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관계를 배우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제 브런치를 읽어주실 분들을 생각하며 글을 건넵니다.
그동안 그때그때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쓰고 싶을 때 써 왔는데요, 브런치북을 한 번 제대로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어떤 주제로 엮을까 고민하다가 ‘여행’이 떠올랐어요. 저는 여행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물리적으로 일상에서 분리된 시간은 그 당시에는 해방감을 주고 지나 놓고 보면 일상에 대한 소속감을 주는 신묘한 힘이 있더라구요. 요즘에 여행지나 여행 노하우를 알려주는 양질의 콘텐츠가 참 많아서 저도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적잖이 도움을 받곤 하는데요, 그래서 저는 제 글을 통해서 여행정보를 전달할 생각은 없습니다. 언제나 제가 즐겁게 쓰는 글은 저에 대해서, 제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서 탐구하는 내용이었어요. 아무래도 연재라는 특성상, 일맥상통하는 주제가 있어야겠기에 고민하다 보니 꾸준히 어디로든 떠났던 기억들을 되짚어보면 제법 여러 에피소드들을 써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행을 통해 관계에 대해 깨닫게 된 이야기들을 담아보면 어떨까 해요.
혼자 하는 여행에서 남편에 대해 생각했던 시간,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두 분을 배웠던 시간, 남편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나를 돌아봤던 시간,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우리가 왜 친구인지 알게 되었던 시간 등 저에게 여행은 늘 관계로의 탐험이었습니다.
여행지는 멀리 유럽도 있지만 가깝게 부모님 댁 근처의 산책로가 되기도 해요. 시간 순도 여행지 별로 묶지도 않을 예정이에요. 그저 그 간의 글들처럼 인물을 따라 쓰여질 거 같아요.
떠나다 보면, 떠나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를 떠났을 때 비로소 더 잘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누군가와 떠났을 때 새롭게 나를 알게 되기도 해요.
그렇게 자주 ‘여행을‘ 떠나다 버릇하면, 되려 ’그 사람을‘ 떠나지 않을 이유가 많아집니다.
제 경우엔 그랬어요. 여행으로 이행시를 지어본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여: 여분의
행: 행복
아직 당신에게 행복이 남아있으므로 함께 떠날 수 있는 것일 테고, 그렇게 다녀온 여행으로 또 남은 행복이 늘어나게 될 거예요.
제 글들을 읽고 앞으로 계획하는 모든 여행에서 자칫 지나칠 수 있었을 함께하는 이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나에 대한 고찰의 순간들을 눈여겨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