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필경 전생에 바다생물이었을 거다
그래서 짠내 가시지 않는 침구寢具를 가지고 왔을 것이며
심장을 염장하여 절여 와 언제나 쫄깃한 것이며
수압水壓에 익숙하여 아래로 아래로 쉬이 내려가는 것이며
그 이하의 바닥이 없는 바닥을 기는 것에 능한 것이며
어쩌다 민물을 만나면 그 살이 모두 풀어져버려 형태를 찾기 힘든 지경에 곧잘 이르므로
분명 바다생물이었을 거다
바다생물이 육지에서 살려하니 쉽지가 않은 거다
바다생물이 사람처럼 살려하니 사는 일이 어려운 거다
아, 날짐승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수직하강을 잘하며
다시 날아오르기도 잘하고
비를 맞으면서도 날갯짓을 멈추지 않으며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속을 텅 비울 줄도 알며
땅 위에 집을 짓지 못하고
가지 끝 위태로운 집이 익숙하므로
영 근거 없는 말은 아닐 거다
여하간
사람은 아니었을 거다 그러므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영광으로 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