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thos Oct 30. 2024

교장의 마음 전달법

2024년도 두 달 남짓 남았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걸 보니 11월 14일에도 여전히 수능 한파가 있을 모양입니다.


우리 학교 또래상담동아리에서 따뜻한 마음 전하기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학교 곳곳에 행사 안내 포스터와 자그마한 편지지 그리고 우체통이 놓여있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에게도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배달해 준다고 합니다.

뭔지 모르지만 맛있는 간식꾸러미와 함께요.



교장실에 앉아 있으면 학생과 선생님들을 만날 기회가 적습니다.

교장실은 항상 열려있으니 용무가 있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거리낌 없이 들어와도 좋다고 하소연(?) 해도 선뜻 오지 않습니다.

오지 않은 이유를, 교장 노릇한 지 1년 하고도 2개월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회장, 사장, 원장에 붙어 있는 '장(長)'이라는 용어의 무게감과 거부감(?) 때문이라는 것을요.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서야 한다는 아주 평범한 사실도 덤으로 깨우쳤습니다.

(물론 다가서는 것도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저도 또래상담동아리에서 진행하는 따뜻한 마음 전하기 행사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담긴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학생들이 맛있는 간식과 함께 배달해 준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


마음 같아선 모든 선생님과 직원, 전교생에게 편지를 쓰고 싶지만 몇 백 명이 되는 학생과 교직원에게 편지 쓰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생자치회 임원들과 1년 동안 고생하신 부장교사에게 편지를 전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교감선생님과 행정실장님에게도 마음을 전할 예정입니다.


다행히 편지지가 크지 않고 사과 모양의 적당한 사이즈라 부담은 없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각기 다른 내용으로 마음을 담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묘수는 이름으로 삼행시를 만들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저는 종종 새로 부임한 교직원 환영 행사에서 삼행시로 본교 부임을 축하한다는 이벤트를 만들곤 했습니다.


000 교감 선생님에게는,
000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내줘서 고맙습니다.
000 그 누구보다도 내 옆에서 든든히 있어줘서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모른답니다.
000과 행복을 주는 교감선생님, 1년 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학생자치회 임원들에게도 삼행시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방금 막 우체통에 20통의 편지를 놓고 왔습니다.

이 편지는 다음 주에 전달된다고 합니다.


저만 알고 있는 이벤트인데, 벌써부터 편지를 받은 선생님과 학생들의 표정이 궁금해집니다.

나중에 이벤트 결과를 남기겠습니다. ㅎㅎ



편지 받은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감사 편지를 받았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