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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웃는다

교육활동 침해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by MZ 교장

"교장 선생님 얼마 전 가정 수업 시간에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요. 어떤 사안이었죠?"

"수업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자는 학생을 선생님이 깨웠더니 학생이 화를 내면서 '왜 나만 갔고 그러느냐?'라고 화를 내면서 욕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오라고 했더니 학생이 교탁 위의 선생님 책과 노트북을 바닥에 내팽개쳤고요."


"우리 학교에 이런 학생이 있었네요. 그런데 선생님은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을까요?"

사안 발생 당일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원래 그런 학생이니까 참고 지나가면 괜찮겠지 하고 그냥 넘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불안하고 눈물이 계속 나와 너무 힘들어서 오늘 출근하자마자 저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의 갈등, 특히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은 해결하기 참 어렵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사안에 대해 우리 사회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해결방식도 침해를 당한 교사에 대한 치유나 회복보다는 특정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가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을 박탈한다는 논리로 접근하였습니다. 가해자는 침해하는 학생이고 피해자는 수업권을 박탈당한 학생이라는 관점 아래 정작 피해 당사자인 선생님은 제외된 채 해결책이 논의됐습니다.


예부터 우리 사회는 가르치는 사람은 항상 겸양(謙讓)과 인내의 태도를 지녀야 하고 학생에게 모범을 보야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사회문화적으로 교사는 학생의 사표(師表) 즉 표본으로서의 역할을 강요받았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교사는 항상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사는 점 지쳐갔고 나약해졌으며 무기력해져 갔습니다.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당한 교사는 어떤 상황에 빠질까요?

먼저 죄책감에 빠집니다. '내가 감정적으로 대응해서 이런 사태를 만들었어', '내가 학생을 더 잘 지도했어야 했는데'처럼 상황을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리게 됩니다. 특히 책임감이 강한 교사일수도록 심합니다.

또한 자괴감과 무기력감에 빠집니다. '이런 내가 교사로서 자격이 있을까?' 하는 존재론적 회의감에 빠지게 되고 급기야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아'라는 교육활동 전반에 대해 의욕이 떨어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불신과 우울증이 생깁니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거나 지켜주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고 결국 학교와 사회에 대한 불신과 함께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교사들의 이런 고통을 외면할 경우 결국 그 피해는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갑니다.


그렇다면 학교장은 정당한 교육활동에 침해를 받은 우리 선생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위로하고 치유와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매뉴얼대로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처받은 선생님에게 교장은 든든한 지원자이자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꼭 도움을 요청하세요", "수업과 학생 교육은 학교에서 알아서 할 테니 선생님은 온전히 회복에만 집중하세요", "필요하면 집에서 쉬거나 병원 치료를 받으세요. 교육청과 협의해서 도와주겠습니다" 등등. 깨치지 쉬운 유리를 조심스럽게 만지듯 진심을 다해 위로와 지지를 보내야 합니다.


다음은 관련 교육활동 보호 관련 지침을 잘 숙지하여 매뉴얼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관련 규정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도울 수 있는 방법 등을 제안하여 적절한 치유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교장이 교권침해 사안을 축소하거나 은폐해서는 안 됩니다. 처벌이 무서워 매뉴얼대로 진행하기보다는 당사자인 선생님을 위해서 있는 그대로 보고하고 처리해야 합니다.


해당 학생에 대한 조치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당연히 학생 자신이 잘못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교육적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을 처벌만 해서는 안 됩니다. 학생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심리정서적인 문제는 없는지?, 학교와 가정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살펴서 필요한 교육적 조치를 병행해야 합니다. 이렇게 했을 때 학생은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피해를 끼친 선생님에게 사과를 하게 됩니다. 결국 이것이 피해받은 교사의 회복을 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교장 선생님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도와주셔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교장 선생님 같은 분이 우리 학교에 계셔서 너무 다행입니다."

피해를 입은 선생님이 제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별말씀을요. 많이 좋아졌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언제든지 도움 필요하면 말씀만 하세요."


예상했던 대로 말썽 피운 학생은 최근 들어 심리정서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담임 선생님도 특별히 신경을 더 쓰는 학생이었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생님의 교육활동을 방해하고 인권을 침해한 행위가 정당화되진 않습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반성하게 하는 것이 진짜 교육입니다. 교원보호위원회를 의뢰하여 개최하였고 지금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학생과 학부모는 외부기관과 연계하여 상담 치료를 진행하게 하였습니다.


명심해야 합니다.
학생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졸업 후에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가장 많이 호흡하고 있는
교사가 행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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