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SSMUSS Dec 03. 2019

하와이 트레일 2] 마노아 폭포

호오말루히아 야외식물원 - 마노아 폭포

이 트레일 두 번째로는 오아후에 있는 호오말루히아 야외식물원(Ho'omaluhia Botanical Garden) & 마노아 폭포 (Manoa Falls)


오아후에도 역시나 많은 여행 코스가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 두 곳을 온 이유는..."하와이 트레일 1"편을 참조하면 된다. (왜 하와이까지 와서 트레일을 하는지, 또는 왜 아이들이 트레일을 겁내는지 등) 


https://brunch.co.kr/@mussmuss/80


빅 아일랜드 화산국립공원의 설퍼 뱅크스 & 이키 트레일을 약 7시간 동안, 하루에 완주를 한 후, 우리 아이들은 숙소를 나설 때마다 기계적으로 "아빠, 오늘은 어디가?  혹시 산은 안 가지?  맞지?"라고 묻기 시작했다. 


아직 순수한 나는, 나보다 더 순순한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었기에... 


"얘들아, 오늘은 정말 멋있는 나무들이 많은 (큰 산에 있는) 식물원 하고, (산속 아주 깊이 있어서, 보려면 많이 걸어야 하는) 폭포를 보러 가자!!!, 어떤 사람들은 (그 산속 깊은 곳까지 힘들게 걸어가서) 폭포 안에서 수영도 한데..."라고, 호오말루히아 야외식물원과 마노아 폭포 트레일을 매우 사실적이며, 간접적으로 소개했다. (실제, 물이 많을 때는 마노아 폭포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폭포수 안에서 동물 배변 때문에 발생하는 렙토스피라 병균이 발견되었음에도... 그러니, 거짓말은 절대 아니다)


뭔가 나무가 많은 식물원이나 폭포는, 어딘지 모르게 산 꼭대기에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그나마 뇌가 성장한) 첫 째가, "폭포는 됐고, 그냥 바다에서 수영할래"라고 정곡을 찌르는 의견을 개진하였으나, 나는 누가 말을 해도 "안 들려, 안 들려" 하며, 자기 생각대로만 밀고 나가는 국회의원처럼 "자아...그럼 오늘은 폭포 수영을 하자...정말 좋지? (미안하다 얘들아...)"라며 순진한 아이들을 자동차에 밀어 넣은 후...되돌아갈 수 없는 또 하나의 트레일을 시작했다. 


참고로...이 두 곳은 쥬라기 공원이나 아바타와 같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다양한 나무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꼭 가보고 싶었다. 바로 전날에, 쿠알로아 랜치를 Full day package로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 호오말루히아 야외식물원 : Ho'omaluhia Botanical Garden ]


하와이에는 훌륭한 식물원이 많다. 호오말루히아 야외식물원도 그중 하나이며, 특히 이곳은 안에 있는 호수와 숲도 멋있지만, 들어가는 입구에서 보는 진입로 풍경이 기가 막혀서 최근에는 한국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경비 아저씨가 입구에서 정차하고 사진 찍는 것을 막는데...아마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입구에서부터 정차하고 사진을 찍어서 통행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생각된다. 우리 가족은 개장시간에 딱 맞춰 가서, 앞뒤에 아무도 없었으나, 아저씨 말을 거역할 수 없었기에, 차로 이동하며 차 안에서 이동 중에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아래 사진들에 유리 반사가 된 이유)



그리고 5분 후...차 안에서의 평화로운 사진 촬영도 이제 그만...

"얘들아, 이제 나와라...걷자..."


둘째 아이는 식물원이란 단어조차 모르기에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전혀 예상 못했고, 첫 째 아이는 한국에서 식물원을 몇 번 가봤기에, "아빠, (유리 온실로 된) 식물원 어딨어?"라는 차라리 안 물어보는 게 나았을 질문을 했다. 


"저기 보이는 산...전체가 식물원이다......이제 본격적으로 식물원을 보자..."

"......"



이미 언급한 것처럼, 이 곳 식물원은 "어떤 특정 건물 안에 식물들을 따로 모셔 놓은..." 그런 식물원이 아니다. 산의 일부를 아주 자연스럽게 식물원으로 꾸며 놓은 곳이다. 아래 지도처럼, 왼쪽 상단의 Gate부터 Visitor center를 거쳐, 오른쪽 끝에 있는 막다른 곳까지 도로만 따라서 걸어도 대략 왕복 8km 이상이며, 만약 중간중간에 연결된 각기 다른 트레일을 걷는다면... 하루 종일 걸어도 다 못 돌아볼 정도로 큰..."산 식물원"이다. 


입장료도 공짜이고, 내부에 큰 호수도 있으며 (심지어 주말에는 낚시도 할 수 있다), 여러 번 오더라도 각기 다른 코스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우리 가족이 방문한 날에도, 많은 현지인들이 가벼운 차림으로 식물원 안을 조깅도 하고, 때로는 서로 이야기하며 천천히 거닐기도 하고, 곳곳에 있는 피크닉 테이블에서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으며 하루를 여유롭게 보내는 모습이 정말 부럽기도 했다.  




너무도 아쉬운 점은...이 곳 식물원 지도를 오기 전에 미리 확인하지 못해서, 시간 계획을 잘 못 짰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무릇 식물원이라 함은..."아무리 요상하게 생긴 나무가 있더라도, 대략 두 시간 정도면 너무너무 지겨워서 더 이상 시간을 보낼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기에, 오전에 이 곳을 갔다가, 오후에는 마노아 폭포 트레일을 계획에 넣은 것이 실수였다. (하와이 일정상, 오늘이 아니면 마노아 폭포를 갈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오전에만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지만...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터득한 한 가지 진실, 즉 "무언가 아쉬운 것들, 못 보고 돌아오는 것들을 남겨둬야만 그곳에 또 오게된다"라는...철학자의 말 같으나, 실제는 변명거리에 불과한 이 말을 생각하며 식물원을 나왔다.


아래는 식물원에서의 마지막 주차장 & 휴식처 (이 곳 이후는 출입을 제한했음)...걷다보니 해가 뜨기 시작하며 구름도 조금씩 사라져 하늘이 파랗게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산을 걷는 트레일에...모든 것을 내려 둔 채...묵묵히 걷는 아이들.


하와이에 다시 와도, 편안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 다시 찾고 싶은 곳이었다. 이 곳, 호오말루히아 야외식물원은......





[ 마노아 폭포 트레일, Manoa Falls Trail]


오전을 "산으로 된 식물원"에서 보낸 가족, 아니 아이들은...동물적인 감각으로, 다음에 갈 폭포 역시...어딘가 깊은 산속에 있을 것임을 직감한다. 


이때,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블랙핑크 언니들 이야기를 꺼낸다. 그들은 내가 좋아하는 거의 유일한 걸그룹 중 하나로서 (국내 걸그룹은 2NE1, 씨스타, 4Minute 정도만 좋아함...씨스타는 크로노스 소울 때문에 좋아함), 우리 애들 역시 차에서도 블랙핑크 노래를 자주 들었고...그로 인해, 춤 잘추고 옷 잘 입는 예쁜 언니/누나라고 아이들 머릿속에 철저히 각인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제니의 (옷) 스타일을, 첫 째 딸은 리사 스타일을 매우 좋아한다. 그런 블랙핑크가 한 달 전에 다녀간 곳이 바로바로바로 이 곳 마노아 폭포란 말에, 아이들은 "그 가냘픈 언니들도 다녀간 곳이라면..."이란, 자신들 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결국 (아래 사진의 제니 신발마저 망쳐 버린) 구비구비 진흙 길을 걷기 시작한다.    



[ 참고 : 씨스타를 좋아하게 만든 Chronos soul...저 예산에 데뷔 초창기라...촌스럼이 묻어나 더 정이 간다]

https://www.youtube.com/watch?v=ucEBBRqDkIo

씨스타를 좋아하게 만든 Chronos Soul...저예산에, 데뷰초 촌스러움이 묻어나 더 정이 간다...


블랙핑크 제니의 스텔라 맥카트니 X 아디다스 신발에도 마노아 진흙이...


사실, 마노아 폭포 트레일은 어른들 기준으로, 앞만 보고 빨리 걸어가면 약 30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물론, 이렇게 걸어서 폭포까지 가는 게 목적이 아니고, 오히려 중간중간에 있는 나무들과, 가끔씩 드러나는 산 전체의 광경을 보기 위해, 그리고 그 모습을 담기 위해 가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목적이기에...천천히 걸었을 때를 기준으로 약 40-50분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왕복 1시간 반) 


주차장을 지나 숲 길을 조금만 걸으면, Manoa Falls Trail 표식과 함께 트레일이 시작되는데, 트레일 입구까지 이어지는 길 역시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트레일 입구를 통과하여 얼마 안 가면, 이 곳 마노아 폭포 트레일에서 가장 멋있는 포토 스폿 중 하나가 나온다. 이 곳 때문에 사람들은 마노아 폭포 트레일을 가면, 영화 아바타나 쥬라기 공원의 느낌이 난다고 하는데...나무 기둥을 통째로 감고 있는 덩굴들과 마치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습으로 뻗어있는 나뭇가지 들의 모습이 아주 이채롭다.  


여기까지 와서 좀비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왜 아이들은 좀비를 좋아할까?


이 곳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되는데,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이 하나의 트레일 코스 안에, 마치 여러 장소를 모아 놓은 듯,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과 숲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세쿼이아처럼 큰 나무들도 있고, 규슈올레에 있는 대나무들과 밀림에서나 볼 법한 덩굴이 얽힌 나무들과 같이...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풍경이 계속 이어져 갔다.   


그렇게 힘들다면서...이런 다리만 보면 계속 왔다갔다 왕복하는...갑자기 어릴 때 동네서 하던 와리가리가 생각난다...


그렇다, 이런 산 길은 나 같은 어른에게나 흥미로운 길이었다. 엄청나게 큰 나무가 나와도...아바타를 연상시키는 덩굴이 늘어진 나무들을 지나도...아이들에겐 그냥 산 길이었다. 그들에게는 하와이에 오기 얼마 전에 걸은 우면산길, 청계산길, 북한산 둘레길, 그리고 이 곳 마노아 폭포 트레일은 똑같은 "그냥 산 길"이다. 


차라리 위의 사진에 나온 판자때기라도 나오던지, 아니면 난생 못 본 규모의...말도 안 되게 큰 이과수 폭포 같은 게 눈 앞에 펼쳐지기 전에는...아이들에게는 그냥 왜 오르는지 이해가 안 되는 산 길이다.


그런 산 길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진흙 길로 바뀐다. 마노아 폭포를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보면, 대부분이 진흙길에 대한 언급을 한다. 올라갈수록 길이 진흙으로 바뀌니, 쪼리 같은 미끄러운 신발은 절대 안 된다느니 (그러나, 실제 외국 애들은 쪼리 많이 신음), 새 운동화를 신고 가면 망한다던지 (블랙핑크의 제니 case) 하는 내용인데...우리 가족에게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진흙 오르막길... 



내가 아이들과 트레일을 하면서 발견한 것 중....정말 희안한 점은...아이들의 촉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즉, 그들은 트레일의 80% 지점에 왔을 때부터 승질을 부린다는 점이다. 거리와 관계없이 도착지 기준 약 80% 지점...


이 곳 하와이에서 한 트레일들 (설퍼 뱅크스와 이키, 마노아 폭포 트레일 등)만 봐도, 각기 거리가 상당히 차이가 있는데, 아이들은 (세 곳 모두에서) 도착지점까지 딱 20% 정도가 남은 곳에 다다르면 힘들다고 마구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 어려운 이키 트레일까지 한 아이들이, 마노아 폭포 트레일에서는 (40분 밖에 걷지 않고서) 이 진흙도 많은 20% 남은 지점에서 힘들다고 난리를 쳤다. 폭포 수영이고 나발이고...다 싫다는...


그간 아이들과의 여행에서 얻은 교훈은...이런 투정에 말리면 안 된다는 점이다. "안아달라, 못 걷겠다..."를 들어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요구가 나오게 되므로, 이 때는 안됐어도 무시하고 가면 된다...이 날도 역시 이렇게 해서 최종 목적지인 마노아 폭포에 약 1시간 만에 도착했다.


솔직히, 폭포만 놓고 말하자면...마노아 폭포는 기대와 달리 별로였다. 이과수와 나이아가라 폭포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크기를 예상했는데, (특히나 올여름 가뭄으로 인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나 폭포 아래의 물 웅덩이도 매우 작았고, 폭포 주변에 쉴 장소 역시 너무 좁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여기가 끝이라는 안도감에 다시 웃음을 찾았다. 


물론, 나는 그 웃음이 사라지기 전에 "이제 모기가 나올 시간이니 빨리 가야한다...얘들아..."라며, 다시금 비수를 꽂았고...마침, 폭포 오자마자 둘째가 산 모기에 물려...아이들은 다시금 진흙길을 걷는 슬픈 하루가 되었다. 


마노아 폭포 트레일...물 한방울의 소중함을 깨닫다...


이렇게 오늘도 두 개의 트레일을 마쳤다. 


서로 다른 타입의 두 곳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호오말루히아 야외 식물원은 다양한 액티비티 (산책, 조깅, 트레일, 낚시, 피크닉)를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 (생후 1개월 부터면 다 될 듯)과 할 수 있는 곳이었고, 마노아 폭포는 트레일 외에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물론, 여기서 수영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으나, 사실 내가 갔을 때는 펜스가 있었음), 도심과 매우 가깝다는 장점과 함께, 다양한 나무와 숲을 구경하며 걷기에 매우 좋은 곳이었다. 결론은 둘 다 가볼만한 곳이라는 것...



매거진의 이전글 하와이 트레일 1] 이키 트레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