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올림픽과 함께 한 다후의 human network 활동
다후가 런던에 온 지 10개월. 즉, 만 나이로 이제 막 한 살이 지난 2012년 6월,
런던올림픽의 분위기가 한창 오르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다후가 혼자 걷기 시작한다.
마치 이 곳 런던에서의 올림픽을 기다렸다는 듯이.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 여행기를 쓰려고 사진을 찾다 보니, 다후가 처음으로 스스로 일어나 걷기 시작한 사진이 눈에 띄었다. 자기가 혼자 일어나서 몇 발자국을 걸은 후, 본인도 화들짝 놀란듯한 표정이 아직도 선하다. 그리고, 바로 얼마 후...런던올림픽에 나온 선수들을 보며, 본인도 이럴 때가 아니다란 생각과 함께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였다. 이쯤에서 런던올림픽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2012년, 우리 가족을 영국 전역으로 여행 다니게 한 그 런던올림픽의 추억을 사진 모음부터 시작해 본다.
나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와 같은 유명인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중고등학교 당시에 친구들이 다들 하던 연예인 사진 코팅을 한 책받침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또, 대학교 때는 나이트를 다니며 하도 많이 연예인을 봐서 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나는 에메랄드에서 본 김희선과 고소영, 그리고 JJ에서 본 크라우디아 시퍼를 확실한 미모 Three Top으로 뽑았다), 그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아 또다시 별 관심이 없었다.
참고로, 아래는 당시 유행했던 책받침 스타 여자 3 걸과 남자 3 걸(소피 마르소, 피비케이츠, 브룩 쉴즈, 브루스 리, 아놀드, 주윤발)이다. 근데...놀라운 건, 학창 시절 전혀 관심 없던 여자 3 걸 (왕조현 미안)을 보니, 지금 막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다...사진을 구해 코팅해주는 문방구를 찾아가야겠다.
내가 이런 Celebrity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이런 사람들을 볼 기회가 없었을뿐더러, 심지어 우리 부모님이 다큐멘터리 빼고는 TV를 거의 안 보셨기 때문인 것 같지만, 어찌 되었던 런던올림픽을 개기로 다후는 생애 처음으로 셀럽들을 만나게 된다.
우선, 코벤트리에서 열린 "한국 대 스위스" 축구경기에서 이경규 아저씨를 포함한 힐링캠프 멤버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내가 놀란 건 이경규 아저씨 때문이다. 평소, 아이를 극도로 싫어하게 생기신 이 분이, 우리 다후를 안아 보고 싶다고, 이때 같이 사진 찍으라고 부탁도 안 한 우리에게 먼저 제안을 해 주셨다. 그때 다후는 평소에 못 먹던 과자를 먹었고, 심지어 "딸기 코스프레"를 하여 기분이 하늘을 찌를 듯 좋았던 터였다.
그러나, 아뿔싸... 이경규 아저씨에게 안기자 마자 상황은 급변한다. 정말로 내 와이프조차 평생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할 만큼 다후는 대성통곡 (다후는 정말 안 운다. 울어도 1분를 넘긴 적이 없다)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베테랑 이경규 아저씨도 이에 쉽게 지지 않았다. 당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내가......"라는 결연한 표정 (사진 왼쪽 : 안기고 3초 후)으로 우리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의연히 말씀하셨으나, 결국 5초가 흐르자 안기를 포기한 채 빨리 아이를 가져가라며 씁쓸한 미소 (사진 오른쪽)를 지으셨고...그를 예의 주시하며 지켜보던 외국인들 2명 (사진 위쪽)도 허탈한 듯 자조 섞인 웃음을 보이고 만다.
이경규 아저씨,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창피해하실 필요도요...
아저씬 그때 정말 친절하셨고, 최선을 다하셨어요...시기가 나빴을 뿐이에요.
아마, 손가락에 낀 과자랑 트레이드 마크인 딸기옷을 뺏는 줄 알았나 봐요.
늦었지만, 정말 그때 감사했어요...
이렇게 첫 셀럽과의 만남을 통해...다후는 사회성이 급격히 증진되었고, 이 후로는 전혀 다른 행보를 하게 된다. 한국 축구의 거성 차붐 아저씨와 대포알 슈팅으로 유명한 황보관 코치마저도 웃음 짓게 하였으며, 처음에는 보기만 해도 짜쯩냈던 외국인 가면 (실제 여왕과 왕비 앞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이던가...)을 쓰고 있어도 아무에게나 쉽게 안기게 된다. 이게 다 첫 셀럽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아참, 사실 아래 차붐 당시 해설위원과의 사진은 극적으로 이뤄졌다. 경기가 끝난 후 가는 길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둘러쌓고 차범근 위원과 사진을 찍으려 하자, 매니저가 급기야 오늘은 사진 안된다고 용단을 내리게 되고...정말 단 한 명의 팬과도 사진을 같이 안 찍어주고 버스에 올라타려던 찰나, 내 와이프가 "한 살 아기에게 기념되게 좀..."이라고 중얼거리자, 확 내려와서 다정히 찍어 주시고, 바로 타고 가셨다...어린 아이와 다니면 좋은 점이 이런게 아닌가한다. 우리 가족은 어린 다후와 여행을 같이 해서, 비행기 탈 때 줄을 안서거나 호텔방을 업그레이드 받거나 하는 등의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이번엔 차붐 사진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동안 매우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아도 관광객으로 넘치는) 런던에 왔고, 경기장 주변이나 우리의 광화문과 같이 모여서 응원을 할 수 있는 곳에는 매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 살의 나이로 약 10개국 정도를 여행해 본 다후라고 하지만, 한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본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올림픽은 다후로 하여금 세계 인구에 대한 자신의 소견과 민족의 다양성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먼저, 올림픽 개막 전날인 7월 26일 트라팔가 광장(아래 왼쪽 사진)에는 성화봉송을 보기 위해 아래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중앙에 설치된 올림픽 카운트다운 시계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생겼다. 물론, 성화가 언제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휙 하고 지나갔지만, 그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좋은 장소였고, 또 런던에서 사람들이 가장 모이기 쉬운 하이드파크에서는 성화봉송 중계를 포함한 올림픽 전야제 (아래 사진 오른쪽)가 열렸다. 다후는 우리 부부를 따라 온종일 시내 곳곳을 왔다 갔다 하며 자신 인생의 첫 올림픽을 준비하였다.
올림픽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후로는, 여러 운동장과 응원장을 돌아다녔다. 표를 못 구하면, 런던의 한국문화관(사진 왼쪽)을 찾았고, 표가 있으면 템즈강 주변을 끼고 위치한 여러 경기장에서 다양한 경기를 직접 보았고 (사진 가운데 : 태권도 경기가 열린 excel london), 축구와 같은 경기는 영국 각 지역이 자랑하는 대표 경기장 (사진 오른쪽 : 맨체스터의 올드 트레포드 경기장)을 돌아가면서 보았다.
어디던 사람이 많았지만, 다후에게 문화적 충격을 줄 정도로 사람이 많았던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바로 축구의 성지라 불리는 웸블리 구장이었다. 우리가 간 "한국 대 가봉" 경기는, 모든 경기 중 가장 인기 없는 대진이라고 불렸음에도, 아래 그림처럼 개미떼같이 사람들이 모였다. 수용인원이 9만 명, 많으면 10만 명 가까이 들어가는 축구장답게,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길 자체가 엄청 크고 길었음에도 그 길을 사람들이 다 채워버리는 광경을 연출했다. 그렇다...다후 데리고 집으로 갈 때 죽는 줄 알았다.
그렇다. 어딜 가도 사람은 많았고, 심지어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단연코...
한 살짜리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아빠일 것이다...
그러나 다후야, 아빠 역시 경기장에서 보았단다...집을 향한 너의 간절한 눈빛을, 그리고 방에 나뒹굴며 TV로 봐도 될 경기를 굳이 수많은 인파 속에서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이해 안 간다는 표정으로 경기는 안보고 이곳 저곳 계속 두리번 거리던 너의 모습을...
나도 너를 이해한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다후야...
올림픽 끝날 때까지는 좀 참아라...더 큰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하며...
사진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다 확인하니, 런던올림픽 폴더 안에만 사진과 동영상 파일이 848개나 들어있었고, 그 사진과 동영상을 보니, 우리 부부가 또다시 런던올림픽 기간에 다후를 hard-training 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이 김에 약 2주 남짓 런던올림픽 기간의 활동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다.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