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것과 흘러내리는 것의 거리가 멀지 않음을 안다
어느 쪽이 덜 초라할지 궁리하느라
아직 무너지지도 흘러내리지도 못하고
기어이 버티고 있다
울컥과 왈칵의 차이가 막연히
'갑자기'라는 시간적 의미에 초점을 두는 것과
'있는 것을 전부' 쏟아붓는 양적인 의미에 초점을 두는 것의 차이라는 것을 국어학자처럼 언어학자처럼 멋지게 말할 수 없어서
울컥 치밀어도 가라앉히고
왈칵 쏟아지려 해도 내려 앉힌다
그 덕에 파도 위에 세워진 견고한 성처럼 산다
젖을지언정 흔들리지는 않는 무쇠처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