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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형 물고기자리 Dec 16. 2020

넷플릭스 영화 추천  : 맹크 Mank

2020년에 다시 보는 “시민 케인”과 흑백 영화

    영화 “맹크”는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메이저 영화가 제작이 지연되고, 개봉이 1년 후로 연기되는 요즘 메이저 감독의 넷플릭스 제작 영화로, 내년도 아카데미 후보로 개봉 전부터 주목받은 작품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에, 게리 올드만 주연 그리고 영화”시민 케인”의 제작 배경에 대한 스토리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갖게 할 수밖에 없었다. 12월 4일 넷플릭스 스트리밍 오픈 전 2주간 극장 개봉을 먼저 한 맹크는, 아쉽게도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보기는 어려웠고 평론가들의 리뷰는 좋으나, 대중들의 별점은 기대만큼은 아닌 듯하다. 아마도,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필요한 스토리와 흑백영화 때문이 아닐까 한다. 흑백영화는 생각보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어렵게 하였고, 1930년~1940년 초반까지의 시대 배경을 한 현학적이고 은유적인 대사는 가끔 번역보다 다르게 더 깊은 의미를 가진 듯하여, 한 번에 빠져드는 영화는 아니다. TV로 1번, 아이패드로 1번 본 후 유튜브에서 “시민 케인”을 다시 보고 나서, 3번째로 TV에서 “맹크”를 봤을 때 비로소 영화가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그럼에도 현재와 과거의 교차 편집, 감각적인 화면 구성, 게리 올드만의 연륜 있는 연기와 맹크를 둘러싼 3명의 여인인 메리언, 리타 그리고 세라 역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훌륭하였고 게리 올드만의 찰진 대사는 마지막까지 그의 대사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맹크 Mank (2020년)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게리 올드만, 아만다 사이프리드, 릴리 콜린스

내용: 냉소적이고 신랄한 사회 비평가이자 알코올 중독자인 시나리오 작가 허먼 J. 맹커위츠가 훗날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 <시민 케인>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과정을 통해 1930년대의 할리우드를 재조명하는 영화

아래 3가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다면 영화 “맹크”를 보기가 조금은 쉬울 것이다.  

     1.  영화 “시민 케인”- 1941년 24세의 천재 예술가 오슨 웰스가 감독, 주연, 공동각본 한 작품으로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로 손꼽히는 작품

      2.  1934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 공화당 후보 프랭크 메리엄과 민주당 후보 업튼 싱클레어의 대결로, 역사상 가장 악랄한 선거 캠페인이 벌어짐.

      3.   업튼 싱클레어 Upton. B. Sinclair “The Jungle”, “Oil” 작가 및 사회 운동가

     단, 첫 번째는 사전 정보 없이 한번 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드라마 평론가이자 영화 각본가(Screen Writer)인 허먼 J. 맹커위츠는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독설가이다. 그는 비꼬기를 잘하고 알코올 중독이지만, 특유의 신랄함으로 거침없이 보수적인 파티에서도 할 말은 하기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반은 동료이고 반은 적이다. 그의 재능을 좋아하는 여배우 메리언 데이브스와 그녀의 후견인 언론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와 교류하나, 1934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를 계기로 위선적인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에서 멀어져 간 그에게 1940년 24세 천재 아티스트 “오슨 웰스”는 각본 의뢰를 한다. 경영이 어려웠던 RKO 픽쳐스는 오슨 웰스에게 창작 과정에 간섭하지 않고, 원하는 주제나 협력자를 고를 자유를 주었고, 교통사고를 당한 맹크는 목장 리조트에서 비서와 타이핑을 담당하는 리타 알렉산더와 간호사 겸 물리치료사인 프리다의 지원으로 60일 만에 “시민 케인” 초고를 완성한다.


        “시민 케인”은 언론 재벌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와 그의 애인을 소재로 부와 영향력이 어떻게 인간을 망가뜨리는지를 잘 보여준 본인 최고의 작품이다. 단, 사전 계약 조건이 저작권을 오슨 웰스가 갖고 크레디트에 각본가로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맹크는 실존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한 발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전에 “시민 케인” 대본이 소문나면서, 당사자인 여배우 메리언뿐만 아니라 동생까지도 각본을 포기하라고 말하지만, 그럴수록 맹크는 본인 최고의 작품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오슨 웰스에게 크레디트를 요구하고, 결국 공동 각본자로 이름을 올라가게 된다. 그해 아카데미 상에 주연상 포함 9개 부문에 후보를 올린 “시민 케인”은 유일하게 각본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리고, 수상소감으로 맹크는 상을 받을 때도, 각본을 쓸 때와 같이 오슨 웰스 없이 혼자여서 기쁘다고 위트 있게 말한다.  


         

          “이야기는 시나몬롤과 같이 거대한 원으로, 가장 가까운 출구를 가리키는 직선이 아니다. 한 인간의 인생을 2시간에 담을 수 없다.”라고 각본을 쓰는 초기에 맹크는 말한다. 영화 각본가로서 많은 유혹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작품을 하기가 얼마나 힘든 지를 주지사 선거 시 가짜 뉴스를 감독한 친구의 자살로 보여주면서, 시종일관 농담하지만, 재미있는 일에는 진지한 맹크의 윤리성에 감독인 “데이빗 핀처”는 중요성을 부여한 듯하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윤리관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 미 대선을 치르고 있는 2020년에 흑백 영화로 보여주면서, 약 90년 전에도 권력을 가진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인류의 보편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같다.

           게리 올드만의 강약을 넘나드는 연기는 여전히 탁월하다. 그리고 메리언 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경력 최고의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고전적인 외모와 차분한 연기로 “맹크”의 냉소적인 면을 대중에게 지적이고 진지하게 설득하고 있는 리타 역의 릴리 콜린스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마도 릴리 콜린스를 “에밀리, 파리에 가다”로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듯하다. 누군가가 애타게 요청했듯이, 맹크를 컬러 영화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샌 시미언의 동물원 장면을 컬러로 보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맹크 한줄평으로 “영화는 타협의 예술이지만 예술가에겐 물러서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다는 다짐.”이라고 하면서, 별점 4.0을 주었다. 군더더기 없는 그의 한줄평에 100% 동감한다. 오르간 연주자의 원숭이와 같은 언론 재벌 및 메이저 영화 제작사의 꼭두각시에서, 제대로 마음잡고 자본주의와 권력의 부조리와 허무함을 담은 작품을 쓰고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작정하고 오슨 웰스와 한판 붙는 맹크의 모습에서 “농담”밖에 모르는 그의 물러서지 말아야 할 지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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