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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Sep 10. 2017

도움이 좀 되셨나요?

에필로그

 얼마 전, 오랜만에 농가분들을 모시고 비료 관련한 설명을 드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매주 일상처럼 진행하던 행사에 불과했는데도, 모처럼 농가분들을 모셔놓고 말씀을 드리자니 외국의 업체들에게 프레젠테이션 할 때보다 더 긴장되고 설레더군요. 

 오래 전 기억을 더듬어서 행사 전에 미리 여러 농가분들에게 이런저런 비료에 대한 고민을 듣고, 설명드리는 내내 농가분들에게 거꾸로 제가 질문을 던지고 또 답을 듣는 동안 어느 새 그 몇 년 전의 현장으로 돌아가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매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중국에 수출된 비료로 컨설팅 중인 Mr. Uzi Montag

 이 책을 처음부터 읽으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어떤 작물을 막론하고 국내의 농가들이 고민하는 부분은 비싼 비료냐 싼 비료냐가 아닙니다. 일단은 밥보다 약을 먼저 걱정하시다보니 정작 작물에 주는 밥에 대하여 신경을 안 쓰시고, 그 밥마저도 농가분들께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질소성분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먼저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특히나 고소득을 목표로 해야 하는 시설 재배 농가들의 상황을 보면 한 마디로 '사우나에 들어앉아 숟가락도 안 닿게 멀리 떨어진 밥을, 그것도 맨밥을 먹어야 되는' 모습이 많아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남의 한 토마토 양액재배 농가에서 본 바로는, 토경재배에 비한 수익 증가가 140%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는데 시설재배를 위한 투자를 감안하면 한참 모자라니 농가 입장에서는 애가 탈 밖에요(참고로 유럽의 경우는 양액재배의 수익이 토경재배의 최소 4배 이상이 되어야 수지가 맞는다고 본다네요).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문제점들을 정리하자면 - 과습, 질소 편중, 생육단계와 맞지 않는 성분 비율, 유기물에 대한 막연한 믿음, 작물의 뿌리를 고려하지 않은 시비, 환기 불량 등이 있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판매하는 사람들조차 이러한 이해가 부족하므로 결국엔 제대로 된 정보가 유통되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농사법, 이는 식물 자체와 그 밥과 밥그릇과 과학적인 삼시세끼 관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미자 농가를 컨설팅 중인 Mr.Nii Fumio

 여기에 소개된 내용들은 위의 두 분 전문가들이 수십년간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하여 한국의 농가들을 만나면서 나누었던 얘기들을 엮은 것입니다. 노령에도 불구하고 장장 4년여 동안 새벽부터 한밤까지의 강행군을 같이 해주신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책 역시 이제는 고향인 이스라엘과 일본으로 귀국하신 그 분들께 그동안의 노고를 감사드리는 의미로 보내드릴 겁니다. 물론 아쉽지만 한국어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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