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폈다. 식물이 자라고 꽃이 피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공중식물도 있긴 하지만, 뿌리가 뻗어내릴 흙, 적당한 온도, 수분 그리고 햇볕이 필요하다. 꺾꽂이 등으로 번식하는 식물도 있지만, 식물성장의 시작을 씨앗이라 생각해 보자. 1000개의 씨앗을 세상에 뿌렸다. 어떤 씨앗은 콘크리트 바닥에, 어떤 씨앗은 하수구 속으로, 어떤 씨앗은 가로수 아래나 보도블럭 틈 사이로, 어떤 씨앗은 어떤 집의 정원에 떨어지기도 할 것이다. 식물의 조건이란 두 가지다. 내적 조건과 외적 조건이다. 내적 조건은 어떤 씨앗인가의 문제다. 어떤 씨앗인가란 식물의 종류와 타고난 씨앗의 특징이다. 내적 조건을 DNA라 생각해도 되겠다. 외적 조건이란 어디에 씨앗이 자리를 잡았는가의 문제다. 식물의 운명은 내적 조건과 외적 조건의 상호작용 결과다. 사람으로 치면 어떤 DNA를 가진 사람이 어떤 집에 태어나는가의 문제다.
성공한 사람들은(성공이 무엇인지 관점이 다양하니 남이 부러워하는 돈과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권력을 가진 것으로 한정하자.)은 두 부류가 있다. 자신의 성공은 오직 자신이 잘났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과 그저 운이 좋았고 타인들의 도움으로 성공했다 믿는 사람이다. 나는 자력과 타력의 상호작용 결과가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 믿는다. 그러니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었다거나 오직 타인의 영향 때문에 자신 삶이 이렇게 되었다 여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좋은 일은 자신 탓으로 나쁜 일은 타인 탓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모든 일의 결과는 내적조건과 외적 조건, 나와 타자간의 상호작용 결과다.
식물을 보며 그런 생각에 더 확신을 가진다. 어떤 식물은 아무리 노심초사 애지중지 보살펴도 시들다 죽고, 어떤 식물은 돌보지 않고 방치해도 열악한 환경에서도 번식하고 기어코 꽃을 피운다. 그런 강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를 두고 야생성이 강하다라는 말을 한다. 오늘날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기어코 살아내어 자신의 꽃을 피우고야 마는 삶의 야생성이다. 어떻게 해야 그런 생명 본연의 야생성 힘을 기를 수 있을까? 어릴때부터 선행교육을 해서 일생일대의 목표인 좋은 대학에 가는 것으로 삶에 필요한 근원적 힘을 기를 수 있을까? 인간의 삶에 필요한 야생성이란 살면서 겪는 갖은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 그런 해결의 과정을 즐기는 능력 아닐까? 어떤 교육을 해야 그런 삶의 힘을 기를 수 있을까? 해운대의 한 아파트에서 중학생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괴롭힘이 있었다는 메모도 발견되었단다. 안타깝고 안타깝다.
능소화가 폈다. 뜨거운 한 여름에 태양에 맞선다는 꽃이다. 능소화가 무언가 말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