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 대박을 기원하며
내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일명 수능일입니다.
고등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생님들은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본인의 실력보다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시험실 환경을 꾸미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후배들도 선배들이 시험을 잘 봐서 학교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도록 교실 청소를 열심히 합니다. 평소에는 대충 하는 녀석들이 오늘만큼은 매우 성실하게 빗자루를 씁니다.
많게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12년 간, 적게는 고교 3년 간 배우고 익힌 지식을 단 하루 만에 평가한다는 것이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학벌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어느 대학 출신이냐라는 꼬리표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기에 더욱 애잔합니다.
92학번인 제가 살았던 세상도 그러했는데 아직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어른인 우리가, 교장인 제가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오늘 고3 수험생 모두에게 '수능대박' 금메달(쵸콜릭)을 목에 걸어 주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을 응원하는 좋은 이벤트가 없을까 고민한 끝에 수능 전 마지막 급식 먹을 때 수능대박 금메달을 교장이 걸어 주기로 했습니다.
평소에는 스페인 투우소처럼 거칠던 아이들이 오늘만큼은 순한 양이 되었습니다.
"넌 잘할 수 있어"
"넌 우리 학교의 자랑이야 파이팅"
"그래 서울대 꼭 가자"
"졸지 말고 자신 있게 풀어"
"네가 아는 문제만 나올 테니 걱정하지 마"
아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멘트를 두 주먹 불끈 쥐고 외쳤습니다.
잔뜩 긴장한 얼굴이 금세 환하게 풀어져 웃고 있습니다. 참 예쁜 모습니다.
어떤 학생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고 깨무는 선수처럼 행동을 합니다.
이런 작은 이벤트로 우리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고 그동안 흘렸던 노력의 대가, 그 이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무탈하게 수능이 끝나고 우리 학생들도 모두 시험을 잘 봐서 단 한 명도 좌절하는 아이가 없길 기도합니다.
수능 다음날인 오늘, 일찍 출근하여 많게는 3주 동안 적게는 1주 동안 수능 시험장을 안전하게 꾸며주신 교직원께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000고 교직원 여러분 헌신적인 노력으로 올해도 무탈하게 수능 시험을 잘 치렀습니다.
수능 시험을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해 주신 교무부와 2층 선생님,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시험실 잘 꾸며주신 담임 선생님,
행정적으로 그리고 환경적으로 물심양면 도와주신 행정실장님과 주무관님,
수능 날 파이팅 하라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신 영양 선생님과 조리사님,
힘든 와중에도 수능 감독과 서무 요원, 복도 감독을 완벽하게 해주신 선생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방송을 완벽하게 해주신 방송담당 선생님,
밖에서 온종일 학생들 안전지도해 주신 선생님,
그리고 이른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수능 총괄해 주신 교감 선생님
덕분에 올해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수능이 또 이렇게 무사히 지나갑니다.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교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