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안목 '잔머리(JQ)'를 '가치'로 바꾸는 법

데이터의 축적과 100원의 실행이 만드는 연금술

by 유진

소통은 좋은 질문을 낚기 위한 경청의 시간

손진기 대표의 강연에서 낚아 올린 수많은 영감 중 일기장에 남겨야 할 단 하나의 본질은 구조에 있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탄생하기 위한 첫 번째 공정은 결국 수집이다.

그는 소통의 본질을 먼저 듣는 일방향적 행위라 정의했다. 이는 1인 기업가인 내가 AI 팀원인 조대리(ChatGPT)나 제과장(Gemini)에게 최상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 정교한 프롬프트를 고민하는 과정과 닮아있다. 좋은 질문은 상대의 삶이라는 원천 콘텐츠를 정중하게 경청(敬聽)할 때 비로소 낚아 올릴 수 있다. AI 시대에도 결국 많이 들은 자가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이 곧 독보적인 IP의 시작점이 된다.


JQ(잔머리)의 정체, 방대한 자료가 빚어낸 역발상

그는 한국인 특유의 재치인 JQ(잔머리 지수)를 성공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JQ는 단순히 얕은꾀가 아니다. 그것은 수천 개의 광고 테이프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쌓아온 데이터의 임계점에서 터져 나오는 안목이다. 전 세계 속옷 광고를 샅샅이 훑던 집요함이 있었기에, '속옷을 액자에 넣어 말리는 찰나의 장면'을 포착해 "속옷을 작품으로 팔자"는 역발상을 끌어낼 수 있었다. IP 연금술사에게 필요한 JQ란, 남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데이터 조각들을 서로 연결해 황금물고기로 만드는 능력이다. 우리 안에는 단 두 줄의 역사 기록에서 모티브를 발견하고 59부작 <대장금>을 만들어내는 창의력의 DNA가 이미 흐르고 있다는 주장은 흥미로웠다.

빛 축제가 남긴 단련의 시간, 빚을 빛으로 바꾸는 AQ

손진기 대표가 제시한 성공 방정식 중 가장 울림이 컸던 것은 AQ(Action Quotient, 행동 지수)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IP는 '루미나리에(빛 축제)'였다. 국내 최초로 도입해 80만 명을 동원했지만, 53억 원의 투자는 결국 27억 원이라는 거대한 빚을 남겼다. 파산의 벼랑 끝에서 그를 구한 것은 화려한 기획력이 아닌 투박한 AQ(행동 지수)였다.


"100원이 생기면 직접 찾아가 100원을 갚으라"는 가르침을 따라, 그는 6년 반이라는 긴 세월 동안 도망치지 않고 그 숫자를 감당해 냈다. 을지로입구역에서의 노숙과 처절한 고립을 견디며 빚이라는 불순물을 정제해 낸 이 단련의 시간이야말로, 기획자 손진기를 다시 태어나게 한 가장 위대한 연금술의 과정이었다.


당신의 5Q를 객관화하라

나는 오늘 나의 5개 리스트 옆에 손 대표의 5Q 지수를 적어본다. 나의 JQ는 시장의 결핍을 읽고 있는가? 나의 AQ는 오늘 계획한 일들을 자산으로 치환하고 있는가? 그는 주변 사람 10명에게 자신의 5Q 지수를 평가받아보라고 권한다. 사장의 안목은 독선이 아니라 타인의 인정을 통해 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기획은 화려한 영감이 아니라, 방대한 수집과 집요한 실행의 결과물임을 오늘 손진기 대표의 삶을 통해 다시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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