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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로등 Mar 27. 2024

오늘 신문 후기

중앙일보 2024년 3월 27일 자

몇 주째 아침마다 신문의 논설위원 칼럼을 주의 깊게 읽고 필사하고 있다. 논리적인 글쓰기를 위해 연습하는 건데 오늘은 오늘 자 신문에 실린 글을 쓰고 싶어 새벽부터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신문을 집어들 때, 서늘한 새벽기운과 묵직함으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이 한 부에 담겨있다는 사실이 무겁고도 놀라우며 감사하게 느껴진다. 


신문의 마지막 면을 덮으며 마음에 남은 것들을 적어본다.  


먼저, 볼티모어 항만의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교각과 컨테이너선 충돌 소식이다. 다리가 20초 만에 무너지고, 작업 중이던 사람들과 지나가던 차들에 대한 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배는 충돌 직전에 전체 정전이 두 번가량 되었고, 충돌지점 사진만 봐도 배가 지나갈만한 곳이 아닌 쪽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봐서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사건을 보면 '와, 또 복잡한 일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그러면서도 비명횡사한 사람들의 소리 없는 외침에 소름이 끼친다. 차가운 강물 속에서 그들은 그 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배의 선장을 비롯한 직원들, 운영선사, 메릴랜드를 비롯한 해당 지역 관련자들.. 저 나라는 어떻게 이런 일을 해결해 나갈지 궁금해진다. 


그 다음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공에 무인 낙하산으로 투하 중인 보급품들을 찍은 사진. 가자지구가 해안가에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사진으로 보니 내가 살았던 인도 바이작의 '라마크리슈나 비치'가 겹쳐진다. 그 해안도 지저분하고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가자지구 해안은 바다와 바로 면한 흙 절벽 위로 비포장 길이 해안도로처럼 나 있는 모습이다. 마음이 아프다.  그 사이로 빽빽하게 들어찬 건물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차있고, 군데군데 무너진 건물들이 보인다. '나는 이 깔끔한 나라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보급품이 배고픈 가족의 한 끼를 정말로 채워주길 기도한다. 


또, 아프리카의 식량난 해결에 일생을 보낸 한상기 박사님에 대한 사연. 굶주렸고, 어렵게 공부한 자신의 경험이 슈퍼 카사바(타피오카의 원료) 개량하는 삶으로 이끌었다 하는데, '가치'를 중심에 두는 삶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하게 한다. 


이번엔 '원영의 마음 읽기'칼럼이다. 요즘 출근길에 까치가 나무 위에 둥지 짓 과정을 유심히 보며, 관련한 책을 알아봐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스님의 글에 <새는 건축가다>(차이진원 글)이라는 책이 소개되어 있다. 내가 관심이 있어하는 소재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른 이의 경험을 통해 만나게 될 때 산다는 것이 재미있어진다. 읽어볼 책으로 기억해 둔다.


자, 이제 오피니언 지면들에서 동지들을 만난 듯 한 반가움을 준 글 두 편이다.


하나는 서원대 이윤진 교수님의 저출산의 근본적 해법에 대한 글이다. '아이를 낳는 것이 내 삶 속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긍정적 인식이 퍼지고, 사회 문화로 자리 잡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두 아이의 엄마로서 강하게 동의한다. 부부관계는 이성(理性)의 힘으로 만들어가야 하지만, 부모 자식 관계는 어느 한 가지가 아니라 나와 남편이 힘을 합쳐 이뤄내야 하는 종합예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아이가 특별하므로 다른 아이도 특별해진다. 내가 특별하므로 다른 이들도 특별해지는 것처럼.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다. 본 대로, 느낀 대로 살아가는 것뿐이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게 되는 하나의 고리로써 '아이'의 존재를 깊게 여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마지막으로 김병연 서울대 교수님의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글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가치는 사라지고, 경제개발 시대에 '잘 살아보세'는 더 발전된 가치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만 잘 살아 보세'로 퇴행했다고 한다. 공동체의 가치를 '자유'로 전환하려는 정부에 대해 '자유는 너와 나를 묶어주지 못한다'라고 주장한다.  모든 이가 돈이 주는 편리함을 넘어, 너머에는 더욱 풍요로운 것이 있음을 알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오늘도 '내가 하는 일이 우리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중이다. 내가 소중해지는 느낌이 출근의 의미이며, 직장의 '가치'이다. 가정과 개인적인 생활에서도 나 자신에 대한 포용으로부터 타인을 더 많이 허용하게 되길 바라면서 어느 덧 푸르스름하게 밝아진 창 밖 동쪽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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