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박물관...멕시코 인류학 박물관...
떼오띠우아칸 관광은 단순히 역사적 장소를 가봤다는 것 이외에도, "자연의 이치, 즉 자연에 역행하지 말고 물 흐르는 듯한 삶을 살라"라는 교훈마저 우리 가족에게 선사했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떼오띠우아칸에 이은 멕시코시티에서의 다음 계획 또한 역사 투어였다. America 대륙 첫 문명의 발상지인 이 곳 멕시코에서의 역사 투어를 이대로 끝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만 1세에 이미 등껍질이 벗겨지는 경험을 하고, 태양의 피라미드 오르막 300계단 역시 가뿐히 혼자 질주하여, 마치 초등학교 남자 무제한급 씨름선수마냥 허벅지와 종아리가 크고 단단해진 다후에게는, 이번 투어에 대해 전혀 동의를 구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멕시코 2편을 보면 알겠지만) 그 날밤 다후의 표정과 벗겨진 등, Two color가 된 다리통을 생각하면, 아무리 친부모라 해도, 혹은 스파르타식 교육이라는 단어를 한국에 처음으로 널리 퍼뜨린 박종환 축구감독이라 할 지라도 선뜻 어딜 또 가자고 말을 걸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역사 투어의 계획은 매우 단순하다. 아침 일찍 집을 나와, 멕시코 국립 인류학 박물관을 '면밀히' 살펴보고, 바로 앞에 있는 차풀떼뻭 공원을 거닌다. 그리고, 이왕 온 김에 공원 끝에서 시작되는 차풀떼뻭 성까지 올라가서 '자세히' 역사를 되돌아 보고, 숙소로 되돌아오는 Day tour이다. 이 얼마나 심플한가?
여기서 잠깐...친구들은 나와 같이 여행할 때, 절대로 나에게 일정 짜는 권한을 주지 않는다.
너무 빡세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결국 누군가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와야만 그날이 끝나기 때문이다.
내가 이전에 쓴 글인 "왜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과 여행을 가지 않는가?"를 보면 알겠지만,
영국 런던에서의 Day tour들도 다들 미쳤다고 한다.
예를 들어, 100일도 안된 아이를 데리고 한 첫 Day tour만 해도, "런던 - 런던 남동부 관광 - 이스트본 - 세븐 시스터즈 - 브라이튼"을 포함한 남부 일주를 하고 밤 12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친구들은 한마디로 그것은 한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하는 'Day tour'로는 매우 부적합하다고 혹평했다.
어쨌든, 그날도 우리는 '이전과 같이' 심플한 Day tour를 인류학박물관에서부터 시작했다.
우선, 박물관 자체에 대한 얘기부터 잠시 하면...흔히들 말하는, 세계 3대 박물관이란 말은 대부분 들어봤을 것이다. '세계 3대 박물관, 세계 10대 미스터리'와 같은 줄 세우기 식 설명 방법은 대부분 일본 사람들이 지어낸 것들인데, 이러한 이야기가 가끔은 어떤 사실에 대한 큰 상황을 보기에는 편할 때가 있다. 그게 실제 누구나 인정하는 3대 박물관이던, 일부만 인정하는 10대 미스터리던 간에, 여하간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택한 것들이기 때문에, 설사 그 List에 있어서 서로 조금은 다른 경우가 있어도 (예를 들어, 세계 7대 불가사의에서...이집트 피라미드와 중국 만리장성 빼고는 항목이 많이 다르다. 갑자기 버뮤다 삼각지도 나오고...왜 이렇게 세상에 불가사의한 것들은 많은지...), 전체적으로 어떤 사실에 대한 감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 3대 박물관에 대해서도 사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영국 대영박물관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대부분 세계 3대 박물관에 넣지만, 나머지 하나가 꼭 문제가 된다. 그 나머지 하나의 후보로는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흔히 MET 이라고 불리는), 바티칸시티의 바티칸 박물관,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박물관, 대만의 국립고궁박물원 등이 있다. 나는 이 곳들 중에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제외하고 다 한 번씩은 가봤는데...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이것들 중에 세 번째 박물관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정말 멕시코 인류학 박물관이야말로 나만의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라는 것이다. 너무나도 좋은 이곳을 소개한다...
[Wikipedia, 두산백과, 박물관 Homepage 등에 따르면] 이 박물관이 보통 1964년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곳은 첫 멕시칸 대통령의 명에 따라 'National Mexican Museum'이란 이름으로 1825년 만들어졌고, 1865년 장소를 이전하였다가, 다시 1964년 현재의 장소로 옮겨지며 새롭게 건축되었다. 박물관을 입장하면 곧바로 빨랑께 유적에 있는 생명의 나무를 모티브로 만든 거대하고 멋진 분수 기둥이 자리하고 있으며, 1층에는 떼오띠우아깐(Teotihuacan)실, 똘떽(Los Toltecas)실, 아즈텍(Mexica)실, 마야(Maya)실과 같은 멕시코 고대 유적들을 둘러볼 수 있는 12개의 전시실이 있고, 원주민의 삶를 엿볼 수 있는 2층 멕시코 문화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태양의 돌' 외에도 많은 귀중한 자료를 많이 소장하며, 초기 수렵민 시대로부터 아즈테카 시대에 이르기까지 멕시코 각지의 고고학적 유물, 현대 멕시코의 민족지학적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일단, 이곳이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는,
전시된 모든 유적/유물이 모두 멕시코 안에서 발견된,
즉 모두 진짜 자기들 것이라는 점이다.
뭔 소리냐고 할지 몰라도, 나는 런던에 있으면서 대영박물관을 자주 찾아가곤 했는데, 항상 들어갈 때마다 드는 생각은 "여기가 왜 대영 (Great Britain) 박물관인가?"라는 것이었다. 정작 관광객이 몰려있는 대표 유물들을 보면 하나같이 어디서 뺏어온, 그것도 대놓고 "나 가져간다"하고 가져왔거나 때때로 그 말마저 하기 귀찮아 그냥 뽀리친...즉,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도 확실하고, 지금까지도 그 주인들이 돌려달라고 아우성인 것들인데도, 전혀 그것을 미안해하지도 않고, 아주 Gentle하게 쌩까는 모습이 너무너무 싫었고,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조차도 그것들을 돌려줄 필요는 없다고 싸가지 없게 말하는 것을 보면, 정말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고는 했다. 물론, 대영박물관이 공짜인 것은 너무 좋다. 웃기는 것은, 돈을 못 받는 이유 중 하나가 전시 유물의 대부분이 남의 것을 가져다 온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입장료를 받지 못하는 규약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 좀 되돌려 주던가...
어찌 되었던 대영박물관에는, 이집트의 고대사를 밝히는 중요한 유물이자, 우리의 세계사 시험문제에 꼭 나왔던 바로 그 '로제타석'이 들어가자마자 자리 잡고 있고, 기원전 5세기에 신을 모시기 위해 아테네 인들이 만든 파르테논 신전이 통째로 뽑혀져서 한 방을 만들고 있으며, 멕시코의 아즈텍 유물과 이스터섬의 거대 석상, 스리랑카의 청동 불상, 이집트의 스핑크스,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물, 아프리카 청동상까지 전 세계의 유물이란 유물들이 모두 탐욕스러운 콜렉터에 의해 모아져 있다. 이렇게 구성된 박물관이 정말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라는 명성을 듣는 게 맞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실제, 앞서 말한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세계 3대 박물관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곳의 유물 300만 점은 모두 합법적으로, 즉 제대로 된 경로로, 돈을 지불하여 산 것들이란 점에서, '도둑질한 박물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찌 되었던, 이 곳 멕시코 인류학 박물관의 모든 유물은 'America 대륙 최초 문명의 발상지 멕시코', 바로 그 들의 것이다.
우리가 도착하여 처음 본 박물관의 모습은 아주 평범했다. 그 안에 숨어있는 무언가가 짐작 가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그곳을 지나 안으로 가면, 앞서 언급한 생명의 나무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Central courtyard가 모습을 드러낸다. 대영박물관의 앞마당보다 큰...
이 Central courtyard의 중심에 선 생명의 나무 건축과정과 실제 모습을 보면, 그 웅대함에 놀랄 수밖에 없고(공사판에 있는 사람이 점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박물관의 의미와 매우 잘 어울리는 빨랑께 유적이 모티브가 되었다는 점이 매우 멋지다고 생각이 든다.
웅장한 정원으로 시작되는 이 2층 건물의 박물관은, 길 따라 순서대로 돌기만 해도 3마일 이상, 그러니까 약 5Km 거리가 되어서, 관람을 위해 최소 2시간 이상은 소요되므로, 보통 역사나 박물관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반나절 정도, 그리고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하루 온종일을 투자해도 모자를 지경이 된다. 그래서 보통 여행자라면, 오늘 나와 같이 "인류학 박물관 + 차풀떼뻭 성 & 공원"을 포함하여 하루 일정을 잡고, 조금이라도 더 박물관을 보고 싶다면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하면 적당한 것 같다.
자아...다후야, 이제 시작이다.
아빠가 그리도 좋아하는 사학과 인류학의 정수를 이제 같이 느껴보자!!!
라고 외치며 박물관을 들어가려 할 때 다후는 이미 자고 있었다...
이것은 분명 엄마를 닮아서 이리다...
이 아빠로 말할 것 같으면 공대 중에서도 가장 공대스러워서, 단무지 (단수 무식 지랄)라 불리는 기계공학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공학보다는 인문학과 예체능에 관심이 많아, 공대생 그 누구도 관심 없었던 인류학 수강으로 A+를 받았으며, 각종 미술 수업뿐만 아니라, 대학시절 체육과목만 20학점 이상 수강하였단 말이다. 보통, 체육은 1학점 씩이라 20학점 이상을 수강하기 위한 나의 노력은....아,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는 쑥스러우나...그야말로 대단했다. 뭐라도 성취하려면 이런 노력이 필요하단다...나의 딸 다후야...
아빠는 테니스 1, 2, 3, 4까지 테니스만 2년에 걸쳐 4학점을 수강하였으며, 야구, 테니스, 탁구, 볼링, 스키, 골프 등 거의 매 학기 학교수업을 체육으로 채웠으며, 그를 위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거의 매일 당구 등의 개인 운동을 따로 실시하였다. 물론, 아빠도 사람인지라 운동을 너무 많이 한 여파로 인해 매일 피곤에 휩싸여, 정작 기계공학과 수업에는 어쩔 수 없이 피로 회복을 위해 숙면을 취했고...
이런 각고의 노력에 의해, 대학교 1-2학년 때 (괜한 욕심으로 전공 위주로 듣다가) 학사경고 수준의 낮았던 아빠의 성적은 3학년 1학기 테니스 1에서의 대학교 진학 사상 첫 A+을 시작으로, 테니스 1 -4까지 모두 A+, 골프, 볼링, 스키, 야구 등까지 체육 전과목 A+, 그리고 나의 전공과 다름없는 인류학 A+을 방점으로, 졸업 당시에는 학점이 평균 B (3.0) 수준까지 급등하게 된다. 너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해 그 누구도 기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전공 필수 과목 외의 모든 과목을 인문학과 예체능으로 수강하기로 한 "우리나라 CEO들이 특히 못하는 과감한 결정", 그리고 전공과목 모두를 포기한 채, 그 외 과목들에서만 "선택과 집중"한 결과, 예체능 평점 4.0을 넘는 거의 전교 1등 수준의 성적을 획득했기에 가능했던 결과이지...비중이 낮은 교양만으로 전체 평점 1 이상을 올리기란 기적과 같은 것으로, 배점 높은 국영수를 반에서 20등 한 후, 예체능으로 전체 등수를 10등까지 끌어올린 것이라고나 할까? 아, 다시 생각해도 내 자신이 장하구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이처럼 피나는 노력을 통해야만 무언가가 이루어지지...
이런 삶을 살아야 한다, 다후야...
라는, 우리 가족 그 누구도 듣지 않는 말을 허공에 흩뿌리며 내가 그리 원하던 멕시코 인류학 박물관 관람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