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작은 민관 사회복지 협의체가 있다.
아내: 오빠, 오늘 야근할 거예요?
남편: 응, 취재 다녀온 거 정리하고 나면 9시쯤 집에 갈듯 합니다.
아내: 그럼 나도 일 좀 더 하다 갈게요~
9월 현재 전국 대학교는 수십모집 기간이다. 이 기간에 맞춰 장애 대학생 취재를 다녀왔다. 아침 9시 30분부터 경기도 용인으로 향했다. 이후 학생과 장애학생지원센터 관계자 취재를 마쳤다. 회사에 오니 벌써 6시 퇴근 시간이다.
항상 취재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가면 다음날이 고생이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고 기사 초안을 작성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저녁 8시 30분. 아내에게 퇴근한다고 말했다. 본인도 이제 일을 끝냈다며 집 근처에서 같이 만나자 한다.
아직까진(?) 퇴근 후 같이 집에 들어가는 일상이 좋다. 10분 정도의 짧은 거리지만, 만나자마자 오늘의 하루를 쏟아내기 위한 준비는 이미 오랜 시간 머뭄고 있다. 그게 누가 먼저든 상관없다. 그냥 서로에게 이야기할 상대가 있다는 것이 좋을 뿐이다.
여러 대화가 오고 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복지 현장 이야기를 한다. 장애인단체에서 근무하는 남편과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는 아내 사이 민관 통합 사례 회의가 열린다. 때론 치열한 갑론을박도 펼쳐진다. 사회복지 분야에선 아내는 나 보다 선배다. 이미 민간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다 사회복지 공문원이 됐다.
그래도 뒤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서운 법. 나 역시 장애인 단체 중앙 법인에서 근무하면서 알아간 짬바들이 있다. 우린 서로의 기관과 상황을 대변하기도 하고, 좋은 정책 방향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결혼한 부부가 같은 산업과 직무에서 일을 하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다. 서로를 잘 이해하면서도 속을 뻔히 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아직까진 우리 둘 다 실무자의 입장이라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그래서 서로의 앎을 공유하고 각자의 영역에 조금씩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난 지역 사회 공적 서비스의 니즈와 절차를 모른다. 반면, 아내는 전국의 장애인 복지 사업이나 행사에 대해 모른다. 사소한 문제부터 사회복지의 역사까지 다루는 깊은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오고 간다.
때론 정책이나 제도가 아닌 사람을 이해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IT회사에서 코딩이 문제가 되면 개발자가 코딩을 수정한다. 하지만, 사회복지는 서비스 수요자의 문제가 발견돼서 그 사람을 바꾸는 일을 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더 복잡하고, 세심하고, 전문적인 분야란 생각이 최근엔 더 짙어지고 있다.
그래서 늘 사회복지는 어렵지만 재밌다는 말을 아내에게 한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 생각을 갖고 일을 대할지, 사람을 대할지 모르겠다. 분명 서서히 이 마음도 열정도 줄어들 순간이 올 것이다. 그래서 이때를 다시 기억하고자 기록하고 남기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단 생각을 한다.