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모시고 해외여행...(부재 : 본의 아니게 후레자식이 되는 법)
부모님을 모시고, 거기에 아이까지 3대가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행지부터 일정, 기간까지 고민할 일이 아주 많아졌다는 뜻이다...왜냐고?
답을 알고 싶으면, 이 글을 읽기 전에 내가 이 전에 올린, 부모님과 해외여행이란 글을 읽기 바란다.(하기 링크)
https://brunch.co.kr/@mussmuss/29
앞서 올린 글에서 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하기란 쉽지는 않다. 시간과 돈 외에도 고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어려운 3대가 같이 가는 여행을 계획하게 된 이유는, 아이가 런던에서 첫 생일, 돌을 맞이하게 되면 서다. 우리 첫 째 아이는 생후 5일째 되던 날 여권을 만들었으며, 그나마 의사의 만류로 (처음 와이프는 30일쯤 되던 때 런던으로 아이를 데려오려 했으나, 의사가 당황하며 50일까진 참아달라고 함) 2달이 되던 때 런던에 왔기에, 한국에서라면 받을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못 받은 게 사실이다. 할머니 & 할아버지의 사랑, 주변 사람들의 관심은커녕, 몇 달 새에 분유 종류만 몇 번을 바꿔야 했고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첫 째는 지금도 아무거나 다 잘 먹는다. 이미 2살 이후에는 회뿐만 아니라, 산낙지, 멍게, 해삼, 심지어 개불과 생새우 같은 것은 물론이고, 할아버지나 드시는 우메보시 같은 것도 그대로 흡입한다), 100일 때도 잔치를 못해 가족 3명이 조촐한 축하 파티만 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라면 형편에 맞게 돌잔치를 했겠지만, 런던에서 사람들 불러다가 돌잔치하기도 그렇고, 돌 사진을 스튜디오에서 찍기도 그렇고 하여, 대신 부모님을 런던으로 모시게 되었다. 마침 첫 손녀도 오랜만에 보실 겸...
자아...일단 부모님께서도 큰 맘먹고 오시기로 했다. 어머니와 누나는 약 3주, 아버지는 일 때문에 늦게 오셔서 약 1주일만 계시기로 했는데,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그 2주간에 뭘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앞서 말한, 여러 조건들을 먼저 면밀히 생각해 봤다. 후레자식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1) 부모님이 뭘 진짜 좋아하실까?
우리 부모님은 정말 두 분 모두 독서광이시다. 특히, 어머니는 역사를 너무너무 좋아하셔서, 한국, 일본, 중국사는 물론 세계사까지도 관심이 많으시다. 이야기 한국사와 중국사, 일본사와 같은 정사는 물론이고, 로마인 이야기나 이원복 씨가 쓴 먼나라 이웃나라와 같은 다양한 역사와 문화 만화들,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 초한지, 열국지, 십팔사략과 같은 만화책, 그리고 태백산맥과 토지와 같은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대하소설을 즐기셨다. 아버지도 사실 비슷하긴 한데, 굳이 비교를 하자면 아버지는 역사를 통한 종교나 철학, 예술(미술과 음악)의 해석에 관심이 특히 많으시다. 사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런 거 같다. 그런 책들이 마루에 많이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달리, 종교가 없으심에도 불교나 천주교뿐만 아니라, 이슬람교와 힌두교 관련 서적까지 모조리 읽으시고, 동서양의 미술사 또는 세계의 유명한 박물관, 미술관에 관한 서적을 엄청나게 읽으신다. 물론, 아버지가 젊으셨을 때, 그러니까 내가 어렸을 때에는 이런 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나처럼, 책 볼 시간에 거의 술을 드셨고, 책 보다 조는 게 아니라 TV 보시다 소파에서 주무셨는데...
이런 부모님과 사학과를 나온 누나가 온다...이제 이런 취향에 맞춰, 런던에서 다녀올 수 있는 곳을 정해 보자. 일단, 역사하면 떠오르는 국가 이탈리아, 예술의 나라 프랑스, 동서양의 만남이자 유럽 역사의 한 축 터키 등이 후보로 일견 떠올랐다.
(2) 여행 시기와 일정, 여행 경험은?
상하이 사건 이후로, 시기도 중요했다. 부모님은 6월 중순에 오신다. 유럽여행이 가장 좋은 시기이다. 날씨만 봐서는 유럽의 특정지역 빼고는 어디든 괜찮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당시에, 나와 누나를 가족도 아닌, 교회 보모 누나에게 맡겨 놓고, 1달간 유럽여행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이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일이었다는데, 그것은 아버지가 몇 년씩 중동 건설현장에 파견 나가시고 해서, 그것이 끝날 때쯤 마음먹고 가신 거라 기억한다. 사실, 8살이나 되었던 나이인데도, 나는 그런 일이 있었나 할 정도로 당시 기억이 전혀 없다. 다만, 마루 사진 속 (커서야 그곳이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인 것을 알았다) 초기 마이클 잭슨 형제들의 큰 뽀글 머리 스타일을 고수한 어머니 사진 만이 나에게 그 사건을 라마인드 시켜줄 뿐...
그렇다. 부모님은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영국, 프랑스와 이태리 등의 대표도시들은 다녀오셨다. 그리고, 만약 초점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라면, 런던도 뒤지지 않는데...하는 생각이 들자, 터키 쪽으로 여행지가 급선회했다. 문제는 아버지 일정이었다. 단 일주일 오시는데, 12시간 비행기로 런던 오시자마자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먼 터키를 바로 가고, 또 그 어마어마하게 크고, 볼거리 많은 나라를 3-4일만 가는 것도 문제였다. 아...터키에 가면, 이슬람부터 유럽 문화까지 다 볼 수 있는데 하며 아쉬워할 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실, 유럽에는 이슬람이나 로마의 영향을 받은 지역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었다. 두 문명이 워낙 세력 범위가 컸기 때문인데, 일 예로 로마에서 멀리 떨어진 섬나라 영국의 중부 체스터 지역에도, 당시 로마식 성벽과 목욕탕 등 로마시대의 유물이 상당하다...배타고 멀리도 온 것이다. 그리고, 스페인 남부의 경우, 지리적으로도 바로 아프리카 위인 데다가, 이슬람 문화와 로마 문화 모두가 어우러진 곳, 즉 안달루시아 지방이 있어서, 부모님의 취향 저격에 딱 이란 생각이 들었다.
[ 사진 영국 체스터에 있는 로마시대 잔재 : 성벽과 건축물 ]
그리고, 일정과 시기를 봐서, 아버지와는 다른 나라 여행을 가더라도 3-4일이 Max.라고 결론지었기에, 우선 해외 출장도 많이 다녀보신 아버지는 과감히 이 역사여행에서 탈락시키고 (이래서 아들 새끼들은 필요 없다는 말이 나오는 듯하다), 대신 아버지 오시기 전에 어머니와 누나랑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여행 가는 작전을 세우게 된다.
이렇게, 아버지를 제외한 세상 누가 봐도 합리적인 여행지 선택 후, 세부 일정을 짜게 된다. 사실, 나는 마드리드, 세고비아, 톨레도, 바르셀로나, 심지어 남부 쪽에 아무도 가지 않는 무르시아 (Murcia)까지 가봤기에 스페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으나, 안달루시아 지역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14년 "tvN의 꽃보다 할배"를 통해 전 국민이 아는 스페인 최고 관광지로 부각된 안달루시아 지역이지만, 사실 내가 여행한 2012년 전까지 이 곳은, 한국인들에게는 스페인을 일주하는 사람들 정도가 가는, 지금과 같은 Hot place는 아니었다. 어떤 특정 나라를 일주하는 여행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연재하겠으나, 여기서 잠시 초창기 배낭여행과 한 나라 일주여행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즉, 20여 년 전의 배낭여행 (1990년 초)은, 한 달 동안 약 10개국 이상을 돌며, 그 나라의 수도나 제1관광지 정도만 가서, 대표 Landmark 앞에서 왔다는 것을 인증하는 사진을 찍고, 또다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여행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여행 초보나 하는 무식한 짓이라고 무시하기도 하고...
그러나, 이것이 정말 구시대적인, 남는 것 없고, 의미 없는 여행일까?
나의 답은 "Definitely NOT"이다. 오히려, 나는 여행을 많이 안 해본 사람들이 처음으로 어떤 지역을 갈 때, 특히 유럽과 같이 작은 지역에 많은 국가들이 모여있는 곳이거나, 미국처럼 한 나라가 겁나 커서 그 나라 안에 엄청나게 다양한 장소가 있는 곳을 처음 간다면 이렇게 대표적인 장소 여러 군데를 될수록 많이 찍으며 다니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도 몰랐던,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나라나 지역을 제대로 파악하게도 되고, 자신에 맞는 여행 스타일도 파악 가능하며, 그로 인해 다음번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도움이 된다. 또, 내가 여행지에서 시간이 모자라거나 할 때 사람들에게 꼭 하는 말이지만,
이번에 다 보지 않고 몇 개는 남겨둬야 돼...
그래야 여기 또 오지...이렇게 좋은데...
이 말처럼, 이렇게 다니다 보면, 첫 여행에서 아쉬움이 남는 국가나 지역에 대해 제대로 보기 위해 다음번에 또 와야 한다는 동기 부여도 된다. "요즘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한 국가만 최소 1-2주씩 있는데...그렇게 Local 사람들처럼 지내다 오는 게 참된 여행 아냐? 그리고, 그게 대세자나?"라는 것보다는 자신에 맞는 여행을 하는 것이 더 참된 여행이 아닌가 싶다.
다시 돌아와서, 스페인 여행 계획은 이러했다. 일단, 나의 사랑 라이언에어 (Ryanair)를 예약한다. 라이언에어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조하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시간을 Saving 하기 위해, In - Out 공항을 다르게 할 예정이기 때문에 항공권부터 예약해 놓고 루트를 일부 조정해야 했다. 거기에 맞게 렌트카랑 숙소도 예약을 해야 했고...
https://brunch.co.kr/@mussmuss/1
아, 역시 우리의 라이언에어는 Speed 였다. 이번에 나는 부모님과의 여행지를 선택하는 데 너무 시간을 쓴 나머지 항공 예약이 조금은 늦었다. 6월 20일에 여행을 가는데, 5월 7일에야 예약을 하고 말았으니...아뿔싸...
그렇지만, 나의 전용기 라이언은 결코 나를 크게 배신하지는 않았고, 그 결과 우리 가족 5명의 런던 - 세비야 왕복표를 267 파운드에 예약하게 되다. 약 한화 45만 원...일인당 9만 원이라는 라이언에어 가격은 나에 아주 싸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급하게 한 것 치고는 만족할 만한 가격이었다. 참고로, 나의 라이언에어 이용기는 아래 동유럽 헝가리 - 폴란드 여행도 참조할 만하다. 당시에, "런던 - 부다페스트 - 바르샤바" + "크라쿠프 - 런던" 일주 비행기표를 일인당 약 11만 원에 구매하였다.
https://brunch.co.kr/@mussmuss/2
자아, 이제 항공권까지 예약을 했다. 6월 20~27일, 7박 8일의 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이다. In - Out은 모두 세비야로 잡았고, 처음 계획은 세비야(Sevilla) - 코르도바(Cordoba) - 그라나다(Granada) - 말라가(Malaga) - 론다(Ronda) - 다시 세비야 Out의 일정이었으나, 6개 도시는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과감하게 코르도바와 론다를 빼고, 대신 말라가와 네르하에서 가족끼리 좀 쉬다가 다시 세비야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것으로 일정을 수정했다. 그렇다...앞서 말한 대로, 다음에 안달루시아 지역을 또 오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론다는 Skip한 것이다.
이렇게 루트를 잡았으니, 이제 이동 수단과 세부 일정을 잡아야 했다. 스페인, 특히 안달루시아 지역을 여행하는 데에는 렌터카가 제격이다. 사실, 서울이나 런던 같은 도심지만 여행한다면 모를까, 여러 지역을 여행하기에는, 그리고 인원이 3명 이상이라면 렌터카만큼이나 편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교통수단"은 없다. 우리 가족은 무려 5명...특히나 아이가 1살이라, 유모차에 기저귀, 분유에, 엄청난 양의 짐을 가지고 다니기에 대중교통은 무리였다. 또, 그래도 5개 도시를 다니는 데, 이동할 때마다 그 비싼 유럽의 기차를 할인권 없이 타기도 너무 비용이 아까웠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7인승 차를 일주일 간 빌렸다.
Argus Car Reatal를 통해서 ALAMO 렌터카를 일주일 "렌트비 & 혹시나 해서 Full cooverage insurance 200유로 + GPS 60유로 + 아기 카시트 50유로 = 310 유로 (약 45만 원)"에 7인승 (Citroen Picasso 5+2) 승합차를 빌렸고, 결론적으로 이 차를 이용해서 우리는 너무나 편안한 안달루시아 여행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