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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형 물고기자리 Dec 16. 2020

HBO 신작 시리즈: We Are Who We Are

루카 구아다니노의 청소년기에 대한 성찰

영상미, 음악, 사람에 대한 통찰력 있는 대사 그리고 많은 감정을 보여주는 눈빛,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감독 

루카 구아다디노의 작품 두 개를 보고 그 만의 특징을 이렇게 적어본다. 유니크한 루카의 작품을 HBO에서 시리즈로 제작하다니 라는 감탄을 가지고, 유튜브에서 처음 접했던 We Are Who We Are 트레일러에서,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엘리오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 프레이저와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 그리고 프레이저와 엄마의 관계 표현에 대한 많은 논란을 담은 댓글들이 이 시리즈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왔고. OMG, 왓챠에서 단독 공개되자 

바로 봤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름다웠고, 장면 하나하나 공들인 구성이 좋았고, 걱정만큼 거북하지 않은 채, 

8편을 단숨에 보았다. 루카가 가지고 있는 의외의 대중성이라고 할까? 


[시리즈 기본 정보]

제목:  We Are Who We ARE(WRWWR, 2020년, HBO, 총 8부작)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잭 딜런 그레이저, 조던 크리스틴 시먼, 클로에 세비나 

내용: 엄마가 둘, 어디에서나 별종이었던 프레이저, 되고 싶은 게 아들인지, 남자인지 혼란스러운 케이트, 누구인지가 중요한 군 기지에서 두 아이가 소통하기 시작한다. 널 뭐라고 부르면 돼? (네이버)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시”를 좋아하고, 패션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 뮤지션 데브 하인즈와 같은 창의적인 아티스트를 좋아하고, 패스트 패션을 싫어하고 자신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패션을 좋아하는 “프레이저”는, 엄마의 이탈리아 군사기지 발령으로 뉴욕에서 온, 키오자 고등학교 1학년이다. 그는 첫날 

수업에서 시를 발표하는 케이틀린의 모습에 끌려 사진을 찍고, 그녀의 곁을 맴돌다 친구가 되고, 그녀를 “하퍼” (케이틀린이 남성이고자 할 때의 이름)라고 부른다. (그래도 프레이저는 핸드폰에 “케이틀린”이라고 이름을 저장한다)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친구가 있고 없고에 따라 무엇을 하게 되는지 결정되는 청소년 시기, 프레이저를 만난 케이틀린은 친구 무리에서 떨어져 프레이저와 단짝 친구가 되어 일상을 같이 한다. 케이틀린이 남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을 유일하게 아는 프레이저, 프레이저와 케이틀린은 “우리끼리는 키스 금지”라고 약속한다. 

           청소년기의 성 정체성이라는 주제 이외에도, 부성의 부재로 인한 영향, 여성 권력에 대한 부적응, 재혼 가족, 레즈비언 가족 등 새로운 가족 구성이 가져오는 전 세대와 다른 일상 등 현시대에서 주요한 삶의 갈등 요소들을 이탈리아에 있는 미군 군사기지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서 빼곡하게 보여준다. 본 시리즈의 부제목이 “Right Here Right Now”인 점에서도 알 수 있다. 


           “Realism”이라는 것은 다수의 대중들이 살아가는 삶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개개인의 삶에 기반한 것이 아닐까?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공허하고, 이해가 안 되어서 다른 삶의 방식을 알아보고 추구하는 것, 그것 또한 그 개인에게 있어서는 “Realism”일 것이다. 다만, 이러한 개인의 의문을 항상 같이 있는 가족과 이야기해서 해결하기가 어렵고, 마치 외계인처럼 뚝 떨어진 다른 누군가 하고 가능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루카는 청소년기에 이러한 고민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정말 100% 동감하고, 가족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이저가 상상 속의 친구 “마크”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ID카드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군사기지 배경으로, 정작 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제목이 We Are Who We Are 이 아닐까?

           다소 무거운 주제이고, HBO 시리즈답게 노출이 과감하지만, 프레이저의 독특한 패션과 귀여운 몸짓, 어른들의 말이  듣기 싫어 끼고 있는 이어폰 속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느닷없이 느려지는 속도로 구성된 신, 스틸 사진을 연속으로 보여주는 듯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마지막 8회에서는 볼로냐의 아름다움과 블러드 오렌지의 미니 콘서트를 감상할 수 있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도 엘리오의 방에 있는 소품 하나하나에 다 의미가 있었는데, 프레이저와 케이틀린 방의 소품에서도 그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요나단과 프레이저가 공유하는 책들도 궁금해서 리스팅 하였는데, 국내에서 발간된 건은 거의 없는 듯하다. (조앤 디디온의 푸른 밤 정도가 국내 발간된 책인 것 같다) 

           내 나름대로 총 8회 편의 부제를 적어본다. 

Right Here Right Now 1편 – 엄마가 둘인 프레이저의 첫날 

Right Here Right Now 2편 – 프레이저의 첫날의 케이틀린, 그리고 프레이저가 묻는다. “내가 뭐라고 부를까?"

Right Here Right Now 3편 – 케이틀린과 같이 키오자 축제에 가다.

Right Here Right Now 4편 – 아프가니스탄 파병 전 날, 크레이그가 결혼하다. 

Right Here Right Now 5편 – 케이틀린의 머리를 깎아 주다. 그리고 12월 볼로냐 공연을 일정에 넣다. 

Right Here Right Now 6편 – 나는 아직 나야 

Right Here Right Now 7편 – 애도 그리고 구원

Right Here Right Now 8편 – 마지막 그리고 시작하는 첫사랑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지만, 그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이 시리즈를 보면 좋을 것 같다. 추천 OST는 Blood Orange의 “Time Will Tell”과 Francesca Scorsese(극 중 브릿역)의 Soldier of Lov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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