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반 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농구를 하면 생기는 일
"선생님 어딜 그렇게 뛰어가세요?"
점심식사를 마치고 선생님들이 뛰어가는 모습이 보여 교장인 제가 물었습니다.
"교장 선생님, 점심때 농구장에서 빅매치가 열립니다."
우리 학교는 2학기 1차 지필고사 이후 수능 전까지 학생자치회 주관으로 1, 2학년 농구대회를 개최합니다. 선생님들은 참관만 하고 모든 대회 운영을 학생들이 주관하는데 아주 인기가 많은 행사입니다.
"아 그래요. 결승전이 있나 보죠?"
결승전은 내일인데 혹시 일정이 당겨졌나 싶어 물었습니다.
"아닙니다. 농구를 제일 잘하는 반과 제일 못 하는 반이 시합을 하는데요. 못 하는 반의 선수 구성이 여학생 2명과 특수반 학생 1명입니다."
3명이 한 팀이 되어 반코드 농구시합을 하는데, 대부분 남자로 팀이 구성됩니다. 하지만 이 반은 여학생과 특수반 학생이 한 팀으로 구성됐다고 합니다.
"아 재밌겠군요."
행여 시합에 늦을까 봐, 선생님과 함께 뛰었습니다.
다른 때와 달리
오늘은 농구 코드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학생들과 선생님으로 가득 찼습니다. 이미 빅매치가 열린다는 소식을 다 알고 있었나 봅니다. 예상했던 대로 시합은 남학생만 있는 팀이 일방적으로 이기고 있었습니다. 여학생과 특수학생이 있는 팀은 패스도 제대로 안 되고 슛도 매번 골대를 빗나갔습니다.
그런데
여학생팀이 한 골도 못 넣게 되자 갑자기 관중석에서 일방적으로 함성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남학생만 있는 팀이 슛을 던지거나 상대팀의 공을 뺏으면 '우~~'하는 야유 소리가 터져 나왔고, 여학생팀이 공을 잡으면 '와~~'하는 힘찬 응원의 소리가 농구코드에 울려 퍼졌습니다.
무엇보다
특수학생이 공을 잡고 슛을 하면 모두 '제발 골대에 골이 들어가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노골이 되면 한탄의 소리가 터졌습니다. 드디어 특수학생이 슛을 했습니다. 농구골대의 골망이 흔들리면서 농구공이 들어갔습니다 저를 비롯한 이곳에 모인 학생과 선생님들은 마치 한일전 축구에서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은 것처럼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다음 주 수능시험을 코 앞에 둔 고3 수험생들도 함께 소리를 질렀습니다.
경기가 끝났습니다.
당연히 여학생과 특수학생으로 구성된 팀이 졌습니다. 그것도 큰 점수차로요. 하지만 교장인 저는 너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짧은 점심시간이지만 농구경기로 학생들과 선생님이 모두 하나가 되어 환호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더욱이 낼모레가 수능시험이라 많은 부담감과 압박감을 갖고 있을 3학년 수험생들도 잠시나마 수능을 잊고 행복해하는 장면이 아름답게까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여학생과 특수반 학생이 한 팀이 되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예뻤습니다. 알아보니 해당 반은 농구를 잘하는 학생이 없어 어차피 나가봐야 꼴등을 할 것 같아 통합수업을 받는 특수반의 남학생과 여학생이 한 팀이 되어 농구시합에 출전한 것입니다.
특수반 학생 또한 비장애 학생이 농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먼발치에서 '나도 하고 싶다. 나도 하고 싶다'라고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이런 기특한 생각으로 농구시합에 나간 학생들이 너무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저는 시합이 끝난 학생들에게 다가가 연신 '잘했다', '너무 멋졌다' 등의 응원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학생자치 담당 선생님을 불러 1등, 2등, 3등만 상품을 주지 말고 오늘 참가한 여학생과 특수반 학생에게도 상품을 주라고 하였습니다. 선생님은 공교롭게도 예산이 없다고 해서 교장 업무추진비를 사용해서라도 꼭 학생들에게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준 상을 주라고 말했습니다.
매스컴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폭력, 딥페이크, 마약, 교권침해 등의 부정적인 학교 모습만 보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이렇게 인성이 바른 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믿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