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혼란과 애매함을 피하려는 욕구인 인지적 종결 욕구가 있다. 그렇기에 몇 번의 성공을 거두면 성공으로 이끈 무수한 변수들을 망각하고 자신의 잘남만을 기억한다. 이러한 의식은 어느새 뇌에 들러붙어 정체성의 일부가 되어버려 숟가락으로 푸딩덜 듯 덜어낼 수 없다. 그러다 기회를 엿보던 신인에 의해 철저하게 부서진다. 무너진 자존심은 봉합되지 못하고 패배의식은 온 혈관을 타고 번진다. 이제는 자신을 패배자로 규정해버리고 재기의 동력마저 잃고 만다.
유대인들은 세계 경제를 호령하고 있고, 위대한 예술가들은 대부분 종교인이다. 그 이면을 생각해보면 종교인들은 본질적으로 시스템적인 사고를 한다. 내가 잘되면 신의 도움이 있었고, 내가 실패하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신의 계획이라 여긴다. 그러기에 자만감에도 패배의식에도 매몰되지 않은 채 정결하게 제 할 일을 이어간다. 신학자 라인 홀트 니부어는 이렇게 기도했다. "신이시여 우리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평온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킬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아는 지혜를 주옵소서."
우리가 성공을 하게 된다면 그 속에 숨은 친구의 도움과 운에서 비롯된 타이밍을 인지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 고 그 속에 숨은 반전의 기회를 조용히 모색하면 된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어딘가 한 가지 가능성은 숨어있기 마련이다."
시인 프랜시스 스콧키는 미영 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배 위에서 미국 국가를 썼고, 빅터 프랭클은 나치 수용소에서 자신의 심리 철학을 완성했다. 말콤 엑스는 7년의 감옥 생활 속에서 문맹에서 벗어나 칸트와 스피노자를 읽어 출소 후 마틴 루터 킹과 흑인 운동을 이끌었다.
1983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때 미쓰비시 연구소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이유>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으나 1992년 도시바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되었다. BTS와 방시혁은 공개석상에서 한 래퍼에게 힙합이란 단어를 쓰지 말라며 모욕당했으나 2020년 빌보드 인기 래퍼 릴 나스 엑스와 협동 공연한다. 운과 성공은 돌고 돈다. 그저 제 할 일을 열심히 하자.
사고를 한 방향으로 모아 모든 것을 소재로 활용하여 자신과 타인의 내면을 부단히 관찰하여 어디에서나 본보기와 자극을 찾아내고 지칠 줄 모르고 자신의 방식으로 결합시키는 사람들은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다. - 니체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