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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형 Sep 03. 2019

카페의 명암

카페는 좀 밝을 필요가 있다

  하필 이날 남자가 앉은 자리는 너무 어두웠다. 어두컴컴했다. 여름이 끝나는 날, 해는 더 이상 길게 떠 있지 못하고 금세 길 너머로 저물어 버렸다. 저녁놀이 번져가는 하늘엔 별이 이르게 떠올랐다. 책을 읽으래야 읽을 수가 없어서 남자는 책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테이블 세 개가 서로 반목하듯 세 면의 벽에 떨어져 붙은 이 좁은 공간엔 딱 하나의 전구가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전구는 달덩이처럼 과대하게 부푼 얼굴로 아주 희미한 빛을 냈다. 전구 안에는 간신히 목숨만 붙은 필라멘트가,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지 세상을 등질 것 같은 시한부 환자처럼 실낱 같은 빛을 힘겹게 뿜었다.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 어두움에 남자는 눈이 침침했다.

  

  전기값을 아끼는 방법도 가지가지로군.

  

  반면에 맞은편 건넛방에는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모를 전구 하나가 방 안을 온통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LED라는 이름을 붙인 작고 옹골차게 생긴 전구는 마치 태양처럼 환한 빛을 힘차게 내뿜었다. 천정 한 켠에는 네 조각의 종이 딱지를 별다른 고민 없이 이어 붙인 듯한 종이 모빌이 매달려 있었는데 빛이 어찌나 환했는지 모빌의 그림자가 아주 새까맸다. 모빌이 느긋한 모습으로 돌아가자 벽에도 똑같이 생긴 까만 모빌이 2차원적으로 돌아갔다.

  

  저 눈부신 공간을 차지한 손님들은 자기들에게 주어진 은총을 인지하지 못하는지 아주 태평한 표정이었다. 누구는 게으른 표정으로 책을 읽었고 누구는 빛을 환하게 받는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남자는 질투에 가득 찬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 쪽의 전구는 이제 최후의 숨을 내뱉을 타이밍을 잡는지 깜빡이기 시작했다.

  

  오오, 전구여. 겨우 그 정도일 것이면 차라리 꺼져주면 좋을 것을.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런 이야기다. 어둠 속에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밝은 곳을 흠모하던 남자는 어느 순간 아주 화딱지가 나더라는 것이다. 부러운 마음이 질시가 되고 이윽고 어두운 방에 자리를 차지한 스스로를 미워하기까지는 아주 짧은 시간만이 필요했다. 남자는 분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은 전구를 너무 오래 바라본 나머지 카페를 나서고도 아주 오래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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