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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Dec 31. 2020

제인 오스틴 읽기 어렵다구요?  넷플릭스에서 보세요!

제인 오스틴 덕후가 알려주는 제인 오스틴 소설 원작 영화들


사랑, 결혼, 그리고 제인 오스틴


사랑은 인생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때문에 처음 문학이 쓰여지던 고대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사람들은 수많은 작품 속에서 사랑을 노래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수없이 사랑에 빠지는 신들이 있었다. 단테는 사랑하는 베아트리체를 생각하며 시를 썼고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탄생시켰다. 괴테는 사랑 때문에 목숨을 등지는 베르테르를 만들어냈고 오늘날에는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네이프를 통해 이를 재현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있지만 오늘날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를 꼽는다면 제인 오스틴일 것이다. 그녀는 BBC가 '지난 천년 동안 최고의 작가는 누구인가'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지금도 그녀의 작품은 구글에서 꼭 읽어야 할 책(must read books)을 검색하면 반드시 포함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되는 이유는 그녀가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인 사랑뿐만 아니라 결혼까지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18세기에 태어난 제인 오스틴은 당시 영국 중상류층 여성들의 사랑과 결혼을 이야기했는데, 주된 주제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인 이것이었다.


어떤 사람이 결혼을 하고

어떤 사람이 미혼으로 남는가?


여기서의 결혼은 어떤 성공적인 결혼을 뜻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결혼인 상태를 뜻한다. 요즘이야 비혼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그때는 결혼이라는 선택지가 전부였던 시절이니 이 질문은 너도나도 관심을 가지는 중대한 주제인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많이 읽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우리네의 사랑과 결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어떤 사람이 결혼에 이를까? 해답을 찾기 위해 책을 직접 읽는 것이 가장 좋지만 책을 읽기가 어렵다면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책을 읽기 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는 영화만 한 것이 없다. 넷플릭스에서는 <오만과 편견>, <엠마>, <센스 앤 센서빌리티>까지 무려 세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 아래에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내용과 각 영화의 간략한 포인트를 소개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18세기, 결혼은 필수! 연애는 선택.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제인 오스틴 시대의 여성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결혼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18세기 영국 중상류층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당시의 여성들은 결혼만이 인생의 목표이자 전부였다. 역사적으로 18세기는 보면 프랑스혁명, 미국 독립 전쟁 등이 일어나 자유와 평등의 개념이 등장하던 시기였으나 당시 여성들에게 주체적인 삶은 아직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집안의 재산은 당연하게도 아들에게 상속되었다. 주로 큰 아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고 그 외의 차남들은 군인이나 교회 목사가 되어 각자 가정을 이루고 생계를 이어간다. 딸들은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집을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미혼 여성은 평생 아버지나 남자 형제에게 의탁해 살아야 했다. 오늘날처럼 싱글 여성이 남편 없이 독자적으로 직업을 가지고 부모로부터 독립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다 보니 여성들에게 결혼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자신을 먹여 살릴 유일한 수단인 셈인 것이다. 특히나 딸만 여럿 있는 집이거나 가세가 기우는 중류층 집일수록 더더욱 말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중상류층의 여성들은 일등 신붓감으로 거듭나기 위한 몇 가지를 꼭 갖춰야 했는데, 이 조건들이 영화 곳곳에서 등장한다. 먼저 능숙하게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알아야 했다. 노래까지 잘하면 금상첨화다. 자수와 그림도 필수다. 당연히 우아하고 분위기 있는 걸음걸이와 격식 있는 말투도 갖춰야 한다. 무도회에서 파트너와 춤도 춰야 하고. 물론 매주 교회에 가서 성경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 것도 기본이다. 요즘 시선으로 보면 뭐 이런 걸, 하고 되물을 수 있으나 이런 것들을 잘할수록 부유한 남성의 눈길을 끌 수 있을 테니 당시의 여성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없을 것이다.


결국 제인 오스틴은 작품 속에 신부 수업을 잘 받은 사람부터 받지 못한 사람까지 다양한 여성들을 등장시켜 어떤 여성이 누구와 어떻게 결혼을 하는지를 풀어낸다. 지금의 시선으로보면 상당히 시대착오적 발상이나 어떻게 보면 오늘날의 결혼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다. 오늘날 누가 어느 학교를 졸업하고 어디에 취직해서 누구와 결혼하는지에 관한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물론 여성은 더이상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때와 지금은 다르지만 말이다. 과연 제인 오스틴의 여성들 중 누가 신붓감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했고 누가 결국에는 결혼에 성공할 것인지, 본격적으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오만과 편견,

딸만 다섯인 딸 부잣집에서

감히 사랑 타령을 해?



영화 <오만과 편견>은 아주 파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우아하고 품위 있게 다녀야 할 여성이 책을 읽으며 걷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치맛단에 진흙이 잔뜩 묻은 채로 말이다. 그녀는 그다지 부유하지 않은, 딸만 다섯인 베넷 집안의 둘째로 태어난 엘리자베스다. 극의 주인공이며 엘리자베스를 줄인 '리지'라고 불린다. 마차를 타고 다니며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보여도 모자랄 판에 그녀는 치마가 더러워지든 말든 걷는 게 좋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여성이다. 피아노 실력도 꽝이고 그림도 못 그린다. 대신 책을 많이 읽어 꽤나 똑똑하다. 리지가 21세기에 태어났다면 아주 잘 살았을 것이다.


딸만 다섯이니 집안의 재산은 자식들에게 줄 수 없는 터. 아버지의 재산은 사촌 콜린스에게 상속될 예정이다. 그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교회 목사이나 고지식하고 딱딱하며 약간 독특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한 마디로 말하면 안정적인 수입은 있으나 정서적 교류는 불가능한 신랑감이다. 그는 어느 날 베넷 가족을 방문해 돌연 리지에게 청혼한다. 자신이 베넷 집안의 상속자이니 그 딸들 중 한 명과 결혼하는 게 마땅하지 않겠냐는 것. 그런 그에게 리지는 아주 파격적인 말로 거절한다. 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는 결혼할 수 없어요! 당신은 날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요! 청혼 현장을 박차고 뛰쳐나가는 리지. 그녀의 뒷모습을 보는 엄마는 미쳐버릴 지경이다. 네가 지금 그럴 때니!


그렇게 리지가 거절한 이상한 성격의 콜린스는 곧바로 다른 여자와 결혼에 성공한다. 그리고 노처녀가 되는가 싶던 리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상대는 리지가 보기에 오만하기 짝이 없는 다아시라는 남자다. 그를 보며 리지는 부유하고 무뚝뚝한 남자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되는데. 과연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까지 할 수 있을지.





엠마,

미모, 부, 품격까지 다 갖췄는데

대체 왜 결혼을 못해?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엠마>는 2020년 개봉한 작품이다. 주인공인 엠마 역시 둘째 딸이나 그녀는 엘리자베스와는 달리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수려한 외모를 타고난 인물로 그려진다. 대저택과 고급 마차는 물론 그녀를 치장하고 있는 모든 것이 고급이다. 엠마는 피아노도 제법 잘 치고 교양은 물론 격식을 갖춘 화술에도 뛰어나다. 이렇게 겉보기에는 일등 신붓감의 조건을 다 갖추었으나 어쩐지 결혼만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녀 자신은 알지 못하지만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그녀의 허영심 때문이다. 그야말로 '내가 제일 잘 나가'는 맛에 산다.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는 격식 있게 대화를 나누지만 뒤를 돌아서자마자 험담을 내뱉는다. 게다가 자신이 제일 잘하는 일은 주변 사람들을 중매하는 일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남을 험담하는 게 사실은 중매를 위해 잘 포장된 포장지를 벗겨내고 그 안의 실체를 따지는 거라나 뭐라나. 자신 역시 화려한 포장으로 가득하면서 타인의 객관적인 조건을 평가한다고 보면 되겠다. 넷플릭스 시리즈 <퀸즈 갬빗>의 주인공인 안야 테일러조이가 엠마 역을 맡았는데 마치 도도한 고양이처럼 얄미운 연기를 제대로 해낸다.


잘 나가는 맛에 사는 엠마는 자신보다 외모도, 부도, 교양도 못한 여자와 어울리며 그녀의 허영을 한 껏 즐기는데, 과연 그녀는 결혼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의 집에서 평생 살 것인가?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자.





센스 앤 센서빌리티,

진실한 사랑은 무엇일까?

신중함 아니면 열정?


우리나라에서 <이성과 감성>으로 번역된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결혼도 결혼이지만, 결혼하기까지 남녀가 어떻게 사랑을 키워가야 하는지를 다루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대시우드 집안의 첫째 딸 엘리너와 둘째 딸 마리앤이다. 둘은 각각 이성(센서빌리티)과 감정(센스)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분별력 있는 이성을 지닌 여성 엘리너는 모든 것에 정도를 지킨다. 도를 지나치는 법이 없으므로 사랑을 키우는 일도 그렇게 한다. 집 근처를 산책하며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고 편지를 주고받는다.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고 말하지 않고, 좋아해도 그것을 온전히 표현하는 법이 없다. 감정은 절제해야 하는 것이므로. 그녀와 달리 동생 마리앤은 모든 감정을 열정적으로 느끼고 표현한다. 기쁨과 슬픔은 물론 사랑까지도. 그녀는 아직 약혼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썸 타는 남자와 마차를 타고 둘만 아는 장소로 홀연히 사라지거나 사람들 앞에서도 과감하게 애정을 표현한다. 오, 나의 사랑! 당신 없이는 못 살아요!



사실 엘리너와 마리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오빠 집에 얹혀살며 새언니의 눈칫밥을 먹고 있는 상황. 그녀들은 이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키워 결혼 후 오빠의 집을 떠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각자의 애인이 돌연 연락두절로 사라지고 만다. 나만을 사랑한다던 그는 어디로 갔을까? 제인 오스틴은 이렇게 묻는다. 신중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남녀와 열정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남녀 중 결혼에 이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과연 어떤 사랑이 진심이고 어떤 사랑이 거짓이었을까? 두 자매 중 결혼에 성공하는 여성은 누구일까? 참고로 영화에서는 엠마 톰슨부터 케이트 윈슬렌, 휴 그랜트, 앨런 릭먼(스네이프)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들의 1990년대 시절을 볼 수 있다.







참고 자료 및 사진 출처

- Who was your choice for greatest writer of the last 1000 years?(link)

- 구글 검색 '오만과 편견', '엠마', '센스 앤 센서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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