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축구를 야구보다 더 좋아한다. 태어나서 야구장을 딱 한 번 가봤다. 김하성 선수가 뛰었던 메이저리그의 펫코파크 구장이었다. 함께 간 지인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는데 나는 감흥 없이 버드와이저만 마신 기억밖에 없다. 나의 야구 역사는 딱 여기까지다.
그런데 오늘 경향신문 스포츠난에 소개된 선수의 표정을 보고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바로 한화 이글스의 류현진 선수였다. 야구에 문외한인 내가 기억하는 류현진 선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21살의 나이로 등판하여 금메달을 따게 해 준 국가대표로만 알고 있다.
내가 류현진 선수의 투구하는 표정을 보고 순간 황홀경에 빠진 이유는 공 하나하나를 저렇게 전력투구하는 모습 때문이다. 야구 선수치고는 적지 않은 나이(38세)에 야구의 본고장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2017년)의 대 선수가 야구공 하나하나를 허투루 던지지 않고 이를 악물고 입술을 굳게 다물며 상대 타자를 잡아먹을 듯한 저 눈빛으로 투구하는 모습이 나를 사로잡은 것이다.
당연히 던지는 모든 공이 스트라이크는 아닐 것이다. 또한 모든 공으로 루킹 삼진을 잡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도 던질 수 있고 때론 잘 던진 공이 상대 타자에게 홈런을 맞아 패배의 아픔을 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88개의 공을 저렇게 모두 이를 악 물고 온 힘을 다해 전력투구한다는 사실이 경이롭다(올해 류현진 선수의 평균 투구 수는 88개 정도이다_챗GPT). 모든 공[球]을 저렇게 공(工)을 들여 정성스럽게 던진다는 것은 놀랍다.
짧은 반백살을 살아보니 우리 인생이 저 선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아야 하고, 내게 주어진 일을 한 순간 한 순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하며, 내게 주어진 인연을 소중히 여겨야 함을 깨닫는다.
이[齒]는 악 물고, 입술은 굳게 다물고, 눈빛은 강렬하게, 손은 7cm의 작은 공을 불끈 움켜쥐고 포수의 글러브를 향해 힘껏 던지는 류현진 선수처럼 우리 삶도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힘껏 던져야 함을 배운다. 이런 하루하루의 태도가 쌓이고 쌓여 삶의 여유가 생기는 것을 안다.
오늘은 어느 한 야구선수의 공 던지는 사진을 보고 인생을 배운다. 내 책상 옆에는 신문을 오려 붙인 류현진 선수의 사진이 한동안 걸릴 것이다.
그래서 가끔 학생들이 교장실에 오면 물을 것이다.
"교장 선생님 한화 이글스 팬이세요?"
"류현진 선수를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물으면,
나는 왜 저 사진을 붙여놨는지 일장 연설을 할 것이다.
"너희들도 저 선수처럼 인생을 1분 1초라도 낭비하지 말아라"
"네 주변에 있는 친구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 해라"
"그러면 저 선수처럼 너도 언젠가는 그 분야의 최고가 되어 있을 것이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