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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Jan 17. 2024

섬세한 사람은 일기를 쓴다.

섬세한 사람이 사는 법 5.

나는 두 개의 일기를 쓴다. 하나는 휴대폰 일기 앱, 또 하나는 노트. 보통 일기 하나도 쓰기 귀찮은데 굳이 왜 2개씩이나 쓰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


일단 일기 앱은 시간대별로 있었던 일이나 기분을 기록하는 데 사용한다. 시간이 지나서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나지 않을 때마다 검색을 통해 빠르게 찾아볼 수 있어 유용하다.


그리고 노트의 용도는 처음엔 감사 일기였다. 하지만 점점 그냥 일기로 업그레이드되기 시작했고, 하루에 있었던 일들과 함께 그 순간 느꼈던 감정과 느낀 점들을 기록하기도 한다.


각각의 사용 시점도 다르다. 일기 앱은 하루 종일 수시로 사용된다면, 노트는 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주로 사용한다.


일기 앱을 사용한 지는 대략 4~5년쯤 된 듯한데, 임금님 귀는 당나귀를 외치듯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많았던 시절에 대나무숲처럼 사용하다 보니 어느새 지금까지 쓰게 되었다. 작은 부분까지도 섬세하게 기억하고 느끼는 편이라 답답할 땐 주로 사람보다는 책을 찾는 편이고, 책을 통해 정리된 생각을 글로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누군가 그랬다. 사람의 본성은 남이 잘될 때 배 아파하고 못될 때 위로해 주는 척하면서 기뻐한다고. 정말 믿고 싶지 않은 본성이다. 어쨌든 이와 별개로 사람에게 크게 의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기쁠 때나 슬플 때 사람을 찾기보다는 조용히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SNS와도 잘 맞지 않는 편이다. 남들에게 감정이나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편이지만, 직업 특성상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에 과감히 적응하기로 했다. 이것을 즐기는 천성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유명 연예인들만 봐도 MBTI 유형 중 I가 많은 걸 보면 꼭 그렇지도 않나 보다. 그들은 연예인이기에 앞서 예술인에 가깝기 때문에 남들보다 섬세한 감정을 소유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섬세한 감정과 표현력 덕분에 연기든 노래 같은 분야에서 성공했을 것이고, 이처럼 섬세함은 무미건조한 세상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K-POP의 위력처럼 말이다.




SNS 때문에 잠시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지만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와서 기쁘거나 슬프다는 건 감정의 상태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이고, 그럴 때일수록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에 정신과 마음이 흐트러지기 쉽기 때문에 최대한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려 노력한다.  


나는 기쁨은 좋은 것이고, 나쁨은 안 좋은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기쁜 것도 좋지만 너무 들떠 있으면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쁨은 짧게 만끽하고 다시 평정심을 찾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슬픈 것은 그 순간은 괴롭겠지만 감정을 깊게 파고들어 오롯이 슬픔을 느끼고 나면 한결 후련해지고 더욱 강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 같기도 한 얘기지만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갖고 있었던 생각이라 영화를 보면서 내심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루하루 시시때때로 변하는 마음과 생각을 붙들어 두기에는 일기만 한 것이 없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당장 어제 무엇을 먹었고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해내려 해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매일 쓰는 일기를 자주 들여다보느냐. 그건 또 아니다. 가까운 시점을 들여다보는 것보다는 연 단위로 보는 게 변화의 폭을 가능하기 쉽기 때문이다.


작년의 내가 지금의 나와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어도, 마인드나 행동의 변화를 발견하고 조금씩 발전한 모습을 찾게 되는 순간 희열을 느낀다. 이 맛에 일기를 쓰는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 희열은 일기를 쓰지 않았으면 몰랐을 감정이다.


섬세한 감정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더 글을 통해 기록하고 발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글쓰기가 귀찮거나 성향과 맞지 않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나 같은 경우는 글을 쓰면서 감정과 생각이 정리되는 편이라, 글쓰기가 잘 맞는 편이라 할 수 있겠다.




내게 일기를 매일 쓰는 건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매일 글쓰기를 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일기는 혼자만 보는 글이고, 글을 발행한다는 건 남들까지 보는 글이기 때문이 아닐까.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부담감을 내려놓고 힘을 뺀 글을 쓰고 싶다. 그렇다면 매일 글 쓰는 것쯤이야 일도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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