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유
디테일의 중요성
개인적으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즐겨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해외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했다더라 하는 것들 말이다. 물론 2010년대 후반 미투 사건도 알고 있다.
내가 서문에 이 말을 굳이 추가한 까닭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비평은 김기덕 감독 개인의 수상 이력이나 미투 전과와 무관하다는 걸 미리 밝혀두기 위함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상당히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
사계절의 흐름을 통해 인생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런 평이 대다수다. 그 점은 인정한다. 속된 말로 짜치는 장면이 상당히 있었지만 반대로 수려하고 인상 깊은 장면도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극 후반부에 불상이 산 꼭대기에서 밑을 내려다보는 구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극 중반까지 보고 나는 혹시 이 작품은 시나리오를 쓰고 퇴고를 한 번도 안 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
우선 대사가 이상하게 짜여 있다. 대사는 극에서 직관적으로 감정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대사는 최대한 간결하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평서문처럼 구성되선 안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대사는 평서문도 아닐뿐더러 대사의 형식을 충족시키고 있지도 않다. 안 넣어도 될 쓸데없는 대사도 너무 많다. 이런 대사들이 나올 때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으로 장면들의 개연성이 부족하다.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싶은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암자가 위치한 곳이 강 한가운데라는 점과 뚫린 공간에 문만 덜렁 있는 건 극적 장치로 넘어간다 치자 (실제로도 여기에 대해선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다)
그런데 나룻배가 딱 하나밖에 없는데 인물들의 육로 통행이 자유롭고 물에 젖은 바지가 왜 다음 샷에선 바짝 말라있는가? 심지어 극 후반부 암자에 방문한 경찰들은 유희거리로 강물에 실탄을 쏘기도 한다. 실제로 경찰이 실탄을 저런 식으로 낭비하면 엄청난 문제가 된다. 이 외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개연성에 대해선 그럴만한 반론이 존재한다. 그건 김기덕 감독이 유럽파 감독이라는 것. 유럽파 감독 영화들은 개연성이나 고증을 따지기 보다 이미지와 미장센에 더욱 집중한다고 한다. 그래서 저런 장면들이 나온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오징어게임에도 출연하신 오영수 선생님의 연기를 제외하면 정말 배우들의 연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기력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고 몰입이 깨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내 생각에 김기덕 감독이 해외에서 유독 극찬을 받는 이유는 해외 영화제의 심사위원들이 한국어를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연기력 때문에 몰입이 깨진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덧붙여 여름 파트에서 섹슈얼한 장면과 상징들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해서 보기 불편했다. 김기덕 감독의 과오를 알고 있어서 그게 영향을 준 것일 수도 있지만 여름 파트는 유독 보기 힘들었다.
지나치게 혹평을 많이 쏟아냈지만 못 만든 영화는 아니다. 전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 있다고 느꼈다. 특유의 몽타주 기법도 인상 깊었다. 그러나 위의 이유들로 인해 더 이상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 것 같다. 아마 취향이 맞는 사람이 본다면 꽤 만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