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미 이치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리뷰
이 책을 읽은 독자의 가슴에 무언가 남아서 용기 있게 삶을 변화시켜갈 수 있다면 저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인생의 과제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며 용기 있게 살아가길 기원한다.
- P 239
아들러는 내게 가르쳐주었다.
세상은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심플해질 수 있다는 것을.
'다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그 사람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과제는 우리가 공동의 과제로 삼기 위한 절차를 밟기 잔에는 개입해서는 안 된다. 대인관계의 문제 가운데서 상당수는 우리가 상대의 과제에 대해 허가 없이 간섭해 들어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이를 '평범해질 용기'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보통으로 있을 용기가 없기에 우선은 남들보다 특별히 잘하려고 한다. 그리고 만일 해내지 못할 경우에는 특별히 나빠지려고 한다. 비뚤어지거나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간단히 '성공과 우월감'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존재'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가 무엇인가를 했기에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저 '존재'하는 것 자체로 이미 기쁘다고 전해야 한다. 따라서 그 같은 이상적인 모델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그 대신 내 눈앞에 있는 아이에게서 출발해야 한다. 이상적인 아이의 모습을 기준으로 현실 속의 아이를 보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를 기준으로 삼고 현실 속의 아이를 보면 그 아이가 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쁨이다.
그러나 아들러는 원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화를 나눌 때도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아예 처음부터 대화를 포기해버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나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말오 문제 해결을 꾀하지 않는 배경에는, 상대를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로 생각하며, 상대에게 말해봤자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들을 수평적인 관계에서 대한다면 더 이상 남에게 자신을 잘 보이기 위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수평적인 관계라면 자신이 친절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잘 보이기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보통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될 때 과도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인간관계를 수직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수평적인 관계라면 자신이 남에게 친절하다는 것을 과시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 수용, 타자 신뢰, 타자 공헌 중 어느 하나도 결여되어서는 안 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하고, 다른 사람들은 적이 아니라 친구라는 것을 믿어야 하며, 스스로의 존재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맞다. 문제는 용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선택이 나의 현재를 만들었을 수는 있지만, 그것 때문에 무언가 잘못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지금 내가 해야 할 인생의 과제를 할 만한 용기가 없기 때문에, 또 용기를 내고 싶지 않아서 과거의 무언가를 꺼낸다. 그게 열등 콤플렉스이다. 고맙게도(?) 다수의 사람들은 그걸 맞다고 생각해 준다. 하지만 아들러는 단호하게 그것을 '인생의 거짓말'이라고 부른다. 남도 속이고 나도 속이는 거짓말. 정말 인생의 과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용기를 낼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 용기를 낸다는 것을 평범하게 과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누가 봐도 그럴듯하게 특별해지고 싶어 한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그냥 그 과제를 스스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아들러는 과거에 원인이 있고 미래에 목적이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러는 목적이라는 것은 개인이 머릿속에서 상상을 통해 이미지처럼 만들어지는 것이지 현실 속에 떡하니 놓여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들러는 늘 목적에 대해 '가상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 한편 아들러는 현재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도 객관적으로 과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P222
아들러가 보기에 열등 콤플렉스는 진실이 아니다. 정말 아이가 카드놀이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젊을 때 결혼을 해서 인생이 꼬이는 것도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수행해야 할 인생의 과제 앞에서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로 열등 콤플렉스를 끄집어낸다. ... 그러나 아들러가 보기에 그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구실을 통해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러는 그와 같은 구실을 '인생의 거짓말'이라고 불렀다.
처음 책을 시작할 때는 그저 세상에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용기를 주는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이렇게 단호하고 엄격한 책이 또 없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남의 눈치를 보지 말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 하지만 다른 이를 나보다 아래에 두지 말고, 서로 연대해서 이 세상을 살아가 보자. 그리고 내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아들러 선생님을 소개해 준 기시미 이치로 선생님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