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Nov 01. 2024
위내시경을 받았다
십 년째 비수면으로 한다
처음에는 불신이자 불안으로 인하였다
내가 잠든 사이 세상이 안전한가에 대한 불신
나의 의지가 닿지 않는 곳에 내 몸을 놓아두는 것에 대한 불안
그리고 작동한 것은 도전이었다
두려움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했었다
모두가 지켜보는 실험실의 실험대상이 된 것처럼
시술대에 모로 누워 장비들이 준비되는 소리에 집중했다
사람들 발걸음 소리는 건조했고
공기는 냉정했다
소화기관과 배설기관만으로 이루어진
한 마리 동물처럼
불가항력 앞에서 모든 것을 포기한듯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내 초점 잃은 동공이 되겠지만
모든 공포를 끌어모은 눈썹이 떨고 있다
부분 마취 된 편도가 작동하지 않고 벌려진 입 사이로 침이 흐른다
머리카락을 묶고 온다는 걸 또 잊었다
누구의 몸 쓸지 못한 내 머리칼은
이렇게 또 나의 침받이가 되고 있다
조음기관을 이용한 발화행위는 하지 못하고
입에 기구가 씌워진 채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삽관이 이루어졌다
마스터에게 상대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지
식도를 지나 창자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녀석이 느껴진다
배꼽 근처에까지 내려갔는지
꽤 아래쪽에서 나도 보지 못한 내 속을 범하고 있다
얼굴은 이미 침과 눈물로 범벅이 되었는데
창자에 뿜어진 공기를 본능적으로 뱉어내려는 내게
이러면 작업이 곤란해진다며
눈을 떠 당신의 눈을 보라 한다
이런, 잔인한 마스터
모든 작업이 끝나고
호흡도 고르지 못한 내게
한 여자가 휴지를 건네고
다 끝났으니 일어나라 한다
머리카락을 씻어내며 바라본 거울 속 눈동자는
넋 나간 채 충혈되어 있었으며
눈가 핏줄들이 터져 피부가 울긋불긋했다
그리고 나서야 알게 됐다
수면마취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라
자학적 취미의 연장일 수도 있음을
이따위 글을 쓰는 줄 알면
선생님은 놀라 넘어가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