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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Sep 21. 2023

아주 소소한 행복

일상의 소중함


8년 동안 몸 담았던 직장에서 나오기까지 정말 마음고생 하셨을 텐데 결국에는 행복하게 지내신다니 다행입니다. - 흥미진진한 독자 작가님

글쓰기에 익숙해지고 싶어서, 루틴을 잡기 위해 고민하던 도중 친한 작가님을 통해 글쓰기 챌린지를 참여하게 되었다. 이름마저 글루틴. 그렇게 시작한 글루틴이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쓰지 않았던 시간들을 모아서 쓰기 위한 시간으로 변경하기까지 걸렸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새로워진 한 가지는 바로 달라진 시야였다.


글쓰기를 하다 보니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에서 발견한 부분들이 어느새 내 글감이 되기 시작했다. 글 쓸 게 없다고 투덜거렸던 것들이 무색하게 아주 사소한 부분들 하나마저 나에게 글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글루틴. 그런 글쓰기의 오늘 주제는 바로 피드백이었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나서 받았던 피드백에 대해서 써보는 거였는데, 피드백도 피드백이었지만 내 글을 읽고 작가님이 남겨주신 댓글이 마음속에 맴돌았다.






이제는 점심시간이 되면서 자유롭게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생겼다. 식당이 많지는 않아서 메뉴 선택은 한정적일지라도 고민하는 것이 제법 자연스러워졌다.


낮이 되면서 조금 풀리기는 했지만, 어제 비가 와서 그럴까 아침에는 서늘함이 가볍게 몸을 감쌌다.  그 기온 탓에 꺼내 입은 카디건과 함께 나섰던 아침이 생각나서일까,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자연스럽게 뜨끈한 국물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점심은 바로 콩나물국밥이다.

 


진짜 콩나물국밥 최고야..


식당에 도착해서 중간맛으로 주문 후 핸드폰으로 밀린 카톡에 답장을 했다. 이제는 너무 자연스러워진 시간이었지만,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파고드는 생각에 문득 새로움이 몰려들었다.


먹고 싶은 음식이라고 했을 때, 아무거나-라고 잘 대답하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나는 점심을 고민했던 적이 거의 없었다.


3교대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식사는 늘 정해져 있었다. 병원식당에서 먹는 밥. 데이(오전근무)를 하면 식당에서 먹었고, 이브닝(오후근무)과 나이트(야간 근무)를 하면 병동 내에서 먹었다. 단지 나이트 근무 때는 이브닝 때 받아놨던 식사를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었을 뿐이었지만.


 하지만, 식사 시간이 지금처럼 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보통 간호사 생활을 하다 보면 식사시간이 점점 더 빨라진다. 음미하서 먹기보다 후루룩 마시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빨리 마시려고 하면 할수록 자주 체했다.  더군다나 조금만 불편한 상황이기만 해도 나는 ‘늘’ 자주 체했다. 긴장하면 등이 굳으면서 소화장애를 종종 일으키고는 했는데, 근무를 할 때는 그게 ‘늘’ 일상이라 소화제를 달고 살아야 했다.


데이 때는 교대로 식당으로 내려가서 식사를 해야 했는데, 식당밥이 맛있으면 뭐 할까. 늘 빨리 먹고 올라가야 하는데 먹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양을 조절해야 해서, 많이 먹고 싶어서 가져와도 거의 다 남기는 편이었다.


거기다 교대로 먹기 때문에 교대를 해주기 위해서 혹은 다음 근무자가 오기 전 마무리 해야 할 일들을 해결해야 해서 식사를 제대로 즐기면서 할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브닝과 나이트 때는 편했을까? 아니었다.


이브닝 때는 병동내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데, 저녁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여유가 되는 시간이나 일부러 시간을 내고 먹어야 했다. 먹는 도중 콜벨이 울리면 먹다가 자리를 비워야 했다. 너무 바쁠 때는 밥을 못 먹을 때도 많았다.


나이트 근무 역시 이브닝 때 받아놨던 식사를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어야 했는데,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져서 나중에는 먹지 않고 출근 전에 사 왔던 아메리카노로 가볍게 스칠 뿐이었다.



그저께 먹었던 양평해장국..! 나는 역시 한식파



분명 간호사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 경험들마저 내가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줬던 것은 맞다. 그래서 이렇게 한 번씩 그전의 시간과 지금 시간을 바라보면서 더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정말 갑자기 콩나물국밥을 먹기 전에라도 말이다.


다른 직장이나 집에서 지냈다면 몰랐을 그런 시간들을 발견하는 요즘, 아주 소소함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살짝 매콤하면서도 뜨끈한 국물이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도, 아삭한 콩나물과 짭짜롬한 젓갈, 그리고 고소한 반숙까지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은 양을 안 줄이고 싹싹 한 그릇 다 먹었다.



p.s

다이어트는 내일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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