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사람이 사는 법 1.
나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일어날 때면, 지체 없이 손톱을 깎는 습관이 있다. 손톱을 깎는 김에 큐티클도 정리하고, 발톱까지 깎아버린다. 손톱이 1mm라도 자라 나오는 것이 거슬리는 편이라,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깎는 편이다. 자르는 날은 대중없는데, 대부분 의욕이 없는 날에 손톱을 깎게 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손톱과 발톱 정리를 하고 나면, 금세 기분이 상쾌해져서 모든 일에 의욕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어릴 때부터 그랬다. 손톱을 깎고 나면, 손끝의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 좋았다. 손톱이 조금이라도 길면, 손끝이 아닌 손톱이 사물에 닿게 되어 온전한 촉감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기 때문에 손톱을 기르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손톱과 발톱을 신나게 자르고 나면 청소기를 돌려야 하는데, 청소기를 든 참에 대청소를 하게 된다.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손톱 정리에 이어 대청소도 신명 나게 마치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보는 눈과 마음이 저절로 정화된다.
움츠러들었던 마음과 몸이 기지개라도 켜듯, 모든 감각이 되살아난다. 이렇듯 나에게 딱 맞는 기분 전환 방법 몇 가지 정도는 숙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개인의 취향이 다르기에 정답은 없겠지만, 대게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손톱 깎기 외에 또 있다. 바로 국민 소울 푸드, 치맥이다. 힘든 일을 끝낸 후 치킨과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맥주 거품 사라지듯 금세 없어진다. 아마도 그 순간만을 기다리며 힘든 순간을 버텨내는 걸지도 모르겠다. 힘듦을 쌓아두는 성향이 아니라 그때그때 푸는 편인데도, 일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 인내의 시간이 보통의 힘듦보다 몇 배나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듯 인생살이 별 거 없지 않은가? 손톱을 깎고, 청소를 하고, 치킨과 맥주를 먹는 것과 같이. 아주 소소한 일상 속에서 기분을 관리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길고 오래가려면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데, 평정심의 기본은 기분 관리이다. 기분을 관리하지 못하면 생활 패턴이 무너지고, 더불어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니까.
모든 큰 문제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말은 큰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면 작은 것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고 사색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닐까?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섬세함. 나는 이 섬세함을 가진 사람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