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위한 첫 발걸음
살다 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이상하게도, 내가 스스로에게서 고치고 싶어 하는 단점을 유난히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그 사람의 모습이 불편하고, 왜 자꾸 나랑 맞지 않는 사람만 만나는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모습들이 어쩐지 낯설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쩌면 내가 외면하고 싶거나,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내 안의 어떤 부분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는 ‘수련’이라는 표현과 참 어울린다. 마치 인생이 우리에게 준비된 거울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그것도 아주 정직하게, 내가 잘 보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의 그림자를 타인을 통해 비춰주는 것이다. '네 안에 이런 모습이 있어. 이대로 괜찮겠니?' 하고 묻는 것처럼 느껴진다.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만남일 수밖에 없다. 마주할 때마다 내 안의 불편함이 건드려지고, 짜증이 나거나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이 과정이 왜 어려운 것일까 생각해 본다.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서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의 단점을 통해 내 안의 그림자를 보게 되고, '나에게도 저런 면이 있구나' 또는 '저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라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마치 내 안의 익숙한 습관이나 부족한 부분과 싸워나가는 과정과 같다. 그 그림자를 마주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분명 용기가 필요하고, 때로는 실패하면서 실망하거나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그 힘겨움 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럴 때 찾아오는 우울함이나 무력감은 마음을 참 무겁게 만든다.
특히 가정의 무게를 느끼고 있거나, 가족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속에서 이런 '인간 거울'을 만나는 것은 더욱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이미 마음이 지쳐 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내 약한 부분을 건드리는 것 같으면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 거울이 가족일 수도 있고, 가까운 친구나 동료일 수도 있을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의 수련은 매일매일이 도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이 경험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네 마음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힘들다고 주저앉거나 외면하는 대신, 여기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쉽지 않은 일인데, 그 마음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럼 이 쉽지 않은 '거울 마주하기'의 과정에서 오는 마음의 무거움을 어떻게 좀 더 긍정적으로 다룰 수 있을까?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첫째, 시선 바꾸기를 시도한다. 그 사람의 행동 때문에 드는 불편함이나 짜증에만 머물지 말고,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 사람이 나에게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말이지. 그 사람이 내 단점을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하면, 개인적인 감정에서 조금은 벗어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게 된다. '아, 이 사람 덕분에 내 안에 이런 면이 있다는 걸 다시 알게 됐네' 하고 생각의 방향을 바꿔보는 것이다.
둘째,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다. 힘들고 부정적인 감정을 단순히 소모하는 대신, 변화를 위한 에너지로 활용해 보는 것이다. '그래, 내게 이런 부족함이 있다면, 이걸 발판 삼아 더 나은 사람이 되어보자' 하고 마음먹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때로는 굉장히 강력한 에너지가 될 수 있다. 그 에너지를 내 안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데 사용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셋째, 아주 작은 변화에 집중한다. 한 번에 완벽하게 바뀌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주 작은 부분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루는 습관이 문제라고 느꼈다면, 하루에 딱 10분이라도 미뤄왔던 일을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해냈을 때 스스로에게 '잘했어' 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다. 우울감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는 생각에서 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작은 성취들이 그런 생각을 깨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넷째,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진다. 거울에 비친 내 단점을 보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줘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은 과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거나 비난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부족한 부분은 있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 단점을 인지하고 개선하려 노력하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대단하다. '이런 점이 내게 부족하구나. 괜찮다. 천천히 노력하면 된다'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너무 자책하면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힘을 잃을 수 있다.
다섯째, 때로는 적절한 거리 두기를 한다. 만약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 큰 스트레스를 주고, 마주할 때마다 감정적으로 소진된다면, 잠시 거리를 두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피하기 어려운 관계일 수도 있지만, 가능하다면 그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거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수련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너무 지치지 않도록 돌보는 것이 우선이다.
여섯째, 이 경험들을 기록한다. 여러 경험과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을 글로 적어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왜 힘들었는지, 그 사람이 어떤 면을 보여줬는지, 그것이 내 어떤 부분과 연결된다고 느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쓰는 과정을 통해 복잡했던 감정들이 정리되기도 하고,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아, 내가 이런 과정을 거쳐왔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거울 마주하기‘는 어쩌면 평생 우리와 함께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살면서 계속 새로운 거울들이 나타나고, 그때마다 내 안의 다른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들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며,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아프고, 때로는 마음을 무겁게 만들 때도 있겠지만…
지금 느끼는 그 어려움이나 마음의 무거움은 성장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힘겨운 과정일지라도,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변화하려는 네 마음이 있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네가 느끼는 책임감이든, 가족과의 소통이든, 네 안의 부족한 부분이든, 그 모든 것을 마주하고 더 나아가려는 내 자신 자체가 이미 참 단단하고 강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은 우리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들은 결국 '너 자신을 더 깊이 알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하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때로는 그 메시지가 좀 어렵게 다가올 뿐이다. 힘낸다.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더 단단해지고 빛나게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