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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 asatoma Nov 18. 2024

雜談

1. 문콕

처음 문 콕했던 사람을 그냥 돌려보냈더니 그 이후로 너무너무 많은 사람들이  말도 하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상처 입은 차 문을 보면서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처음부터 수리를 했다면 새로 콕을 한 사람들도 조심했지 않을까 후회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마치 그 사람들에게 행운과 행복을 준 것만 같아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게 상처를 주고도 말없이_댓가 없이 떠났다면 저들은 그날 하루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겠나 생각하곤 했습니다.


차에게도 마음이 있는지 요즘 이 차를 탄지 10년이 되었다고, 이제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진즉에 바꿨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생각을 했더니 차가 오늘 심술을 부렸습니다.


평지였고 차간 간격도 꽤 넓었습니다. 심지어 주차자리도 아주 많았는데 내가 이 차 옆에 해야 다른 차들이 주차하기 쉬울 거라며 오지랖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차에서 내릴 때 그만 다른 차 문을 콕했습니다. 처음엔 아닌 듯했는데 차 문이 열린 위치를 봤을 때 내 차문의 자국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운전자석에 사람이 있었는데 아무 반응이 없자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이리저리 살펴보는 동안도 꿈쩍없이 앉아있었습니다. 아닌가? 저 자국이 내가 한 게 아닌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유리창문을 똑똑하고선 차가 쿵 하는 걸 못 느끼셨냐고, 아무래도 제가 한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자 운전자분은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괜찮다며 손으로 자국을 문지르고 계셨습니다. 그렇게까지 미안해할 일이 아니라 말씀해 주시니 더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괜찮다 해주셔서 그랬겠지만 눈매도 너무 선하셨고 음.... 인상도 좋으시고 맑고.. 청명한 바람이 부는 듯한 분이었습니다.


2. 아니겠지?

출장지였고, 내 일과 관련 있는 사람은 아니겠지?라고 바라고 있었는데 하필이라고 해야 할지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내 일과 아주아주 깊은 관련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반가운 마음이 더 크기도 했습니다.


다시 그 일을 곱씹어 보았을 때 너무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장시간보다 일찍 가서 시간적 여유도 있었고, 차 간격도 아주 넓었거든요. 그래서 전 제 차가 제게 심술을 부린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기를 더 아껴달라는.


2. 노래

가사가 있는 노래 듣는 걸 즐기지 않아요. 고등학생일 때 민중가요를 들었고 대학생이 된 이후에 윤도현과 임재범.

그외 알고 있는 노래가 있다면 거의 대부분은 누군가가 알려줘서 알게 된 곡. 그 누군가에게 노래를 알려달라고 했어요. 페이스북 특정인 공개 설정으로. 3호선 버터플라이도 좋았지만 그 이후론 이야길 듣지 못해서.


3. 부저

용지호수 옆에 술집이 있었어요. 상호가 기억나지 않았는데 술꾼이라는 뜻이었다는 게 기억나 사전을 찾아보니 부저였네요. 지금은 사라졌나 봐요. 규모가 크지 않고 자그마한 바와 소파석이 있었고 창가에 앉으면 비스듬히 용지호수도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어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건지 사람들이 좀 있어도 다들 목소리를 낮추어서 소란스러운 느낌이 없었어요. 조명도 따뜻한 느낌에 조도가 낮아서 편안한 분위기였어요.

어느 가을에 그곳에서 와인을 마신 적 있어요. 오늘 처음으로 그날 그 시간 이후로 생각이 나요. 함께  사람.


4. 서울역

12월에는 서울역 뒤편에 있다는 와인바에서 미시고 싶어요. 겨울에도 벚꽃 피게 해 놓고 서울 가버린 사람이랑.


5. 보이고 싶다가도

은근히 보이고 싶다가도 절레절레 거두어버립니다.

알아줬으면 싶다가도 뜻대로 쓰지 못하고 의식하게 될까 봐 그냥 지금처럼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씁니다.

그런데 어떤 이가 읽어주면 좋겠다 싶은 날도 가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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