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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쓱 Nov 25. 2020

책방 주인의 직업병?

얼마 전, 친구와 직업병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직업이든 직업병이 있을 거라고 말하다가 책방 주인의 직업병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한 달이 넘게 책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 책방 주인은 직업병이랄 게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손님이 많은 서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저는 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주로 책을 읽거나, 정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커피를 내리는 일을 합니다.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다 보면 몸이 찌뿌둥해집니다. 

그러면 일어나서 읽거나, 책 읽기를 잠시 그만둡니다. 

딱히 아플 데가 없습니다. 


그러던 중, 어제 책방 주인의 직업병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종이에 손이 베인 상처가 많다는 것!



책방 주인이 되고 책을 이전보다 더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주문한 책이 배송되어 오면 우선 책 상태에 이상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앞, 뒤, 그리고 내용. 

그리고 궁금했던 책은 읽어봅니다.

제가 못 다 읽은 책을 파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매일 열심히 책을 읽습니다. 


물론 판매할 책이다 보니 조심조심 읽어요. 

180도로 쫙 펼치지 않고, 손가락을 가운데 껴놓고 책을 보지 않고 책 등을 살포시 잡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는 종이의 오른쪽 윗부분만 잡고 살짝 넘깁니다. 

깔끔하게 읽기 위해 책을 읽기 전에 손을 씻을 때도 가끔 있어요. 

절대 무언가를 먹으면서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제가 책을 평소에 얼마나 지저분하게 읽는지 아신다면 위와 같은 행동에 깜짝 놀랄 겁니다. 

책방에는 '책방지기의 서재'가 따로 있는데요, 여기에 있는 책들은 다 제 개인 소유의 책입니다. 

책갈피로 영수증을 쓰는 것은 기본이고, 볼펜으로 밑줄을 죽- 죽 - 긋고, 심지어 마음에 드는 부분은 접어놓기도 합니다. 


팔 책은 새 책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아주 빳빳한 종이의 형태를 유지해요.

그러다 보니 손이 여기저기 베이기 쉽습니다. 

하루에 한 번은 꼭 베이는 것 같아요.


아시죠? 종이에 베이는 게 어디에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엄청 아픈 거. 

직업병이라고 하기에 민망하지만요 상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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