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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형 물고기자리 Dec 25. 2020

넷플릭스 영화 추천: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이터널 선샤인 각본가의 생각에 대한 모놀로그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2020년 외국영화 베스트 중 2위로 리스트 된 넷플릭스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뒤늦게 봤다. 영화를 보고 나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감독이자 각색을 한 찰리 카우프만에 대해서 알아보고, 관련 유튜브 리뷰와 감독의 줌 세션까지 보고, 각본가로서의 대표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와 “이터널 선샤인”을 다시 찾아봤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 I’m thinking of ending things의 화자가 여자 친구라서 시종일관 혼란스럽게 하지만, 이 영화는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고 있는 한 남성의 독백이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이제 그만 끝낼까 해 I’m thinking of ending things (2020년 9월)

감독: 찰리 카우프만 

출연: 제시 플래먼스, 제시 버클리, 토니 콜렛, 데이비드 슬리스 

내용: 우리는 언제 만난 걸까? 언제까지 만나게 될까? 새로 사귄 남자 친구와 여행을 떠나는 여자. 그의 부모님이 사는 외딴 농장에 가는 길.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흔들린다. (넷플릭스) 

원작: Iain Reid [I’m thinking of ending things]

    눈보라가 심한 어느 날 제이크의 여자 친구는 만난 지 7주(?)만에 남자 친구의 farm house로 부모님을 만나러 가면서 끊임없이 “이제 그만 끝낼까 해 I’m thinking of ending things”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이크는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읽고 있는 것처럼, 그녀가 I’m thinking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할 때마다 그 생각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인 듯 다른 주제로 말을 건다. 1.33:1 (4:3) TV 해상도로 빈틈없이 꽉 찬 화면에서 불확실하고 알 수 없는 여자 친구의 눈빛과 청년, 중년, 노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도대체 이 영화는 무엇이지 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시종일관 혼란스러움과 공포심을 유발한다.


    영화 중에서 정확한 “이름”이 나오는 배역은 주인공인 “제이크” 뿐이다. 여자 친구는 루이, 루이사, 이본느 등 여럿 이름으로 불리고, 직업도 화가, 웨이트리스 등 정확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제이크의 부모님도 다만 제이크의 아빠, 엄마 일 뿐으로 영화 중 확실한 실체가 있는 배역은 “제이크”이고, 배우 제시 플래먼스는 예민하고 미묘한 연기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주인공 제이크의 생각을 형상화한 것이다. 

     감독이자 각색을 한 찰리 카우프만은 그의 대표작인 “존 말코비치 되기(2000년)”, “이터널 선샤인(2004년)”에서 사람의 정체성과 기억에 대한 극본을 썼고, “이터널 선샤인”으로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대표 작가이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감독까지 병행하면서, 이전 작품들보다 더 주제에 집착하여 영상화하여, 대중에게는 친절하지 않으나 주제의식과 예술성은 더욱 강해진 것 같다. 감독은 주제를 시각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포스트 모던적으로 표현하여 사람의 기억 속에서 시간이라는 것은 “어느 한정된 시간”임을 보여준다. 또, 제이크의 농장 신에서 예측되는 행동을 한 발 더 앞서 보여주는데, 이는 우리가 생각을 할 때 늘 그다음의 행동을 생각하는 것을 영상화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감독의 설명을 듣고 정말 놀라웠다.) 또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보다 더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 비율이 긴장감을 더해 주었는데, 와이드 스크린으로 촬영 시 “생각, 망상, 상상”이라는 소재를 보여주기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한다. 


     많은 리뷰에서 말하듯이 영화는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총 러닝 타임 2시간 14분 중 약 50분(집에 갈 때 20분, 집에서 돌아올 때 30분)이 차 속에서 대화하는 것으로, 수많은 텍스트들이 인용된다. 그리고, 시간도 친절하지 않다. 부모님의 시간을 넘나드는 분장, “털시 타운” 아이스크림 가게, 아이폰 등 거의 50년 정도의 시간을 왔다 갔다 하는 구성은 보는 이에게 혼란스러음을 가증시킨다. 하지만, 나도 역시 머릿속에서 항상 시간순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기억 속에서의 부모님은 이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어느 한정된 시간 속에서의 부모님인 것이다.   

    대중적인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이렇게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 영화를 제작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아쉽게도 영화는 “존 말코비치 되기”, “이터널 선샤인”처럼  친절하지는 않다. 차 안 대화 신에서 영화 보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끝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 관한 자료를 조금 더 찾아보고 다시 본다면, 처음과는 또 다른 감동을 받을 것이다. 촬영과 음악 또한 매우 훌륭하고, 짧은 발레극을 볼 수 있다. 화면을 보지 않고  오디오 북을 듣는 것처럼 영화를 감상해도 좋을 것 같다. 

  영화에서 나온 많은 인상 깊은 스크립트 중, 몇 개를 적어본다.  


때로는 생각이 행동보다 진실과 현실에 가까워, 말과 행동은 속여도 생각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Sometimes the thought is closer to the truth, to reality, than an action, You can say anything, you can do anything, but you can’t fake a thought


사람들은 자신이 시간을 통과한다고 생각하려 하지만 나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우린 정지해 있고 시간이 통과해간다. 찬바람처럼 불어와 우리의 열기를 훔친 후 트고 얼어붙게 한다. 오늘 밤엔 내가 그 바람 같았다. 제이크 부모님을 통과하며 그들의 과거를 보고 그들의 미래를 보고 그들이 떠난 후를 본다. 그리고 나만 남는다. 오직 바람만.  

People like to think of themselves as points moving through time. But I think it’s probably the opposite. We’re stationary, and time passes through us, blowing like cold wind, stealing our heat, leaving us chapped and frozen. I feel like I was that wind tonight. Blowing through Jake’s parents. Seeing them as they were, seeing them as they will be. Seeing them after they’re gone. When only I’m left. Only the wind. 


풀려는 의문은 오직 단 하나다. 무섭다. 내가 미쳤나, 정신이 혼미하다 그 가정은 옳다. 

내 두려움은 커진다. 이제 대답할 시간이다. 질문은 단 하나 대답할 질문은 단 하나 

There’s only one question to resolve. I’m scared. I feel a little crazy I’m not lucid. 

How The assumptions are right. I can feel my fear growing. Now is the time for the answer just one question. One question to answer. 


자신의 죽음이 필연적임을 아는 동물은 인간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동물들은 현재에 산다. 인간은 그럴 수 없기에 희망을 발명한 거다. 

 I suspect humans are the only animals that know the inevitability of their own deaths. Other animals live in the present. Humans can not so they invented hope.


사람이 자신의 기억에 잡아먹혀서 소멸할 수 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i'm thinking of ending things."의 영화 장르는 공포 심리 스릴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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