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고3, 전원 합격의 신화를 썼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명문대 진학 실적인 줄 알겠지만, 사실은 ‘고3 특수학급 학생 4명 전원이 진학에 성공했다’는 기쁜 소식이다.
기적 같은 일이다. 그림 그릴 때 가장 행복해하던 여준(가명)이는 협성대 에이블아트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이제 그토록 좋아하는 그림을 원 없이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윤수, 호준, 서준이 또한 좁은 문을 뚫고 특수학교 전공과에 합격했다. 사회로 나가기 전, 본인들이 원하는 진로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잡은 것이다.
특수학교 전공과는 비록 정식 학위 과정은 아니지만, 고교 졸업 후 2년간 직업 훈련을 받으며 사회로 나갈 자립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과정이다. 특히 전공과는 정원이 한정되어 있어 경쟁이 치열한데, 우리 아이들이 해낸 것이다.
여준이의 4년제 대학 합격은 우리 학교 개교 이래 최초의 경사다. 합격 발표가 난 뒤, 여준이는 학교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을 때만 쓰는 빨간 모자를 쓰고 다닌다. 여준이는 2학기 내내 “대학 꼭 가고 싶어요”라고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녀석이었다. 선생님들은 멀리서 여준이의 빨간 모자만 보고도 “아, 여준이 합격했구나!”하고 함께 기뻐해 주었다.
이 모든 기적 뒤에는 특수학급 선생님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선생님은 일반계고 입시지도보다 몇 배는 더 힘든 면접을 아이들과 부대끼며 준비시켰다. 아이들의 합격증은 선생님의 헌신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가장 큰 문제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중증 장애 학생들은 꿈조차 꾸기 어렵고, 그나마 경증 학생들도 졸업 후엔 집 안에 고립되거나 복지시설을 전전하는 게 고작인 경우가 많다.
이 냉혹한 현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고3 특수학급 아이들 전원이 진학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그 무엇보다 기뻤다. 그것은 단순한 합격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 속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잡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가올 졸업식 날, 나는 단상에서 여준, 윤수, 호준, 서준이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또렷하게 부를 것이다. 건강하게 고등학교를 마친 아이들을 축하하고, 그 곁을 눈물로 지킨 부모님의 노고에 고개 숙여 감사드릴 것이다. 물론 기적을 함께 만든 선생님께도 감사를 전할 것이다.
졸업식은 비장애 학생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180명의 졸업생 중 특수학급 학생은 단 4명. 비록 3%도 안 되는 적은 숫자지만, 우리는 결코 이 4명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 또한 우리 학교가 길러낸 자랑스러운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 제미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