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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형 물고기자리 Dec 16. 2020

운명 같은 사랑 - 팬텀 스레드

PTA와 DDL의 세상 가장 우아한 영화

    폴 토마스 앤더슨(이하 PTA)은 이름 약자도 쿨한, 미국의 천재 영화감독이다 아카데미보다는 영화 팬들이 열광하는 감독으로, 팬텀 스레드는 그가 촬영까지 담당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은퇴 작품(아직까지는)이다. 독한 영화를 찍는 PTA 작품을 많이 보지는 못했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우드콕의 아침 식사 장면을 보고 오랜만에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 꽂혀서 보게 된 영화이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팬텀 스레드 Phantom Thread (2017년)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빅키 크리앱스, 레슬리 맨빌

내용: 1950년대 전후 런던, 의상 디자이너 레이놀즈 우드콕은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의상을 왕족, 영화배우 등 상류층 인사들에게 입히게 되면서 누나와 함께 영국 패션계의 거물이 된다. 많은 여성들로부터 영감을 받던 우드콕은 젊고 아름다운 알마를 만나게 되고 그녀는 곧 그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뮤즈이자 연인이나 된다. 하지만 그녀와의 만남으로 계획되고 통제된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나무 위키)


    영화 제목인 Phantom Thread는 유령처럼 보이지 않는 실을 의미하는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여공들이 장시간 노동을 하고 집에 와서도 눈앞에 실이 보이는 상상 속에 일을 반복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이 영화에서는 두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지만 도망칠 수 없게 이어진 운명을 말하며, 레이놀즈의 보이지 않는 실 같은 운명 같은 존재로, 어릴 때 죽은 어머니, 그리고 알마를 의미한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레이놀즈는 몸짓, 손짓, 말투 하나하나가 우이하고 아름다운 패션 디자이너로 평생 드레스를 만든 까다로운 남성으로, 작품의 영감을 여성으로부터 받지만, 그 여성들은 대상일 뿐 그에게 영원하지 않다. 그는 자신의 스타일로 꽉 채워진 일상을 누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던 중, 레이놀즈의 완벽한 이상적인 몸(Ideal Shape)을 가지고 있는 호텔 종업원 알마를 만난다. 그러나, 알마는 다른 여성과 달리, 대상에 머물지 않고 레이놀즈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요구를 말하고 자신에게 맞춰가는 레이놀즈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 알마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를 사랑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 알마는 의사에게 “레이놀즈는 자신의 꿈을 이루게 했고, 자신은 레이놀즈에게 전부 (every piece of me)를 줬다고 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2018년 최고의 영화로 “팬덤 스레드”를 꼽고, 자신의 제국 안에서 통제할 수 있는 분유(分有)의 사랑을 원하는 레이놀즈와 모든 것을 건 전유(專有)의 사랑을 원하는 알마의 사랑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알마가 레이놀즈하고 결혼하게 된 계기는 레이놀즈를 아프게 하고 그의 곁에서 간호를 한 직후이다. 레이놀즈의 절대적 연인이 되기 위해서 알마는 독버섯으로 그를 중독시키고, 그 옆에서 절대적인 존재로 머무르게 된다. 더 이상 그 방법의 윤리적인 잘잘못은 중요하지 않고,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두 사람의 관계만 중요하게 된다. 업&다운이 반복되는 예술가인 레이놀즈가 다운되었을 때 독버섯을 요리하는 알마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알마가 한 요리를 조심스럽게 먹는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시 자신을 쓰러뜨리고 강하게 만들 무언 가가 있으니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9년)”에서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연기를 좋아하는데, 한동안 메서드 연기로 일종의 센 캐릭터만 해서 그가 연기한 작품을 보지 않았다. 그의 메서드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그보다는 알마 연기를 더 칭송하지만, 나는 오랜만의 그의 힘이 덜 들어간 연기가 정말 좋았다. 특히, 영화 초반에 모닝 루틴을 하는 그의 몸짓, 심지어 머리를 빗는 그의 손마저도 연기가 정말 대단했다. 바느질을 하는 손, 다소 꾸부정하게 드레스를 재단하는 모습 그리고 독버섯에 취해서 침대에서 몸을 구부려 누워 있는 것까지. 이러한 그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2002년 30대 초반의 나이로 아름다운 색감과 달콤한 음악으로 소위 루저의 색다른 사랑이야기를 만든 감독은, 2017년 40대 후반에 이렇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만들었다. 여전히 음악은 훌륭하고, 의상과 장면 하나하나 성숙한 어른의 시선이 보인다.

           감독 PTA가 아플 때 즐겁게 간호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영화의 소재를 발견했다고 한다. 천재들은 자신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비로소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 얼마나 비범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인가? 그러나, 모방 금지, 따라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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