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SSMUSS Nov 06. 2017

아이와의 해외여행팁 3]
부모님과의 가족여행

부모님 모시고 가는 해외여행, 여행지 & 일정 잘못 고르면 후레자식 된다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님까지 모시고 3대가 같이 가는 해외여행에 대한 글.



1. 부모님과의 여행에서는...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하려면, 어린아이를 데리고 할 때만큼이나 많은 고민을 하야 한다. 여행지가 부모님 취향에 맞는 곳인지, 부모님 건강상태가 그곳에 가도 될 만큼 괜찮으신지, 여행 기간과 시기는 적당한지 등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 부모님 여행과 관련하여, 내가 2007년 중국 2주 여행을 할 때, 상하이에서 만난 친구의 이야기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우리 부부는 원래 상하이에서 베이징, 내몽고까지 이어지는 여행을 계획 중이었는데, 그 친구의 권유로 상하이 바로 옆에 위치한 항주와 소주를 "한국 여행사 현지 조인 패키지"로 잠시 가게 되었다. 현지 조인 패키지란, 말 그대로 한국에서 온 패키지 관광팀에 현지에서 조인하여 여행 일정 일부를 같이 하고 다시 헤어지는 것인데, 어차피 자리 남는 큰 버스에 몇 명 더 태우고 가고, 계약된 호텔에 방 하나 더 달라고 하고 하는 등의 일명 야매로 진행되던 것도 많았던 당시 상황이라, 나와 와이프는 2박 3일 항주/소주 여행 + 상하이 시내 관광의 교통, 숙식 모두 다 포함 + 상하이 서커스단 공연 (이것은 그간 친해진 가이드가 공짜로 보여 줌)을 단돈 100불에 조인하게 된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요즘도 가끔 현지 조인 패키지 중에는 마치 땡처리 상품처럼 저렴한 것들도 있다. 어쨌든, 그 여행에서 내가 느낀 것과 배운 것 두 가지는 바로 이것이다. 


첫 째, 자식이 보내준 여행을 오신 우리나라 부모님의 90%는 딸이 보내주는 것이란 점이다. 나도 대한민국의 아들로서 반성할 일이지만, 내가 일생동안 가 본 2번의 패키지여행 (중국, 베트남/캄보디아)에서 모두 느낀 점이다. 우리 부부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대부분 노부부로서, 9쌍 정도 되었는데, 가이드가 여기를 어떻게 오시게 되었냐고 묻자, 그중 8쌍이 딸이 보내주었다고 하고, 나머지 한 쌍도 (이건 굳이 말씀 안 하셨어도 됐었는데) 아들놈이 바빠서 회사 포상으로 나온 여행 표를 지가 못 쓸 것 같다고 하여 자신들이 대신 오게 되었다는...슬픈 이야기였다. 베트남/캄보디아에서도 마찬가지로, 거의 대부분이 딸 또는 사위 (결국 딸...)가 보내주었다는 분들이 많았고, 동시에 자기도 아들이 있지만, 그 새끼들...즉, 아들놈 들은 다 필요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최근에는 여성 근로자도 많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들들이 경제를 책임지고, 특히 60-70대 부모님이라면, 그 아들들은 인생에서 가장 바쁜 30-40대라서 그런 것인가? 이렇게 짜 맞추기에는...어찌되었던 비정상적이고, 슬픈 일 같다는 생각이 떠나진 않는다.   


구글도 알려주는 "아들보다는 딸이 낫다"...슬프다.




두 번째는 느낀 점이라기 보단 그 상하이 친구로부터 "배운 점"이다. 부모님과의 여행이라는 오늘 글의 핵심 포인트이기도 하다. 내가 중국을 간 것이 8월이었다. 항주/소주 패키지를 참여하고 나서, 내가 위에 언급한 딸이 보내주는 일이 많다는 얘기를 하자, 그 친구는 딸이고 아들 이고는 관심 없고, 이런 질문부터 나에게 했다.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너네 부부 빼고 다 어르신이었단 말이야?  
상하이/항주/소주 패키지여행이...?   


내가 그렇다고 하자, 그 친구는 역정을 내며 이렇게 말했다. 


하여간 요즘 새끼들은 다 후레자식들이야!!!  
8월에 상하이로 부모 보낸 것은 효도관광이 아니라, 고려장이란 말이다!!!


그렇다. 8월의 상해는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와 90%의 습도로 인해, 정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고, 걸어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일인 것이다. 나 역시 항주/소주/상하이에서 정말 힘들었고, 잠시 조인한 패키지의 어르신들께서도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대대로 남쪽 지방 왕이나 귀족들은 여름이 되면, 베이징 이북으로 피서를 가는 것이었는데, 이때 부모님을 상하이로 보낸 이들은...후레자식이 아니고 뭐란 말이더냐...


이 뉴스들은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다. 아무튼, 어떤 형태든 고려장은 안된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말하려는 초점은...부모님, 특히 환갑이 넘으신 노부모님을 여행 보내드리려면, 혹은 같이 여행을 한다면, 취향도 취향이지만, 여행시기나 일정도 잘 고려해야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패키지라도...


여기서 잠시 패키지 "가족" 여행에 대해 말하자면, 결론적으로 나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패키지여행은 아주 비싼 게 아닌 이상, 이상한 상점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고, 정말 가고 싶은 곳을 못 가거나, 가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나, 부모님과 아이까지 3대가 같이 여행을 간다면, 아이나 부모님 컨디션에 따라 아침 출발시간 조정도 하고, 때로는 저녁 늦게까지 밖에서 놀기도 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단체 여행에서는 할 수가 없다. 또, 부모님과 아이까지 3대가 패키지여행을 가면 최소 어른 4명에 아이 1-2명인데...대부분의 패키지여행이 약간의 할인은 있어도, 소아나 유아까지도 비용을 다 받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어마어마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보내드리는 것도 아니고, 가족끼리 혹은 아이들까지 3대가 같이 간다면, 여행도 여행이지만, 가족 만의 추억을 만드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될 수 있으면 많이 보는 게 패키지의 장점이자 매력이지만, 이렇게 하다 보면, 여행을 같이 온 자식들과 저녁에 맥주 한잔하며 그동안 못한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시간이 가더라도 손자 손녀들이 노는 모습을 가만히 앉아 보는 즐거움도 가질 수가 없을 수 있다. 여행이란...이런 게 더 큰 목적이기도 하니까...  


# 오늘의 교훈 : 아들놈들아, 부모님 모시고 좋은 데 좀 다녀라...

매거진의 이전글 멕시코 3] 아빠 따라 인류학에 입문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