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솔로몬, <부모와 다른 아이들>
<부모와 다른 아이들>로 제목이 붙여진 이 책의 원제는 <Far from the tree>입니다.
이 말은 "The apple doesn't fall far from the tree(사과는 나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서양속담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는 그 나무 주변에 있듯이 이 표현은 부모와 닮은 자녀를 뜻합니다. '부모와 붕어빵처럼 닮았다.', '피는 못 속인다.' 등과 유사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표현에서 파생된 '나무에서 멀리 떨어져'라는 뜻의 'Far from the tree'는 정반대의 의미를 내포합니다. '부모와 닮지 않은', '부모와 다른 성향과 기질을 지닌' 자녀, 즉 '부모와 다른 자녀'를 의미합니다.
심리학자인 앤드루 솔로몬은 책에서 부모와 다른 아이들의 특징으로 <아들, 청각장애, 소인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정신분열증, 장애, 신동, 강간, 범죄, 트랜스젠더, 아버지> 12가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가족 구성원이 느낄 심리상태와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 주제인 '아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게이인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본인과 부모님이 느끼는 심리와 주변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주제인 '아버지'는 자녀(출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 자신이 게이로 생물학적으로 자녀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을 사례로 들어 출산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책에서 인간이 느끼는 두 종류의 정체성에 대해 말합니다. 하나는 '민족성과 국적과 같은 동일한 가계 안에서 대물림되는 수직적 정체성'이고, 또 하나는 '가족이 아닌 동류집단을 통해 드러나는 청각장애, 다운증후군, 자폐증, 정신분열증 등 부모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수평적 정체성'입니다. 책의 제목인 부모와 다른 아이들은 수평적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또한 작가는 '부모의 모든 양육 행위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자녀를 변화시키는 행위가 있고 또 하나는 자녀가 자긍심을 느끼도록 자녀를 늘 지지하는 행위'가 있다고 말합니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는 이 두 가지 행위에 매우 어려움을 느낀다는 측면에서 고통스럽다고 말합니다.
작가는 이 책을 쓴 목적을 이렇게 말합니다.
"문제의 보편성을 인지하고 수많은 다양한 가족들이 서로의 유사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그동안 괴롭히는 문제와 동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 특별하고 유일한 아픔이 아님을 인지하고(보편성을 인지하고)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가족들이 있음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입니다.
또한 작가는 12가지 부모와 다른 아이들의 특성이
'질병이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라고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는 28년째 학교라는 공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교사로 교실에서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수없이 만났고, 교육행정가(장학사)로 특정 학교만이 아닌 지역사회 모든 곳에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교감과 교장을 하면서 본인과 다른 아이들을 양육(작가의 표현)하는 부모의 고통, 슬픔, 상실, 죄책 등의 아픔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는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다른 또래 아이들은 비록 공부는 못 하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밥도 잘 먹는데 왜 우리 아이만 이렇게 힘들게 살까?'라는 것과 '이 모든 상황이 부모 당신 탓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 학교 그리고 부모을 만나서 알지만, '부모와 다른 아이'는 절대로 부모의 잘못이 아니고 또한 우리 아이만 아픈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부모는 자기 자녀만 볼 수 있지만 학교에 오래 있었던 저는 알 수 있습니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니며 당신 아이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특히 코로나-19 이후 우리 아이들은 심리 정서적으로 위기에 처한 학생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정말 심각할 정도로요. 심리 정서적인 위기는 결국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과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정부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말 잔치가 아닌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너를 위해
남들과 다른 너의 특별함을 위해서
이 세상이 내게 부여한
모든 동질성을 기꺼이 포기할 것이다.'
작가가 책에서 한 말입니다. 작가는'너'를 '존'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입니까? 남과 다른 너의 특별함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동질성을 포기한다는 표현말입니다.
특별함으로 고통받는 모든 분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그리하여 동질성을 기꺼이 포기하는 깨달음을 얻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