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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SMUSS Nov 11. 2017

2012 런던올림픽 3]
끝없는 직관 투어...힘들다

드디어, 웸블리 스타디움!!!

신아람 선수의 오심 논란으로 우울했던 하루,

이제는 대한민국의 희망 양궁과 축구 8강 진출로 풀어야 할 때다...



3. 로드 크리켓 구장 양궁 직관 (7.31일)


찜찜하게 끝난 펜싱의 한을 풀고자, 오늘 직관은 세계 최강, 대한민국의 영원한 금맥, 양궁 경기를 보러 간다.

특히, 이번 양궁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바로바로 
크리켓의 메카 "로드 크리켓 구장 (Lord's Cricket Ground)"

크리켓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사람들은 이 곳을 잘 모르지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축구에 비하자면, 바로 축구의 성지 "웸블리 (Wembley) 스타디움"과 동급으로 생각하면 되는 곳이다. 심지어, 누가 선정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유적 1001"에도 선정될 정도의 의미 있는 공간이며, 구장 내에 있는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 박물관"으로 크리켓 관련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우연히 이런 중요한 장소가 우리 집과 걸어서 3분 거리에 위치했는데, 처음에는 난 이곳이 크리켓 운동장이었는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관중석이 그리 높지도 않은 데다가, 경기장 벽도 마치 성처럼 높아서, 경기장 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런던에 집을 구하고 얼마 안 되어, 이 주변 거리가 온통 사람으로 가득 찬 적이 있는데, 그 날 바로 중요한 크리켓 경기가 있는 날이란 말을 듣고서야 나는 이곳을 알아보게 되었다. 작아 보이지만, 무려 3만 명 가까이를 수용할 수 있고, 크리켓이 연중 열리는 것이 아니라, 테니스나 양궁과 같은 다른 종목, 또는 콘서트 등의 행사 장소로도 이용된다.


한 번은 인도 친구가 "너네 나라에서 제일 인기 있는 스포츠가 뭐냐?" 묻길래, "우리나라는 남들이 잘 안 하는 야구(사실, 야구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대만, 네덜란드 등 몇 나라 안된다, 하물며 프로리그가 있는 나라는 더 드물고)가 제일 인기다"라고 답하며, 너네 인도는 뭐가 제일 인기냐고 되물었다. 당연히, 크리켓 임을 알고 물은 것인데, 그놈이 다른 종목을 말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내가 "너 뭔소리냐...크리켓이 제일 인기 아니냐"라고 하자, 그 친구는...


크리켓? 그건 젤 좋아하는 종교고...넌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 물었잖아...


헐, 종교...그렇다. 크리켓은 인도에서 거의 종교급에 해당하는 인기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물론 여기에도 앙숙관계의 라이벌이 있다. 바로...파키스탄!!!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내가 폴란드 여행기에 쓴 독일 대 폴란드의 축구 경기, 혹은 한국 대 일본의 야구경기 이상의 앙숙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서, 단순 시합이 아닌 전쟁으로 불리고 있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은 종교적 문제와 카슈미르의 독립 등의 이유로 이미 3차례의 전쟁을 벌였고 지금까지도 산발적인 게릴라전과 국지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서로 간의 분노가 크리켓에 그대로 담겨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크리켓 경기는 전쟁과 똑같다. 총과 총알이 아닌 공과 배트로 하는 전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만난 한 파키스탄 친구는 자신이 원자 공학을 하는 이유가 핵폭탄 기술을 빨리 배워 인도에 대항하기 위해서라고 말한 게 기억이 난다...아, 우리가 남의 나라 전쟁 걱정할 때는 아닌데...여하간, 갑자기 얘기가 양궁에서 크리켓으로 흘렀지만, 어찌 되었던 이 곳 로드 크리켓 경기장은 역사적으로나 많은 의미를 지닌 곳이다.




이 날은 무조건 메달 따겠구나 생각하며, 여유 있게 맥주를 마시며 봤는데, TV 해설조차 없이 직접 경기를 보다 보니 양궁이 이렇게 살 떨리는 경기인 줄 처음 알았다. "아, 원래 한국에서 TV로 올림픽 양궁 볼 때도 이랬었나?"라고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이 정도 같지는 않았는 데...정말 한발 한 발에 탈락이 결정되고 하는 살얼음판 경기가 이어졌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한국 방송을 보고서야 안 사실이지만, 이렇게 된 이유는 너무 한국 양궁이 독주를 하자, 국제 양궁연맹에서 뭐 할 때마다 한국이 불리한 쪽으로 경기 룰을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선수들이 워낙 안정적으로 쏴서, 한 두발 실수해도 바로 만회해 버리니까 화살 숫자를 18발에서 12발로 줄여서 실수를 했을 때 영향을 크게 받도록 하지를 않나 (반대로 Underdog 인 선수는 몇 발만 재수로 잘 쏴도 Topdog를 이길 수 있는 기회도 줌), 게임 시간을 줄여서 심리적 압박과 실수를 많이 하도록 하질 않나 하는 등의 룰 변경은 그나마 그런가 보다 하는데, 말도 안 되는 룰 변경 시도도 많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억지로 양궁장에 바람을 불어 화살 방향이 무지막지하게 바뀌는 장소에서 시합하는 것도 시도했고 (실제 세계연맹의 계략대로, 한국 선수들조차도 이런 곳에서는 6, 7점 밖에 못 쐈다고 하는데...문제는 다른 나라 선수들이 여기선 거의 빵점을 쏘는 게 함정), 단체전 인원을 3명으로 줄여서 우리 선수 중 한 명이라도 아프거나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틈을 이용해 한국을 이기려 했으나, 문제는 정작 이상하게 외국선수들만 아프거나 컨디션 난조가 와서 하나마나한 일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룰 변경도 많았는데, 총점으로 상위 몇 명까지 본선으로 진출하고 하던 방식 (그러면, 우리나라 애들 다 올라감)을 1:1 혹은 토너먼트로 하여 한 번의 실수로 바로 탈락시키는 것이나, 바로 이번 런던올림픽 때 처음 시도된 세트제가 바로 그것이다. Average가 높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말도 안 되게 불리하게 끔, 전체 점수가 아닌 6발 1세트로 하여, 세트를 더 딴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인데, 이 미친 룰 변경 때문에 우리는 스릴 넘치는 경기를 계속 보게 되었다. 즉, 솔직히 말해서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리한 룰이지만, 한발 한발에 따른 변수가 심해지고, 그러다가 Topdog이 한 세트를 내주거나 하면 급격히 흔들리는 경우가 생겨서, 이변이 속출했고 이런 맛에 경기 본다라는 말이 나오게 끔 바뀐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렇게 길게 지면을 활용하여 룰 변경을 설명하였으나, 이번 역시 세계 양궁연맹의 계략은 수포로 돌아갔다. 우리 선수들이 압도적 (사실 막판 한 발로 승부가 바뀐 것도 있었지만) 경기력으로, 오늘 경기를 포함해서 4개 중 3개의 금메달을 가져갔으니 말이다...ㅋㅋㅋ

경기 끝나고, Lord's Cricket Ground 바로 옆의 Danubius hotel을 지나다가, 그곳에 머물던 자랑스러운 선수들과 방송사 취재진을 만났다. 아참, 오늘 경기표를 구해 준 방송 관계자의 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4. 드디어, 웸블리 스타디움 축구 직관 (8.1일)


로드 크리켓 구장에서의 금메달 감동을 이어갈 오늘은...내가 그토록 기다린 바로 축구의 성지 웸블리 직관 날이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좋아하면, 당연히 그와 관련된 어떤 목표를 세우곤 한다. 예를 들면, 마라톤 하는 사람들은 죽기 전에 보스턴 마라톤을 꼭 한번 참여한다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계 몇 대 봉을 정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한다. 그렇다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특히 축구를 좋아한다면...당연히 세계 대표 클럽들의 홈구장에 가서 그들 경기를 직관하는 꿈을 꿀 것이다. 올드 트래포드나 웸블리, 캄 누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알리안츠 아레나나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 경기장 등은 그야말로 가보고 싶어 하는 꿈의 구장이다. 나 역시 축구장 외에도 뉴욕에 가서는 양키스타디움을, LA에 가서 Staples center를 갔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건축에도 관심이 있어서, 대표 클럽이 있는 도시들을 가면 꼭 경기장을 보러 가거나, 가능하면 경기장 투어를 하곤 했다.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는 너무 늦게 가서 투어를 못했고, 정말 아쉽게도 내가 마드리드에 머문 3일에 주말이 끼어있었으나, 홈구장 주인인 레알 마드리드가 그 주에는 원정경기였다. 또, 영국의 많은 훌륭한 구장 중 올드 트래포드는 100년이 넘는 역사가 자연스레 풍기는 Classic 한 느낌을 받았고, 반면 만든 지 20년도 안된 "카디프의 웸블리", 밀레니엄 스타디움은 그야말로 올드 트래포드와 반대인 Modern 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얼마 전 다녀온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의 홈인 "라 봄보네라"는 오래되었음에도 뚜렷이 대비되는 Color (스웨덴 국기 Color 그대로 임)로 인해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


어찌 되었던, 오늘은 런던올림픽 축구 8강 진출을 다투는 중요한 시합을, 웸블리에서 직관하기로 하였다. 다후는 마치 파블로프's 개 실험 (종을 치고 먹을 것을 주다 보니, 종만 쳐도 개가 침을 흘리는 실험)의 주인공처럼 나가기만 하면 딸기 옷을 입고 싶어 했다. 오늘은 8월 1일...한 여름임을 감안하여, 딸기 옷은 경기장 안에서 입히리...하며 축구의 성지 웸블리로 떠났다.


그렇다. 그곳은 진정한 성지의 위엄이 있었다.


일단, 아래 사진의 경기장까지 이어지는 대로는, 마치 로마가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올 때 거닐었던 대로와 같이 느껴졌고, 경기장이 9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이다 보니 그 위용 자체도 장난이 아니었다. 일찍 왔기에 망정이지 대중교통을 타고 저 인파 속을 헤치고 들어왔을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30 파운드짜리 표이다 보니, 가장 윗 쪽 자리라 선수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경기장 방문 자체에 나는 만족했다. 다후는 그동안의 피로도 풀 겸, 그리고 실제 경기가 시작되면 응원을 더 맹렬히 하기 위해, 아래 사진처럼 성지 웸블리 글자를 무시한 채 자고 있다. (그러다, 진짜 경기 시작하기 직전에 깸) 불쌍한 놈...그리고, 이어진 경기...


우리는 당시 B조에서 멕시코와 함께 공동 1위 (골득실차, 다득점 등 모든 게 동일)를 달리고 있었고, 최종전 상대는 B조 최약체로 평가되던 가봉 (멕시코 상대는 벼랑 끝에 몰린 스위스)이었기에 웸블리에서의 첫 승을 예상했다. 그리고 조 1위 확정과 함께 8강 진출...꼭 그래야만 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만약 B조 2위로 올라가게 되면, 8강전 상대로 당시 우승후보라 거론되던 개최국 영국과의 어려운 원정경기를 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내가 본 직관 경기 중 거의 최악의, 제일 재미없는 수비 축구로 진행되었고, 결과 역시 0:0의 졸전...우리는 스위스를 1:0으로 이긴 멕시코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오르게 된다.


아, 너무 일찍 영국을 만나게 되네...   


저녁에 들어오니, 영국 언론에서는 8강 상대가 중남미 강호 (특히, 어린애들이 뛰는 올림픽에 강한) 멕시코가 아닌 한국이 되자, 이미 4강 진출을 기정 사실화하면서, 그다음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다... 



경기에서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웸블리의 경험은 아주 훌륭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나오던 길에 한 때 유럽 축구를 뒤 흔들었던 차붐과 우리 가족은 마주친다...해설위원으로 이 곳에 온 차붐...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달려들어, 어떻게 하지 못하고 그냥 버스만 보고 직진하다가, 마침 매니저가 "선생님, 저 아기랑은 사진 한 장 찍어주시죠"라고 했고, 모두를 무시한 채 버스로 직진하던 차붐 아저씨는 나와 다후를 위해 사진을 찍어주셨다...


ㅋㅋ...이게 다 다후 덕이다... 어린아이와 여행하는 묘미가 이런 데 있다. 
우리 부부는 다후랑 여행 가서, 호텔 무료 업그레이드, 공항 Fast track 무료 이용 등등 너무나 많은 혜택을 받았다...


너무 고맙다 다후야...물론, 이런 혜택 때문에 너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아, 이제 또 8강 직관을 준비해야 한다. 오늘 졌으면, 축구 직관은 이것으로 끝이었는데...8강에 올라감에 따라, 직관 스케줄을 바꿔야 한다...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다음 경기는 영국과의 숙명의 맞대결...




[ 참조 : https://brunch.co.kr/@mussmuss/39 - 런던올릭피 이야기 1 ]

[ 참조 : https://brunch.co.kr/@mussmuss/40 - 런던올릭피 이야기 2 ]

[ 참조 : https://brunch.co.kr/@mussmuss/41 - 런던올릭피 이야기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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