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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 Jun 04. 2021

28 의 식 주와 같이

언어를 사랑하던 나는 언어의 파도에 밀려버렸다. 세상을 만드는 수많은 콘텐츠들, 이야기로 이루어진 것들의 홍수 속에서 휘청 거리다가 이제야 바위에 안착했다. 언젠간 안착할 것이라고 확신은 했으니. 쉽게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도 언어가 사라지지 않았다. 글이 사라지지 않았다. 순간들을 기억하려고 움직이던 문자들은 짧게나마 남아 있었다.


우리는 다분히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 속에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가볍게 이야기할 공통 주제를 찾기 위해, 혹은 나의 이야기를 들키지 않기 위해 요리조리 피해 나누는 겉도는 이야기들이 있다. 겁이 나는 우리. 회사생활을 하며 더 크게 느껴진다.


이 많은 이야기들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고 소리를 내는 이 세대는 어떤 곳으로 정착을 하는 것인지. 흘러넘치는 이야기들에 조금 지쳤다. 이어폰을 귀에 꼈지만 음악은 듣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는 이유를 오랫동안 찾아 나섰다. 본질적인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내 행동에 대한 가치의 '값'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별 이유가 없었다. 쓰고 싶고 하고 싶으니까, 그냥 숨을 쉬며 살아가듯 언어에 둘러싸인 삶에서 내가 선택한 것이다. 생의 아주 기본이 되는 '의'과 '식'과 '주'와 같이.


우리 삶을 만들어내는 '언어'를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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