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 비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mille Nov 07. 2024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비평

촬영 기술과 미장센의 미학

영화는 보여주는 것
출처:kmdb


이 영화는 영화 기술을 논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영화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는 감각적인 카메라 무빙과 미장센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본인이 촬영 기술이나 영화 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꼭 이 영화를 보기 바란다.


솔직히 영화의 스토리가 완벽하다고 볼 순 없다.

주인공이 겪은 문제들이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고 결말이 갑자기 나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이 영화는 초반부에 18mm 렌즈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18mm 렌즈의 특징은 측면이 왜곡된다는 점인데, 이는 영화 속에서 비현실적인 무언가를 강조할 때 주로 쓰인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영화 초반부에 18mm 렌즈를 통해 인물을 담아내고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장면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실제로 주인공 배리는 일종의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것으로 보이며 분노나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준다.


영화의 색감 또한 매우 인상 깊다.

주인공 배리와 그의 파트너 레나를 제외하곤 이 영화는 대부분 무채색 계열의 색상으로 통일되어 있다.

영화 내내 푸른 정장을 입고 있는 배리, 그리고 배리에게 빠져들수록 점점 강렬한 붉은색으로 바뀌어 가는 레나를 통해 우리는 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 진전을 무의식적으로 파악하고 빠져들 수 있다.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영화다.

그는 식품회사의 마케팅 허점을 이용해 평생 사용할 비행기 마일리지를 모을 생각을 하는 치밀한 남자다.

하지만 이성과의 관계에 있어선 매우 서툴다. 충동적인 성격을 가진 그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폰섹스 회사에 전화를 걸어 된통 화를 입기도 한다.

사랑을 갈구하지만 쟁취한 적 없는 배리에게 처음으로 관심을 보이는 여자가 나타난다. 레나다. 배리는 레나를 마음에 들어 하고 레나도 배리를 마음에 들어 한다. 배리는 레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녀에게 직진한다. 도중 폰섹스 회사의 직원들이 방해하기도, 그의 누나들이 방해하기도 하지만 배리는 오직 레나만을 바라보며 그녀에게 진심을 전한다. 결국 이런 배리의 노력은 결실을 맺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솔직히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는 아니다.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의 구성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고난을 극복하고 두 사람이 커플이 된다는 이야기. 그러나 이 영화의 매력은 그 고난이 우스울 정도로 쉽게 해결된다는 것에 있다.


배리를 협박하고 납치하던 깡패를 다시 만났을 때 배리는 아주 손쉽게 그들을 제압한다.

심지어 그들을 보낸 폰섹스 회사의 사장을 만났을 때도 배리는 그와의 논쟁에서 지지 않는다.

보통 영화라면 이런 부분들이 단점으로 작용하지만, 배리 특유의 저돌적인 성격과 그의 대사 “사랑이 날 강하게 만들었어.”를 통해, 특히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미장센의 조합으로 배리가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걸 납득시키고 있다. 만약 평이한 앵글과 미장센으로 이런 장면을 구현했다면 혹평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펀치 드렁크 러브는 영화적 완성도는 오직 시나리오에만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편견을 깰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물론 영화에 있어 시나리오가 가지는 중요도가 크긴 하지만 영화는 오직 시나리오로만 완성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는 걸 강력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비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