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단축과 행복 배틀 그 사이
사적인 걸 올리고 친구, 지인들과 팔로잉을 하던 개인 계정 인스타를 접은 지 서너 달이 지났다. 어정쩡한 관계, 길에서 만나면 먼저 인사도 안 건넬 듯한 얄팍한 친분, 포토샵 칠갑한 실물과 다른 사진들, 안물안궁인 사생활과 tmi, 쓸데없는 dm, 관종력 만렙인 친한 친구들의 보여주기식 일상과 일거수일투족 올려대는 스토리들을 보는 게 불편했다. 많은 사람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려는 관계지향적인 사람도 아닌 데다 친목을 도모하는 일에 관심이 없는 나의 성향도 한몫한다.
처음엔 알람을 꺼보고 소식 숨기기를 했다가 어느 순간 ‘이러라고 만들어진 각자의 행복 배틀 공간’에서 나는 왜 굳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면서 시각적 피로함을 느끼고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안 들어가고 안 보면 될 일을 눈살 찌푸리면서도 핸드폰 붙잡고 몇 시간을 타인의 삶을 엿보고 있는 나 자신. 중이 떠나는 게 여러모로 간편하다. 한 삼일은 조금 궁금했다가 일주일이 지나면서 거의 모든 궁금증이 사라졌다. 가끔 전 남자 친구를 염탐하던 일도 못 하게 됐으니 더 이상 내 연못에 어떤 물결도 일렁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카톡과 연락처도 어느 정도 정리를 했고 마음이 훨씬 가볍다.
아니 근데 이런 얘기를 지금 또 다른 sns에 쓰고 있으니 나는 그냥 핸드폰을 없애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