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절 디펜스와 중심 잡기.

또다시 다음 단계로

by minsooooyam

감사하게도 논문 프로포절이 통과되어 잘 끝났다.

조사를 잘 마치고 논문도 잘 쓰면 박사과정도 끝나겠지.

그 과정에서 나는 또 "잘"에 대한 정의를 고민할 수 있겠지!




프로포절을 통과하고 몇 달이 지나서야 글을 적기 시작한다. 사실 귀찮음도 한몫했지만, 아마도 맘이 이제야 가라앉아 정리가 되기 시작해서인듯하다. 어떻게든 끝이 났다는 사실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발표 직전까지도 떨어질까 봐 두려웠다. (정말로! 발표 십오 분 전까지도!)


발표 약 삼주 전, 지도교수님의 마지막 피드백에 따라 수정을 끝냈고 커미티 멤버들과 학과 사무실에 파일을 돌렸다. 사실 마지막 피드백에 크게 수정할만한 것이 없어서 그때부터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고, 이메일을 보낸 순간부터 프로포절에서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손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날짜와 시간이 잡혔고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어쩔 거야~" 한편으론 여기까지 왔는데 떨어트리겠어?라는 뻔뻔한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발표 날짜 시간까지 잡아놓고 때려치울만한 그릇이 아니기 때문에 견뎌야만 했다.


이상했던 것은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가 유달리 불안해하는 부분은 (학생의 입장에서) 나의 것을 남들에게 소개, 설명하고 하는 과정 자체였던 것 같다. 오히려 피드백은 "너무" 잘 받아서 문제랄까? 자존감의 부족으로 늘 아등바등 준비를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모든 에너지를 소비하는 성향이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만큼은 그럴 에너지도 없었고, 이상하게 발표 준비를 할 수가 없었다. 일주일 전에야 간신히 파워포인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정말 발표 직전까지 자료수정을 계속해서 했다. 프로포절 발표니까, 내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발표자료 만들기, 발표 시간 맞추기 정도였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지도교수님은 나에게 10분~ 15분 사이에 맞춰서 발표를 준비하라고 했다. 프로포절 디펜스는 내가 이런 연구를 할 계획이며, 왜 이게 의미가 있는지,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조사를 할 것인지를 발표하는 것이 목적이다. 문제는 프로포절을 준비하고 발표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그 과정에 빠져버려 핵심을 잃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핵심을 너무나 심하게 잃어버린 나머지 발표준비를 정말 간신히, 마무리 아닌 마무리를 짓고, 친구의 도움으로 발표시간에 맞춰 내용을 잘라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디펜스가 한 30분쯤 남았을까? 발표 10분 전에 미리 만나자고 지도교수님께 이메일이 왔다. 교수님은 "걱정하지 말아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의미 있는 연구이고, 이에 대해 다른 커미티 멤버들도 동의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 다독여주신 뒤 프로포절이 진행될 과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1) 커미티 멤버 회의 (이 프로포절이 발표를 할 수준이 되는지)

2) 발표 (10-15분)

3) Q&A

4) 커미티 멤버 회의 (통과시킬 것인가?)

5) 결과 통보


줌으로 진행했던 디펜스에는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친구들과, 심지어 나의 글쓰기를 도와주신 튜터선생님들(?)도 참석해 주셨다. 발표를 끝내자 선생님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예상치 못하게도 굉장히 큰 규모의 질문을 받았고, 윤리적인 부분이나 self-care에 관련된 질문까지도 받았다.



돌아보면 발표를 준비하면서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것과는 별개로, 기존 연구에 대한 나의 이해가 부족할 것이라는 불안이 가장 컸던 것 같다. 프로포절 디펜스를 준비하면서 나는 기존 연구, 그리고 그 이론들이 구성되어 온 과정, 부족했던 지점에 집중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 부분을 완벽하게 준비하기는 어려웠고,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지점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프로포절 디펜스에서 내가 받았던 질문은 (물론 이론적인 배경에서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나의 연구에 더 중점을 두고 있었다. 너의 연구의 함의는? 네가 이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등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내 연구 중심의, 큰 질문을 받았다.


가장 먼저, 지도교수님과 나는 디테일한 영역을 검토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다고 판단했고, 프로포절을 작성할 때 연구문제 역시 이에 맞게 자세하게 기술했다. 그런데 디펜스 발표 직후 나를 1학년때부터 봐왔던 커미티 멤버 중 한 선생님께서는 대뜸 "지금 (이 자리에서) 한번 연구질문 더 크게 만들어봐"라고 했다. 어버버 하며 떠듬떠듬 말을 지어내자, 선생님께서는 "조금은 나아졌네"라고 하시며 이 연구의 가능성을 다시금 짚어주셨다. 다른 커미티 멤버 역시 비슷한 뉘앙스로 조금 더 큰 관점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곧이어 (아마도 나의 멘털이 걱정되어서...?) 의미 있는 연구이니 자부심을 갖고, 자신감을 갖고 하라고 말했다. 교수님들께서는 '너무 좁게 보고 있어, 좀 더 넓은 방면에서 봐'라고 말씀해 주신 게 아닐까?


이는 아마도 내 연구방법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부터 민족지 연구를 할 계획을 갖고 있었고, 내 연구의 핵심 부분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에 따른 책임감을 꽤나 많이 느끼고 있다. 그걸 덜기 위해 작은 것에 집중했으며, 실제로도 이는 도움은 되었다. 내가 실제로 현지에 가서 마주하기 전까지는 어떤 부분이 중요할지 알 수 없고, 내 성격 때문 에라도 프로포절을 작성하는 내내 흔들렸으리라.


어버버 어버버 약 15분 동안 발표를 마쳤고, 질문을 받고 나니 1시간 정도가 흘렀다. 커미티 멤버들만 따로 미팅을 했는데, 이때부터 모든 긴장이 풀려버렸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도 제정신이 아니었달까?

10초가 1분이 되는 것 같았고, 계속해서 어머.. 나 떨어졌나 봐.. 왜 이렇게 안 돌아오시는 거야....라고 외쳤다.


10분 정도가 흘렀을까..? 미팅에서 선생님들은 돌아왔고, 지도교수님은 "축하한다!" 라며 프로포절 디펜스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셨다. 으어억!! 괴성을 지르며 (정말로...ㅋ....) 모니터 앞에 엎어졌고, 친구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쁨보다는 아오 ㅠ_ㅠ 이제 하나 끝났구나....!!! 이젠 진짜 논문이구나!!!!!!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물론 다음 날 축하파티로 고기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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