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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용 Dec 28. 2017

어느 직장인이 한 해를 넘기는 법.

아프고, 쓰리고, 그렇다.

타닥타닥. 탁탁.


자판 두드리는 소리 사이로 낯익은 소리가 들린다.


에취. 에취. 훌쩍.


이맘때면 팀장님은 늘 아프시다.


팀원들은 익숙하다. 


봄에는 꽃가루 알레르기, 여름에는 감기


가을에는 환절기, 겨울엔 다시 감기


창 밖으로 눈이 내리고, 재채기 소리가 들리면 내년이 온다. 



우리 팀은 본격적인 야근 모드에 돌입한다. 


1년간 담아둔 회계 결산이라는 상자를 열어야 한다. 


'나중에 해야지 뭐' 라며 밀어뒀던 일이다. 


이를 아는 다른 팀원은 조용스레 퇴근한다. 


동정의 눈길도 보내지만 상관없다. 


이런 건 괜찮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 


승진한 동기 녀석들은 축하주를 돌릴 텐데, 


나는 고난 문을 연다. 


힘들 때 어깨 토닥이던 선배들이 많았는데, 


돌아보니 나뿐이다. 


『김현정-떠난 너』처럼


"함께하자할땐 언제고 그렇게 멀리가"나 모르겠다. 



12월은 아픈 달이다. 


모두가 떠나고 나 홀로 이겨내는 시간이다. 


오늘은 공부가주다.


술잔 넘쳐 풍기는 향에 취한다. 


이 맛이라도 있어야 한 해를 넘기지.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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