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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 asatoma Dec 08. 2024

무제

그일이 있기 전,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핸드폰을 붙잡고 살며

아침만 되면 세상이 달라져 있을까

뉴스부터 확인했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흘러가는 것이

참 이상했습니다

밤에 들을 때는 분명 심각한 이야기였는데

아침이 되면 기사가 쏟아지겠다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가 걱정되었는데

아침이 되어도 기자들 출근 시간이 지나도

아무 아무 일 없이 하루들이 흘러가는 겁니다


처음에는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지 오래 묵은 우울 때문인지

아, 빛을 보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결론을 내릴 때쯤

무력감임을 알았습니다

내가 속한 사회에 희망이 없어서 전혀 희망이 없어서

개인의 삶에도 의미들이 옅어져 무력하고 무기력한 날들을 한동안 보냈습니다

일상생활이 되지 않을 만큼 무너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다 정말 아침에 확인한 뉴스를 보니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새로운 희망이 생기는 듯도 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일들에도 꿈쩍 않던 것이

이 정도 일에는 버틸 재간이 없을 거라 속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길이 있겠지요

길을 찾겠지요

없는 길이라도 만들겠지요


크게 한 걸음 디딜 수 있겠지요

우리가 해내겠지요


큰일이 있기를 바라야 하는 건지

바라지 않아야 하는 건지 감은 오지 않지만

상서로운 빛 한 줄기가 한반도를 타고 오겠지요

비추어오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 빛을 만들어 내겠지요


다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다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다음 없이 그 순간에만 집중했던 나머지

다시 그날이 반복되었습니다

누군가는 그다음을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반복되는 본질적인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인문학의 공멸이 교육 철학의 멸실이 불러온 오늘입니다


세계는

철학이 없는 국가는 어떻게 소멸하는 가를 확인하고 있을 겁니다


답을 구하는 일에 매달리는 누군가들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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