서 나아질 컨디션이 아니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었고 귀를 기울였다.



'방출하고 싶다.'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있는 것이 많은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고 싶지도 않았다. 마구잡이로 뱉어내는 것이 아닌, 내 감정을 스스로 잘 다스리길 원했다.






하루아침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회사의 구조조정 통보, 사람들의 희망퇴직 신청, 그리고 잔류자들



모두의 고민의 기간이 끝나고, 잔류자들에게는 서로의 명단이 이메일로 공유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남아있는 사람, 예상과 다르게 회사를 떠나는 사람 다양했다. 만감이 교차했지만 이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각 프로젝트들의 인수인계 명단이 공유되었다. 잔류하는 사람들은 쏟아지는 업무의 일정을 조율하고 인계를 받느라 온 신경을 쏟게 되었다.


이전에 하던 업무량 대비 4배의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회사에는 인수인계를 하는 사람들과 인수인계를 받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오후 내내 인수인계 미팅을 진행하던 날도 있었다.






내가 힘든 이유, 그러나 나는 잘 될 이유


지난주는 뇌세포가 죽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스트레스 강도가 심했고 체력이 급감했다. 맨몸으로 데드리프트 50kg를 들던 내가, 고작 양손 덤벨 5kg으로 운동 강도를 낮춰야 할 정도였다. 


하루 9시간을 자고도 멍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서 단기간의 스트레스가 이토록 극심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뼛속 깊이 경험하게 되었다.


희망퇴직을 할지 회사에 잔류할지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깊은 고민을 하였는데, 어렵게 결정을 내린 뒤 다시 번복을 하게 되었다. 많은 고려사항이 있었지만 이유를 한 문장으로 줄이자면 이렇다.


'회사에 잔류할 이유가 아직은 있어서.'










회사의 구조조정이 나의 레버를 당긴 이유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회사는 내 인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구조조정 공지가 있던 날, 퇴근 후 여러 회식 자리들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나도 그중의 한 명이었다.


같이 회식을 했던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진짜로 부업을 해야겠어요."




회사가 나의 인생을 책임져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공공연히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특히 더 그렇게 생각했다. n 년을 다닐 계획을 하고 입사했지만, 이번 구조조정이 더 나의 인생 레버를 당겼던 이유는 '퇴사 시기조차도 내가 결정할 수 없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나의 일을 보다 준비하려 마음먹었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준비'라는 시기를 내가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의 삶에 돌을 던졌고, 큰 파장을 일으켰다.

 

회식 자리에 있던 모두가 이 일을 두고 '영화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 느낌은 조금 달랐다.


'뉴스로 보던 일이 현실이 되었구나'




영화와 뉴스는 다르다. 뉴스는 논픽션이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고민했고 나에게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게 되었는지 알게 된 지금, 나를 포함한 모두가 각자의 인생에 대해 최선의 선택을 했으리라 믿고 응원한다.




다시 또 브런치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두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이런 이야기를 온라인에 내뱉는 것이 늘 조심스럽다. 조심스러운 성격 때문일까?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회사라는 조직이 여전히 조심스럽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를 특정 짓는 말을 혹여나 너무 쓴 것은 아닐까 검열을 하게 되며 글이 줄어든다.


인스타그램도, 블로그도 사용하고 있음에도 또 브런치로 온 것이 그런 이유를 품고 있다. 나를 특정 짓기 어려운 곳에서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성과를 내는 문 앞에서 열릴 듯 말 듯 문만 두드리길 여러 번이다. 올해는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 투자가 필요하고, 더 효율적으로 더 알차게 낭비 없이 살아가기를 원한다.


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나의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적당한 우물 안에서 만족하며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지금의 나를 키워준 우물들을 소중히 여기되, 더 큰 바다로 나가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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