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나쁜 것이다. 나쁨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 나쁜 것의 중심이다. 더 나아가 혼자 나쁜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에게도 해롭고 나쁨을 확산한다. 우리는 악마라는 말을 진짜 진짜 진짜 나쁜 것을 지칭하는 단어로 쓴다.
악마의 뜻은 나쁜 마귀라는 뜻이다.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 엄청난 능력, 신비롭기까지 한 능력으로 나쁨을 실천하는 존재가 악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악마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듣기도 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소풍을 갔을 때였다. 소풍을 갔던 곳은 부산 범어사로 기억한다. 우리반 아이들은 담임과 함께 대웅전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아이들은 두 부류가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 불상과 탱화를 가까이서 보았고, 어떤 신발을 벗기 귀찮아하는 아이들은 밖에서 대웅전 안을 쳐바보았다. 바로 그때 한 친구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나와 비교적 친했던 친구로 기억한다. 대웅전과 멀리 떨어져 혼자 숨은 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 친구에게로 다가가 물었다.
"대웅전 안 보니?"
친구는 대답했다.
"저긴 악마의 소굴이라서 가까이 가면 안 돼!"
악마라는 단어와 기억나는 또 하나의 말은 고등학교때쯤 들었던 말이다. 비틀즈의 음악은 악마의 음악이라서 들으면 안된다고 한 친구가 있었다. 산사의 대웅전을 악마의 소굴이라 한 친구와 비틀즈의 음악은 악마의 음악이라 한 친구의 공통점이 있었다. 깊은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이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생각이 반듯하고 착한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들에게 누가 그런 말을 했냐고 물어보니,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라고 했다. 요즘에도 부처를 악마의 화신이라 여기고, 인기있는 대중가요를 악마의 음악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일부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다.
곰곰 생각해 보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무시하고 비난하고 공격하는 태도는 예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다. 어릴 적 친구는 악마의 소굴에 가까이 가기 싫어서 소극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요즘에는 적극적으로 악마의 소굴을 부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혐오하는 태도가 그렇다. 남녀갈등, 세대갈등, 정치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나는 기독교이니 절에 가면 안되고, 비틀즈의 노래를 들으면 안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기독교, 절, 비틀즈는 상징이다.
비틀즈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I Want to Hold Your Hand'다. 가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네가 무언가 말할 때 네 손을 잡을게"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의 말이 맞는지 틀린지를 따져 묻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말을 하면 손을 잡아주는 일인 것 같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다름 속에서,
나는 손을 뿌리치는 사람인가? 손을 잡아주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