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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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빠가 되어버렸다. 언젠 가짜 아빠였나 싶지만, 실제 애를 눈으로 보니 이건 또 다른 감정이다. 최우수상을 타니 목표가 사라진 기분이다. 테스터기 두줄엔 희뿌연 안갯속 보물 찾는 기분이었는데 말이다. 말 그대로 ‘싱숭생숭’하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예정일을 한 달 앞두고 양수가 터져버렸다. 병원에선 하루라도 태(孡)에 두고 싶어 했지만, 아기는 세상으로 나오고 싶어 했다. 움츠렸던 날개가 컸나 보다. ⟪비상⟫을 부른 가수 임재범처럼 말이다.
진통도 빨랐다. 출산까지 4시간도 안 걸렸다. 이를 들은 지인들은 축복받았다며 부러워했다. 이게 그럴만한 일인가? 처음엔 와 닿지 않았다. 같은 병실 산모가 진통 40시간 만에 제왕절개를 했다는 이야길 듣기 전까진 말이다. 그래 축복받았나 보다. 덕분에 2인실을 독실처럼 사용했다.
분만도 빨랐다. 분만은 영어로 'Labor delivery'라고 한단다. 그래서 분만실 명패엔 Delivery room라고 쓰여 있었다. 정말 그럴만했다. 분만 과정은 나에게 '노동(Labor) 줄다리기'처럼 보였다. 홍팀은 산모와 아기였다. 간호사와 의사도 있었지만, 주전 선수(main player)는 아니었다. 청팀은 세상이었다. 아기가 펴 올릴 날개를 방해하고 싶었던 걸까. 홍팀의 숫적 우세에도 한치도 밀리지 않는다. 줄이 보다 팽팽해질수록, 간호사들의 응원도 점점 커졌다. '조금 더 더더더더 더더더더ㅓ더더더더더더'
'내가 이겼다!'. 아기는 큰 울음소리로 세상에 선포했다. 2.42kg 작은 체구가 맞나 싶다. 사랑에 빠지면, 하나부터 열까지 이뻐보인다더니, 머릿속 기억들이 미화됨을 인지한다. 아무래도 나 아들 바본가 보다. 이러다 이렇게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 애는 천잰가 봐요...' 아, 싱숭생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