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SSMUSS Nov 11. 2017

2012 런던올림픽 2]
세상에는 많은 스포츠가 있다

축구,펜싱,양궁,태권도,유도...모두 직관. 박종환식 스파르타 여행!

자아,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직관이닷!!!



1. 코벤트리 축구 직관 (7.29일)


동양인 다후는 영국에서 인기가 많았다. 특유의 강인한 눈빛과 바보처럼 웃는 다후의 미소를 보면, "Cute"를 넘어 "Adorable, Lovely"라며, 다후를 쓰다듬고 난리였다. 하지만, 사실 외국인, 특히 서양사람들은 지나가는 아이만 보면 다 이쁘다고 난리이기 때문에, 이에 현혹되어 자신의 아이가 정말로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이쁘다고 생각하면 결국 나중에 자신만 상처를 받는다. 우리 부부에게도 몇 번의 상처가 있었는데, 그 내용은 항상 똑같았다...모르는 유럽인들이 다후를 이쁘다며 연신 쓰다듬으며, 우리 부부에게 항상 이런 질문을 하곤 했다.


So so Lovely...How old is "HE"?


그렇다...그들은 너무너무 이쁘다고 말했지만, 다후를 향해 항상 "How old is SHE?"가 아닌 "HE"라고 물었다. 심지어 몇 번 당한 이후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핑크색 계열의 옷을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가 "SHE"를 매우 강한 발음으로 "SHE is 1-year old"라고 하면, 귀신이라도 본 듯 화들짝 놀라 두 발짝 정도 뒤로 물러선 후, 되도 않는 변명, 즉 우리로 치면 "여장군" 같다느니...하는 말로 우리 다후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치명적 상처를 주곤 했다.


이런 다후가 런던올림픽 첫 직관 경기장인 코벤트리에서 진짜 스타가 되는데... 


그것은 바로 빨간색 유니폼이 없어서 입힌 딸기 코스프레 때문이다. 이 때는 정말 지나가는 사람마다 와서 다후와 같이 사진을 한 장만 찍게 해달라고 난리였고, 한국 기자뿐만 아니라 외신 기자들도 사진을 요청할 정도였다. 실제 연합뉴스와 TV조선 등에 실리기도 했는데, 그 코스프레는 아래와 같다. 덕분에 다후 주변에는 카메라 찍는 소리가 계속 났고, 와이프는 이쁘다고 칭찬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하기에 바빴다. 또, 마침 한국에서 온 힐링캠프 팀이 바로 우리 옆자리에 앉아서, 이경구 아저씨와 사진도 찍고, 나중에 TV로 방영된 올림픽 편 동영상을 받아보니, 골을 넣었을 때 빨간 풍선 같은 게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며 나오는 데...그게 바로 다후다. (런던 올림픽 - 프롤로그 편 참조)

 


2시간이 훨씬 넘는 이동 시간이었지만, How old is HE 다후는 웃음을 잃지 않았고, 그 자신 역시도 딸기를 좋아했기에, 딸기 코스프레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어찌 되었던, 이 날 한국 축구는 스위스를 만나,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2:0으로 승리를 거두게 된다. 기성용과 구자철, 남태희 등 대부분의 선수들 움직임이 매우 좋았고, 무엇보다 스위스를 맞아 전혀 주늑들지 않고 자신감 있게 Play 하는 게 느껴진 경기였다. 이 경기가 끝나고 나서, 이 정도의 경기력이라면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이 일 한번 낼 것 같다고 말한 게 기억난다. 이로써, 현재까지 우리가 속한 B조 강호 멕시코와 스위스를 상대로 1승 1 무에 득실차 +2를 기록한 대한민국은 마지막 경기인 가봉을 상대로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진출하게 된다. 물론 지면 복잡해진다.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 속에서 축구만 하면 경우의 수를 따지게 되는데, 이번엔 제발 경우의 수좀 안 따지게 해달라고 빌어본다.   


그 날의 수훈선수인 구자철, 기성용 선수의 사진... 


2. ExCel London 펜싱 직관 (7.30일)


전야제와 하이드파크 양궁 관람에 이은 코벤트리 축구 원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멕시코와 가봉 경기부터 한국과 스위스 경기를 다 보고 런던으로 돌아오니, 이미 밤늦은 시간이었고, 다후는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허나, 우리에게는 아직 수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다후야. 오늘은 펜싱이라는 유럽의 고급 스포츠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


펜싱은 런던올림픽 실내경기들이 열리는 ExCel London의 South Arena에서 펼쳐진다. 차를 타고 가려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타는 게 굉장한 모험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몇 번 해보면 오히려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보다 더 편할 때도 많다. 런던이나 파리 같은 유럽 도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험은 따로 posting 하겠다. 어찌 되었던, 어제는 다후도 너무 오랜 시간 차를 탔고, 가는 경기장의 주차장도 여의치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이번 런던올림픽을 위해 새로 생긴 EMIRATES AIR LINE (EMIRATES ROYAL DOCKS)을 타보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했다. 런던에서 내가 살던 곳은 Saint John's Wood라는 매우 조용하고, 깨끗하고, 그야말로 Lovely 한 동네이다. 이곳은 영화의 배경이자, 포토벨로 마켓으로도 유명한 노팅힐과 가깝고, 최근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남자가 영국 도시로 이동하면서 머무르는 바로 그곳이다. 영화에서 정말 내가 살던 동네의 골목골목이 나오는 것을 보고 얼마나 그리웠던지...그리고, 우리 집에서 10초만 걸어가면 바로 옆에 비틀즈의 앨범으로 유명한 아비로드 (Abbey road)가 나온다. 정말 좋은 동네였는데...

여기서는 동네 소개 그만하고 다시 본론으로 와서, EMIRATES AIR LINE을 타려면, 일단 우리 집에서 지하철 Jubilee Line (Grey-line Tube)으로 Canary Wharf까지 간 후에 거기서 표를 사고 넘어가야 한다. 잠시 홈페이지 사진을 이용해 소개해 본다. 

 


위의 사진처럼 케이블카 안에서 템즈강의 전경을 볼 수도 있고, 템즈강 주변에 만들어진 올림픽 경기장들을 하늘 위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에 전망대 간 샘치고 우리 가족도 EMIRATES AIR LINE을 타보았다. 의외로 굉장히 길어서, 편도로만 약 10분을 타고 가는데, 날씨가 마침 좋아서 멋진 광경을 볼 수도 있었고, 처음 올라가는 곳과 마지막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부분은 경사가 꽤 심해서 재미(어떤 사람은 멀미 나서 힘들어함)도 있었다. 그리고, 템즈강 주변에서 공 안에 들어가 놀거나, 수상스키 / 제트스키 타는 사람들도 꽤 볼 수 있었다.



이렇게 ExCel LONDON에 도착해서, 펜싱 경기를 보게 되었다. 사실, 나 역시도 펜싱 시합을 직접 경기장에서 본 적은 없었고, 시합 종류에 사브르니 에페니 하는 등의 몇 가지 다른 종목이 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룰과 시합에 쓰는 스킬을 알지 못했기에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고, 또 나야 그렇다고 쳐도 다후나 와이프는 나보다 더할 텐데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 보니 상황이 달랐다. 유럽 사람들이 펜싱에 관심이 많아서 인지, 아니면 올림픽이기 때문에 다들 자신들의 조국을 위해 응원을 하느라 그러는지는 몰라도, 경기장 분위기는 매우 달아올라있었고, 그런 분위기에 다후 역시도 특유의 매서운 눈초리 (아래 중간단 사진)로 경기에 몰입을 하고 있었다. 잠시 다후의 눈매에 대해 말하자면, 잘 놀기로 유명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내 후배가 다후를 보자마자 한 말이... 

"형, 내 눈매도 장난 아니잖아...
근데, 나 다후랑 눈 마주치고 나도 모르게 바로 눈 깔았어"  


그렇다, 그녀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고, 때때로 경기 진행과 관계없는 순간순간에 웃을 꽃을 피웠다. 아...다행이다. 다후가 펜싱도 좋아하다니...



지금까지 런던올림픽 직관에서 내가 본, 내가 간 경기는 거의 전승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펜싱에서는 너무나도 슬프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하필 대한민국 선수에게 일어난 날이었다. 아마 지금은 시간이 흘러, 그 선수의 이름마저도 기억 못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내가 관람한 2012년 7월 30일, 신아람 선수는 정신줄을 안드로메다에 놓은 심판과 그를 적절히 대응 못한 대한펜싱협회의 실수로 인해 눈물을 흘리고야 만다. 단, 1초...단 1초가 올림픽을 준비한 4년만큼이나 길게 이어졌고, 신아람 선수는 억울하게 경기에 패한다. 오전 경기만 해도 위의 사진처럼 가볍게 퇴장을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우리 세상사도 이런 거 같다. 누가 봐도 억수로 운도 없고, 재수가 없는 사람도 있고, 그 반대로 어떤 사람은 그런 기회를 챙겨 이득을 보기도 하고...

다후야, 너는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아빠도 노력 하마...
신아람 선수도 파이팅!!!



그리고, 바로 다음 편...기다리고 기다리던 "대한민국의 확실한 금맥 양궁" 직관과 

축구의 성지 웸블리 (Wembley) 스타디움 직관이 다가온닷!!!




[ 참조 : https://brunch.co.kr/@mussmuss/39 - 런던올릭피 이야기 1 ]

[ 참조 : https://brunch.co.kr/@mussmuss/40 - 런던올릭피 이야기 2 ]


매거진의 이전글 2012 런던올림픽 1] 한 살, 스포츠에 빠질 나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